아련한 봄 산행의 기억, 사패산(2007.4.15)

2007. 5. 1. 16:34산행일기

2004년 4월15일 진보정당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첫 발을 디딘 후로,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진보정당 의원들은 지난 3년 동안 월급쟁이 노동자와 상인들, 농민등 서민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성역에 도전하여, 작은 성과들은 만들어 내긴 했어도, 눈에 보이는 균열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려는 꿈은 포기할 수 없기에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진보정당에 대한 희망을 유지하고 있다.

 

서론이 장황했는데, 진보정당 의회진출 3주년이라는 역사적인 날을 맞이하여, 하지만, 그것과는 아무상관없이 더불어한길 사람들과, 의정부의 사패산을 찾았다.

 

의정부 근처의 회룡역에 내려서 먼저와 기다리고 있는 산바람과 봄날, 정익군을 만난다. 약속 시간보다 내가 많이 지각을 해서, 만나자마자 사과했지만 미안한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회룡역에서 마실 물과 과일을 몇개 사고 회룡골로 향한다. 회룡골 입구는 분홍색 벚꽃이 흐트러지게 피어있다. 요즘 나는 재생에너지라는 큰 뜻을 가지고 일을 하지만, 정작 삶은 밤 늦게 까지 일하는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벚꽃이 이렇게까지 피어있는 줄 몰랐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며 일하지만, 지금의 나에게 자연은 그저 마음속의 허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계곡이 이어지는 회룡골은 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양지꽃과 이름은 알지 못하는 옥빛의 꽃이 등산로 주변에 널리 피어있다.


완만한 계곡길을 올라 포대능선과 사패능선의 갈림길에 도착하니 맞은 편 송추계곡에서 골바람이 올라온다. 여기에서 남쪽으로는 험하다고 알려진 포대능선 길이 이어지고, 북쪽의 사패산 방향은 걷기에 좋은 길이 이어진다.

회사 동료인 정익군과 더불어한길의 봄날, 산바람이 처음에는 서먹서먹했는데, 능선쯤 올라왓더니 이제는 조금 친해진것 같다.

 

여기저기 진달래가 피어있는 사패능선길을 지나 긴 바위로 이루어진 사패산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은 서울주위의 여느산보다는 덜하지만, 봄나들이 산행객들로 북적거린다. 정상의 너른 바위에서 몇해 전 더불어한길 사람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던 곳을 찾아 점심을 펼쳐 놓는다. 근래에 한길 점심준비가 많이 부실했는데, 오늘은 봄날이 준비해온 해물김치 볶음밥 때문에 푸짐하고 알찬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대략 50명은 될법한 20대 산행 친구들이 왁자지껄 옆을 지나간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더불어한길 산행에도, 10명 정도의 사람들이 함께 산행을 나설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다들 사는게 바쁜지 봄나들이 산행 한번 하기도 쉽지 않은가 보다.
여유가 없어지는 사회지만, 사람은 서로 만나서 깔깔거리며 함께 즐거워하고 괴로울때 함께 슬퍼하며 사는것인데, 가족과 회사에 얽매인 사람들이 안타깝기도 하다.

 

점심을 먹고나서는 의정부 안골 방향으로 하산을 한다. 안골로 내려가는 길에는 올라올때 보다 훨씬 많은 진달래가 피어있다.
진달래 피는 시절에 산을 찾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진달래 꽃이 피었구나, 다시 봄이 왔구나, 꽃이 예쁘구나 생각하는게 전부인데도 왠지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진달래 꽃 피는 시절에는 산을 찾게된다.

안골 약수터를 지나고 나면 아스팔트 포장길이 나온다. 아스팔트길만 나오면 안아프던 발목이 아파오고, 발바닥이 화끈거리며 불이나는것 같기도 하다. 문명을 거부할 수도 없는데 발 아프다고 아스팔트에 대고 투덜된들 의미는 없다.

안골에서 부터 의정부역까지 한참을 걸어 종로에서 간단한 뒷풀이, 그리고 밤늦은 시간 출근을 위해 인천으로 돌아온다. 


산행지 : 사패산(서울, 경기 의정부)

날짜  : 2007년 4월15일

날씨  : 맑음

산행시간 : 5시간(11:40~16:40)

산행코스 : 회룡역-회룡골-사패능선-사패산정상-안골-의정부역

일행 : 봄날, 산바람, 맑은물, 정익

교 통 : 수도권 전철이용 

 


 [포토 산행기]

[회룡골 입구, 보호수가 있다]
[봄이 막 시작되던 시절의 나뭇잎]
[특별나진 않는다. 매년봐도 지겹지 않고 기다려 진다]
[회룡골의 작고 앙증맞은 폭포]
[4월 중순의 계곡 모습은 이렇다]
[이름을 알 수는 없지만 하여튼 간에 무슨 꽃이 피었다]
[양지에 핀걸 보니 양지꽃인가 보네요^^]
[푸른색을 띠는 꽃은 잘 없는데 여기 있네요^^]
[가장 가파른 구간은 매우 짧다]
[오르면 사람들은 내려다 본다. 힘든 시절을 잊지 말자는 말이다]
[저 길이 개통되면 빨리가겠지? 어디를? 조금만 노선을 바꿨으면 했는데..]
[단체 사진이네요&^^]
[한송이 진달래]
[짝있는 진달래]
[볼품 없지만 생명 그 자체로 존중받을 필요가 있겠죠?]
[때로는 힘겨운 짐을 짊어져야 할 때도있다]
[그러다 보면 이렇게 꽃피는 날도 오겠죠?ㅋㅋ]
[고사리]
[도봉산을 배경으로 선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