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북한강, 눈쌓인 화야산(2005.3.1)

2005. 3. 17. 18:24산행일기

경기도 가평의 청평 쪽을 지나다 보면 북한강 건너편으로 높은 산이 보인다. 화야산인데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지만, 대중교통을 잘 몰라서 그동안 뒤로 미루어 왔었다.

 

그러던 3월의 첫날 아침, 마침 더불어한길의 하나사랑과 뜻이 맞아 화야산을 가기로 했다. 일요일 아침 일찍 안산을 출발하여 청량리역에 도착하니 벌써 9시 50분이다. 10시 40분에 청평에서 설악면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못 탈 것 같다. 일단 청평까지 가서 결정하려고 10시에 1330번 버스를 탔는데, 다행히 설악면까지 운행한다고 했다. 어찌나 기쁘던지..

 

(11:30) 서울을 벗어난 버스는 남양주를 지나 경춘국도를 달려, 청평에 들렀다가 신청평대교를 건너, 오늘의 산행기점이 될 솔고개에 우리(하나사랑과 나)를 내려놓고 고개 아래로 사라진다. 매점에 들러 먹을것을 보충하고, 산행 초입을 찾아 솔고개 아래로 내려갔으나 여기저기 헤매기만 하다가 다시 솔고개 정상으로 돌아갔다. 30분을 허비해 버렸다. 그냥 동네 사람들이 가르쳐준 대로 미다스 밸리 골프장이 있는 마을로 들어갔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금방 나올 줄 알았는데, 한 시간을 걸어 실천법률연구원이 있는 배치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시간은 벌써 12:40분을 넘어서고 있어서, 하나사랑과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로 하고, 눈밭에서 가볍게 배를 채운다.

 


[산행기점으로 잡은 배치고개, 설천법률연구원 방향]

 


[눈밭에서 조촐한 식사]

 

 (13:05)화야산은 며칠 전에 내린 눈 때문에 초입부터 눈이 발목 이상 빠진다. 길은 보이지 않았지만, 몇 사람이 다닌 흔적을 좇아간다. 바람에 날린 눈이 능선 곳곳에 쌓여있는데, 족히 70~80cm는 되어 보인다. 지금까지 다녔던 산중에서 가장 많은 눈이 쌓여있다. 쌓인 눈을 보니까 신이 나서 빨리 오르는데, 덕유산 이후로 한 달여 만에 산을 찾은 하나사랑은 힘들어했다.

 

(14:10) 생각보다 빨리 정상에 도착한 화야산 정상에는 등산객 대신 설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용문산이 지척이고, 설악면의 유명산-봉미산-통방산-곡달산 3월 1일에 어울리지 않게 겨울산의 모습을 하고 있다. 뾰루봉, 고동산 능선이 양옆에서 화야산을 지지하고, 북한강 너머에는 깃대봉-은두봉 능선과 천마산-철마산, 축령산-서리산이 첩첩산중이다. 시선을 북쪽으로 돌리니 북면 쪽의 화악산이 희미하게 손을 흔들고, 명지산-연인산-운악산 등은 무덤덤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탁 트인 경치를 보면 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사람이 없던 정상에 갑자기 사방에서 한두 사람씩 올라오더니 북적거리기 시작한다. 화야산 정상을 오르는 길은 5갈래나 된다.

 


[3월 초 화야산은 설천지(?) 였다.]

 


[눈 때문에 길이 없다.--;;]

 


[바람에 날려 뭉쳐진 엄청난 눈 <**>]

 


[가평군에서 세운 화야산 정상 표지석 앞의 하나사랑]

 


[양평군에서 세운 화야산 정상 표지석 앞에서...]

 

(14:40) 정상에서 컵라면을 먹고 시간을 보내다가 능선을 따라 고동산으로 향했다. 고동산 가는 능선은 해발 600미터 정도 밖에(?) 안 되는 높이였지만, 능선 한쪽은 북한강, 다른 쪽은 곡계천이 흐르고 있어 1000미터 되는 능선을 걷는 기분이었다.

또한, 고동산 가는 능선에는 눈이 40~50cm 정도 쌓여있어서 마지막 겨울을 만끽할 수 있었다.(물론, 그다음 주에는 수도권에 제법 눈이 많이 내렸다.)

 

(16:05) 가까워 보이던 고동산이 생각보다는 멀었다. 하지만, 고동산의 조망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근데, 북한강변 야산에 자리 잡고 있는 골프장이 눈에 들어와 눈살이 찌푸려졌다.

산행 기점이었던 솔고개 쪽에도 커다란 골프장이 두 개가 흉측스럽게 있었고, 전국에는 이미 수백 개의 골프장이 기계충처럼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개발에 영혼을 빼앗긴 정부는 골프장 200개를 더 짓는다고 하니, 앞으로는 전국 어느 산을 가도 골프장이 안 보이는 곳이 없을 것 같다.

 

고동산에서 사기막골로 내려가는 길은 처음부터 난코스다. 바위를 잡고 내려가기도 하고, 가파른 눈길에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다.

 

(17:07) 임도로 파여나간 절개지를 내려오는 것으로 산행은 끝이 났다. 사기막골은 낡고 쓰러져가는 집과 별장들이 뒤섞여 있다. 삼회리 마을 회관 앞에 가보니 버스시간이 맞지 않았다. 때마침 하나사랑이 지나가던 무쏘 승용차를 잡아서 서울까지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산행지 : 화야산 (경기도 가평, 755m)

날  짜 : 2005년 3월 1일

날  씨 : 맑음

산행시간 : 5시간 40분

산행코스 : 솔고개 - 설천법률연구원 - 화야산 - 고동산 - 사기막

일 행: 하나사랑, 맑은물

교 통 : 청량리나, 청평읍내에서 버스 이용 

 

 


[고동산 가는 능선길에서 하나 사랑... 미끄러져 다녔다.ㅡㅡ;;]

 


[평균 적설량 측정 중입니다.^^]

 


[고동산 정상에서 하나사랑.../ 문제의 골프장도 보이네요]

 


[비록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하나사랑과 함께~]

 


[위험한 코스가 나타났다.]

 

[화야산 정상에서 바라본 용문산, 왼쪽 아래는 곡달산, 오른쪽 바로 아래는 통방산

 


[화야산 정상에서 서쪽을 바라보다. 운길산부터 천마산-축령산-운악산-명지산-화악산까지]

 


[고동산에서.. 흘러가는 한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