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추위, 청계산 국사봉을 가다.(2005.2.20)

2005. 2. 26. 14:20산행일기

예년에 비해 눈은 적게 내렸지만, 평균기온은 낮았던 겨울이 어느새 끝나간다. 일요일 아침, 2월 말인데도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란다.추운 날씨에 굴하지 않고, 청계산 국사봉을 가기 위해 아침에 집을 나선다. 

 

전철을 타고 인덕원역에 10시 15분 도착, 10시에 만나기로 한 3명의 친구들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 매시 20분마다 출발하는 청계사 가는 마을버스가 막 떠나려고 하고 있다. 서둘러 올라탄 버스는 등산객들로 북적인다.

 

(10:50) 종점에 내려 청계사 가는 길은 이제 익숙하지만, 오늘은 같이 오르는 사람이 달라서 느낌도 다르다. 함께 많은 산을 다녔던 봄날, 먼발치에서, 그리고 두어 번 뵈었던 페넬로페 님이 같은 버스에 타있고, 개똥이 부부는 뒷 따라 올 예정이다.

버스 종점에서 내려 오른 청계사는 맑고 깨끗한 느낌, 그 기운이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청계사에서 헬기장 삼거리까지는 제법 길이 가파르다. 오늘 처음 한길 산행에 참석한 페넬로페님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것들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지만, 가파른 길에 힘들어한다. 반면, 봄날과 먼발치에서는 얄밉도록 가쁜하게 가파른 길을 오른다. 등산객들이 많다 보니, 등산로가 많이 파헤쳐 나간 것이 안타깝다. 

 

헬리콥터 착륙장 삼거리에 조금 못 미쳐 망경대, 석기봉과 관악산, 과천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에 서니 기분이 상쾌한 것이 좋다. 헬기장삼거리 임시 주막에는 동동주를 마시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신입회원도 왔고, 청계산 국사봉 가자는 의견을 주장할 때 동동주를 쏘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봄날과 먼발치에게 동동주를 쏜다.

2003년 1월, 영하 14도의 날씨에 마셨던 동동주 그 맛 그대로이다. 헬기장 내려가는 길은 눈이 녹지 않아 미끄러웠는데, 페넬로페님은 앉아서 썰매를 타고 내려가며 즐거워한다. 이 정도에 즐거워할 정도라면, 한겨울 더불어한길 썰매 산행을 함께 갔다면 얼마나 더 즐거워했을까?

 

(12:50) 버스종점을 출발한지 2시간 만에 석기봉 정상에 올랐다. 예전에는 여기가 망경대인줄 알았는데, 군시설물이 있는 봉우리가 청계산 정상인 망경대이고, 여기는 석기봉이란다. 청계산을 오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석기봉에서 바라보는 주위 경치는 최고다.

한강, 서울시내, 북한산, 안양, 군포, 분당, 성남과 그 주변의 많은 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오늘은 그동안 길을 잘 몰라서 '먼 길치'로 불렸던, '먼발치에서'가 저기는 무슨 산, 저기는 무슨 산 하면서 많은 산들을 알아본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석기봉 아래에서 밥을 먹고 싶었지만, 뒤따라 올라 올 개똥이와 만나기 위해 이수봉으로 향했다. 이수봉까지는 거의 평지길이나 다름없다.

 

 


[청계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청계사]

 

 

 


[관악산과 과천이 내려다 보인다. 동물원과 서울랜드도 보이고..]

 

 

 


[석기봉에서 바라본 360도 파노라마, 백운산 광교산까지 능선이 굽이치고, 수리산도 보인다.]

 

 

 

(13:35) 커다란 돌멩이에 이수봉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는 이수봉을 지나 밥 먹을 곳을 찾아본다. 바람이 불지 않은 곳을 찾다 보니, 등산객들이 지나다니는 길 옆에서 밥을 먹기로 하고, 자리를 준비하고 있는데 때마침 개똥이 부부가 나타났다. 함께 모여 점심을 나눠먹고, 가볍게 술을 마시며 얼었던 몸을 녹이고, 국사봉으로 출발한다.

 

 

 

(14:50) 나라를 생각했다는 국사(國思) 봉까지는 쉽게 올랐다. 늦추위에 바람이 차가웠지만, 바람이 불지 않은 곳의 눈은 녹아 질퍽한 곳도 있었다. 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국사봉에서는 녹향원 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가려다가 바로 앞의 작은 봉우리에 올랐는데, 주위 조망이 꽤나 좋았다. 

 

2004년 가을에 안산의 지인들과 어린아이들하고 국사봉에 오를 때는 시간이 많이 걸렸었는데, 오늘은 금방 갈림길에 도착했고, 또 금방 녹향원쪽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오를 때는 힘들어하던 페넬로페님도 가볍게 내려왔고, 봄날도 청계산 날다람쥐처럼 날아다니는 걸 보니 덕유산에서 다친 허리는 괜찮아진 것 같다.

 

 

 

(16:00) 청계사 종점에서 매시 05분에 출발하는 마을버스를 못 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올 때와 마찬가지로 막 출발하는 버스를 뛰어서 탈 수 있었다. 마을버스가 서울구치소를 지나는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얼마 전에 수감된 호근이가 생각났다.

 

'평화를 향한 굳은 양심이 언젠가는 제대로 지켜질 날이 있을까?'

산행지 : 청계산 국사봉 

날  짜 : 2005년 2월 20일

날  씨 : 맑음

일  행 : 맑은물, 먼발치에서, 봄날, 페넬로페, 개똥이 부부

산행시간 : 5시간 20분 (점심시간 포함)

산행코스 : 청계사 버스종점 - 청계사 - 석기봉 - 이수봉 - 국사봉 - 녹향원 - 버스종점

 

교  통 : 인덕원역 마을버스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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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구름과 나무가 조화를 잘 이루었다.]

 

 

 


[국사봉에서 바라본 모락산과 백운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