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봉-광덕산-박달봉을 걷다.(2005.2.5)

2005. 2. 18. 19:34산행일기

설 연휴가 시작되는 토요일에 산행을 떠나는데, 지하철에는 일하러 가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런 잘못한것 없는데,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든다.

상봉터미널에 도착하니, 같이 가기로 했던 "함께가자우리"가 먼저와서 기다리고 있다. '함께~'와 단둘이 산행하는것은 처음이다.

간단하게 먹을것을 준비하고, 10시 40분 화천 사창리행 버스를 탔다. 이 마을, 저 마을 모두 들르는 무늬만 직행버스를 타고 광덕고개에 내리니 벌써 12시 40분이다.

광덕고개에 있는 휴게소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려고 들어갔더니, 주인아주머니께서 산행끝내고 내려오냐고 물어보신다. 생각해 보니, 최근에는 이렇게 늦은 시간에 출발한게 없는것 같다.

 

 

 


[광덕고개- 경기도 포천에서 강원도 화천으로 넘어가는 고개다]

 

 


[산행 시작!!]

 

 

 

 

(13:30)고개정상(해발 620m)에서 광덕계곡 방향으로 200미터 정도 내려가 광덕산 등산로를 찾았다. 어제밤에 갑자기 광덕산을 가겠다고 결정한터라 어떤산인지 잘 모른다. 지도를 가져오기는 했지만, 준비없이 오르면 많은것을 위험한것은 둘째치더라도, 많은것을 놓칠 수 있다. 올라가는 길에 눈이 쌓여있었지만, 시간 여유가 없어서 준비한 썰매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광덕산은 군사도로가 있다고 듣긴 들었는데, 정상에 새로생긴 기상관측레이더까지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나있었다. 그나마 겨울이라서 설경이라도 보면서 오르지만, 산행하기에는 그리 매력적인 길은 아니었다.

 

한시간만에 넓은 공터(?)에 도착했는데, 올라올때 싱거움과는 달리 조망이 아주 좋았다. 전방 대성산에서 내려오는 한북정맥구간이 웅장하고, 저 멀리 석룡산과 화악산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북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바위봉우리가 뾰족하게 솟아있었다. 어떤 봉우리인지 궁금해서 지도를 꺼내볼까 하다가, '함께~'와 무턱대고 그쪽으로 갔다. 마지막에 밧줄을 잡고 올라가야 했지만, 그렇게 어려운 코스는 아니었고, 오히려, 지금까지의 밋밋함을 만회해주는 스릴이 있었다.

올라보니 철원군에서 세운 상해봉(上海峰, 1010m) 표지석이 있었다. 바다위의 봉우리라고? 주위지형을 보니 왜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됐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설경에 취해있다가, 상해봉을 내려와 광덕산 정상으로 향했다. 

 

 

 


[상해봉 부근에서 바라본 한북정맥 구간] 

 


[상해봉의 고사목]

 


[바위위의 소나무/ 상해봉]

 

(15:40)기상관측레이더기지가 있는곳이 정상인줄 알았는데, 정상은 바로옆 봉우리다. 상해봉에 갔다오느라 30분정도 시간이 더 걸렸다. 광덕산 정상은 독특한 특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주위를 맴도는 산새를 보면서 컵라면을 하나 먹고, 하산을 한다. 박달봉 방향으로 50미터 정도 내려왔을때 느낌이 이상해서 되돌아 올라가보니, 박달봉으로 가는 다른 길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쪽길은 광덕고개 부근에서 광덕산 정상으로 바로 오르는 길이었다.)

 

 

 

올라올때는 산길이 아니어서 아쉬웠는데, 내려가는 길은 산길이라 다행이다. 대신, 올라올때는 눈이 쌓여있었지만, 내려가는 길은 대체로 남향이라 눈이 거의 녹아서 썰매를 탈 수 가 없는게 아쉬웠다. 계곡 맞은편 한북정맥과 나란히 진행하며 걷는길이 맘에 들었다. 도마치봉을 넘어 국망봉까지의 계속 이어지는 한북정맥구간은 봐도봐도 지겹지가 않다. 광덕고개(620m)에서 백운산(904m)을 오르면, 쉽게 오를 수 있어서 백운산이 동네뒷산처럼 쉽게 느껴졌는데, 이쪽에서 보니 백운산도 큰산이었고 계곡아래와 높은 고도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겨운것이 있었으니 지루한 하산길이었다. 맞은편 한북정맥을 바라보며 느끼는 고도감은 좋았는데, 우리가 내려가는곳이 계곡 아래지점이라 표고차가 상당하다. 박달봉(800m)을 지나 한참을 내려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오후6시, 주위가 막 어두워지기 시작할 무렵, 산행을 끝낸 지점은 백운계곡유원지 버스정류장 바로 옆이었다. 2002년 8월에 백운산에 갔다가 내려와서 버스를 탔던 곳이다.

 

기대했던 산행이 안되면 아쉬울때가 있고 걷는게 힘들때도 있지만, 또 예상치 못한 절경이나 훈훈한 인심을 만날때는 왠지 모를 기분좋음을 느낄때도 있다. 오늘산행도 여러가지가 교차했지만, 마지막에 옛생각이 나서 기분이 좋다.

 


 

 

 


[광덕산 정상에서 단체사진] 

 

 


[하산길에 만난 바위 / 연인바위라고 부르고 싶다.]

 

 

 


[명성산 너머로 해가 지다]

 

 

 


[2002년 8월에 사진왼쪽에서 산행을 끝내고 밥을 먹었었다.]

 

 

 


[상해봉에서 바라본 한북정맥, 제일 뒷쪽이 대성산, 복계산, 복주산, 회목봉이 이어진다.]

 

 

 


[하산길에 바라본 한북정맥, 백운봉, 도마치봉, 국망봉이 보인다. 도마치봉 뒤로 화악산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