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계양산 짧은 산행 (2007.3.17)

2007. 3. 22. 21:13산행일기

요즘은 주중에 늘 밤늦게까지 일을 한다.
지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풍력발전 일을 시작했는데, 회사도 신규사업이고 나도 풍력은 처음이니 일이 참 많다.
급하고 중요한 일이지만, 사람은 휴식 없이 일하면 방전되니 주말에는 업무와 무관된 시간을 보내며 재충전을 해야 한다. 

마침 노는 토요일이라, 같은 사무실에서 일 하는 후배와 가까운 계양산에 가기로 했다. 
인천지하철을 타고 계산역에 내려, 간식거리를 준비하고 계양산 입구를 찾아간다. 어느덧 개나리의 노란 꽃망울이 보인다. 며칠 있으면 노란 개나리 물결이 출렁일 것 같다.
문득 사람사회도 개나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송이 꽃은 향기도 약하고 아름답지 않지만, 여럿이 모이면 아름다워지는 개나리꽃처럼, 사회도 경쟁만 할게 아니라, 배려하고 함께 어울려 살면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 같다는생각을 해본다.

계양산 산행 입구에 도착하여 산행코스를 살펴본다. 우리는 약수터에서 시작하여 하느재를 지나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를 선택한다. 토요일이지만 이제는 주 5일제로 쉬는 사람들이 많아 등산로가 북적거린다. 등산객들 틈에 어울려 천천히 걷다 보니, 조망이 천천히 열린다. 계양산에 처음 온 회사 후배도 멀리까지 보이는 조망은 맘에 들어한다.
두 달 전에 혼자 오를 때보다 같이 얘기하며 오르니 산행이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혼자 하는 산행을 통해서 나를 돌아보고,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갖는 좋은 점이 있지만, 역시 산행은 함께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 세상살이도 마찬가지겠지.

 힘들지 않게 도착한 정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쉬고 있다.
계양산 정상은 395미터지만, 높이에 비해 조망이 꽤 괜찮은 산이다. 고양 일산, 부천, 서울 강서구, 인천 부평, 서구를 가르는 한남정맥, 영종대교까지 보이지만, 봄 특유의 연무로 인해 관악산, 북한산은 희미하게 보인다.
아직 포근한 봄이라고 하긴 이르지만, 햇살은 따뜻하다. 정상만 찍고 내려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계양산 정상에는 유난히 오래도록 앉아 대화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서 여유가 느껴진다. 산이 사람을 여유있게 하는지, 여유 있는 사람들이 산을 찾는 건지는 모를 일이다. 

오늘 산행은 천천히 움직여도 2시간을 넘지 않을테니, 우리도 정상에서 오래 쉬며 모든 방향 조망을 본다. 앉아서 간식을 먹으며 얘기하며 느린 시간을 보낸다.

계양산 북서쪽 구릉의 소나무 숲이 오늘따라 새파랗게 보인다. 롯데재벌이 저 소나무 숲을 잘라내고 골프장을 짓겠다며 고집을 피우고, 인천시민들은 솔 숲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솔 숲은 시민들의 휴식공간이기도 하지만, 나무, 풀, 동물과 식물들의 생존 공간이기도 하다. 롯데가 괜한 고집 피우지 말고, 골프장 계획 철회하고, 시민들 뜻대로 자연 그대로의 생태공원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소수를 위한 골프장 보다는 다수 시민의 휴식공간 확보가 필요하다. 특히, 이런 대도시 근처 지역은 더 많은 자연 공간을 확보하고 보존하는 게 필수이다.

정상에서 남쪽 방향 길로 내려오며 한남정맥 구간을 따라가 본다. 한남정맥 길을 따라 부평 철마산까지 계속 가고 싶지만, 오늘은 장명이고개로 하산하고 산행을 마치기로 한다. 계양산에서 이른 봄에 피는 생강나무 꽃이나, 작은 봄꽃들을 보고 싶었지만, 꽃을 발견하지 못한 게 아쉽다. 아직 조금 더 기다려야 봄이 올 것 같다.


산행지 : 계양산 (395m, 인천)

날  짜 : 2007년 3월17일

날  씨 : 구름 조금

산행시간 : 1시간 50분(11:05~12:55)

산행코스 : 계산역 - 약수터(경인여대) - 하느재 - 정상 - 헬기장 - 장명이 고개 - 계산역

일  행 : 맑은물, 회사 후배 JM

교  통 : 인천지하철 계산역 이용


[포토 산행기]

[도시 근교산은 어디나 등산객들로 몸살을 앓는다. 산을 좋아하는 나도 산의 몸살에 일조하는 것은 아닌지...]
계양산에서 본 영종대교
계양산에서 본 인천항
계양산 정상 방송탑(?)
집으로 돌아가는 겨울 철새
북쪽 방향 조망, 김포와 멀리 강화도(왼쪽)가 보인다
어딘가에 산불 발생한듯
한남정맥 계양산 장명이고개
산수유를 보니 봄이 오긴 온다
진달래도 피었다
계양산에서 장명이고개로 내려오다 찍은 한남정맥(인천 서구 천마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