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3. 2. 19:36ㆍ산행일기
짧은 2월의 마지막 일요일 아침, 눈을 떠보니 8시 50분이다.
주중에는 항상 바쁘다 보니, 일요일에 조금만 방심하면 늦잠을 자게 된다. 서둘러 산행준비를 하고 화랑유원지 주차장으로 나가보니, 형들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여러 일정이 겹쳐진 날이라서 오늘 도드람산 산행인원은 조촐하게 4명이 전부다.
휴일을 맞이하여 영동고속도로는 조금 붐빈다. 저 많은 사람들은 어디로 저렇게 달리는 것일까? 우리처럼 산을 가는 걸까?
(10:40) 영동고속도로 덕평 나들목을 나와 표고초등학교를 지나 도드람산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도 많고, 많은 사람들이 도드람산을 찾은 것 같다. 주차장에서 올려다본 도드람산은 작지만, 정상부근에는 바위가 제법 날카로워 보인다.
산아래를 차지하고 있는 에스케이 텔레콤 연수원은 회사입장에서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산을 찾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영보사 뒤쪽을 지나 1코스로 올라가니 바위길이 시작된다. 2코스는 바위길을 우회하는 길이다. 바위길이라서 두 손 두 발 모두 사용해야 하지만, 겁먹을 만큼 어렵거나 위험하지는 않다.
주차장을 출발한 지 25분 만에 도드람 제1봉에 도착한다. 용인-이천 쪽으로 조망이 좋다.
전망 좋은 2봉과 3봉을 넘어 바위길을 따라 도착한 정상에는 효자봉이란 안내석이 서있다. 효자에 관한 전설이 내려온다는데, 그 전설을 알려면 하산길을 돼지굴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
정상에서 북쪽 방향으로 가니, 효자문이 있고, 지금까지 왔던 바위길보다는 조금 더 험한 길이 나타난다. 짧은 구간이지만, 손과 발과 머리를 모두 사용해야 지날 수 있는 곳인데, 바위에 익숙하지 않지만, 스릴이 넘친다. 잠시 바위 봉우리에 앉아서 주위의 시골마을을 바라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실제 주민들 삶이 산 위에서 내려보는 것처럼 평화롭지 많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소박한 삶을 꿈꾸고, 현실은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고, 남과 경쟁해야 하고....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제 1봉 직전에 바라본 이천-용인 일대, 클릭하면=큰사진보기]
[도드람산 정상, 얼굴은 보이지 않고 효자봉만 보인다.]
그냥 지나칠뻔한 돼지굴은 날씬한 사람만 겨우 통과할 수 있는 구간인데, 오늘 산에 올랐던 사람들은 모두 여유 있게 통과할 수 있었다. 돼지굴을 마지막으로, 바위구간은 끝이 났고, 바위아래 석이약수를 지나니 개를 키우는 농가가 나오고 산행은 모두 끝났다.(13:10)
끝맺음. 도드람산(저명산 猪鳴山= 돼지울음산)에는 효자봉, 효자문, 돼지굴등의 지명에 연관된 전설이 하나 전해져 온단다.
옛날에 어떤 효자가 아픈 어머니를 위해 절벽에 매달려 석이버섯을 따고 있는데, 어디선가 산돼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울지 않는 돼지가 큰소리로 우는것을 이상하게 여겨 바위 위에 올라가보니, 돼지는 없고 자신이 의지하고 있던 밧줄이 끊어져 가고 있었다. 효자의 마음을 가상하게 여긴 산신령이 돼지를 보내 효자의 목숨을 구한 것이었다. 효자는 안전하게 석이버섯을 따다가 어머니에게 드렸더니, 병이 나았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에게는 효자, 효녀들의 지극한 정성으로 부모님의 병환이 많이 나아졌다는 전설이 많고, 지금도 부모님이 아프면, 자식들은 경제적으로 어렵게 되더라도, 병간호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런 정성이야 자식 된 도리로써 당연한 것이지만,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부담을 떠안기는 우리의 의료제도도 문제가 많다고 한다.
서구 복지국가에서는 무상의료를 실시하거나, 최소한 의료비 부담을 사회가 책임지는 구조라고 하는데, 우리에게는 왜 그런 일들이 불가능한 것일까? 더 이상 병원비가 없어서 눈물 흘리는 효자, 효녀들이 없었으면 한다.
[돼지굴 조금 못 미쳐 험한 바위길]
[험한 바위길, 실제로는 손잡이가 있어서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정상을 지나 바위봉우리에서 찍은 파노라마, 설봉산, 원적산, 태화산, 양자산 등이 조망된다.]
산행지 : 도드람산 혹은 저명산 (경기 이천, 349m)
날 짜 : 2005년 2월 27일
날 씨 : 맑음
일 행 : 솔뿌리, 청명(영록), 등대지기, 맑은물
산행시간 : 2시간 30분 (10:40 ~ 13:10)
산행코스 : 영보사 - 도드람산 정상 - 주차장
교 통 : 승합차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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