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22. 02:58ㆍ산행일기
오랜만에 더불어한길 사람들과 산행을 하기로 하고, 청량리 환승센터에 가보니, 먼발치에서는 조카 승혁이를, 개똥이는 아들 영근이를 데리고 나와있다. 몇 년 전에 앞으로 결혼을 하게 되면 우리 더불어한길이 어떤 모임이 될까? 생각해본 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환승센터에서 주금산 아래 몽골문화촌까지 운행하는 330-1번을 타고, 비월교 근처에서 내린다. 비월교에서 내린것은 사전에 산행기를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지만, 인터넷에서 급하게 찾은 지도에 표시된 등산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월교 아래에는 남양주의 명소 비금계곡이 있는데, 화창한 휴일을 맞아 계곡을 찾은 가족들도 있다.
왼쪽이 철마산인것은 알겠지만, 처음부터 등산로를 찾기가 쉽지 않다. 산행 입구 표지판이 없어서, 작은 계곡 안쪽으로 들어갔다 나오고, 다시 라이온스클럽 정문까지 들어갔다 오고 하다가, 처음 들어갔던 작은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아저씨 두 분이 앉아 계신다. 그분들에게 물어보니 이길로 올라가면 철마산을 오를 수 있다고 한다. 가파른 비탈을 오르니 등산로가 나오긴 했지만, 우거진 수풀에서 송화가루가 날리는 걸로 봐서는 사람이 많이 다닌 것 같지는 않다. 어찌 처음부터 산행 시작이 불안하다.
다시 안심하게 된것은 입구의 작은 계곡이 위로 올라갈수록 오히려 수량이 많이 흐르고, 계곡 옆으로도 길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길은 넓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흔적은 거의 찾을 수 없었고, 낙엽송을 타고 올라간 덩굴식물, 고사리과? 식물들과 야산에서는 보기 힘든 식물들이 있어서 원시림에 제대로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온 아이들도 처음에는 좀 힘들어 했지만, 산행에 적응하며 이모와 아빠를 잘 따라다닌다. 아이들이 배고파해서 개울이 된 계곡 옆에 앉아 오랜만에 더불어한길 숲 속 비빔밥을 해 먹는다. 별다른 재료도 없이 그저 집에서 가져온 김치와 야채류, 참기름, 고추장으로 만드는 비빔밥 맛의 비결은 바로, 재료가 아니라, 산속이라는 장소인 것이다. 고로, 더불어한길 비빔밥집을 내고 싶다고 했던 사람들이 그걸 좀 알았으면 한다.
아직 계곡길이 끝나지도 않은곳에서 점심을 먹었기 때문에 좀 서둘러 가야 하지만, 오늘은 아이들이 있어서 서둘러 올라가기 보다는 안전한 산행을 하고 싶다. 그런데, 안전한 산행을 하겠다는 마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점점 희미해지던 등산로가 아예 없어져 버린 것이다. 지금까지 고로쇠 수액인지, 단풍나무 수액인지를 뽑아내는 작은 호스를 따라왔는데, 그마저도 이제 끝이 난다. 계곡 옆으로 났던 길도 없어져서 일단 산이 그다지 높지 않고, 험하지 않아서 계곡 옆 능선을 타고, 철마산 주 능선까지는 계속 직진해서 올라가기로 한다.
먼발치에서 조카 승혁이는 초등학교 3학년 답지 않은 의젓함을 보이며, 지도를 읽을 줄 알고, 산세도 기초적이지만 볼 줄 아는듯하다. 도시 아이인데도 자연에 대한 어떤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면 너무 앞서나가는 것일까? 영근이는 아직 어려서 아빠한테 많이 의존한다. 조금만 힘이 들어도 아빠가 안아주어야 하니, 개똥이가 여간 힘든게 아닐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산행을 해서 은근히 걱정이 되는데,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 소리. 조금 올라가서 마주쳤는데, 그분들은 산행하러 오신 분들이 아니라, 산나물이나 더덕을 채취하는 분들이었다. 우리는 그 길을 지금까지 따라왔던 것이다. 그분들은 우리가 더덕을 캐러 온 줄 알고, 더덕을 캐려면 어디 어디로 가라고 일러주신다. 더덕에 대한 관심보다는 지금은 승혁이와 영근이를 데리고 안전하게 철마산 주능선에 올라야 한다. 700m 조금 넘는 산치 고는 숲도 많이 우거지고, 오르막도 한참 이어져 불안해질 때쯤 주능선 등산길이 눈앞에 보인다.
천마지맥 주능선에 오르니 비로서 제대로 된 등산로가 나오고 아이들도 이제 잘 걷는다. 비교적 편안한 능선길을 10여분 걸으니 철마산 북쪽 정상이 나온다. 철마산 북쪽 정상은 조망이 좋다. 남동쪽으로 수동면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축령산-은두봉으로 능선이 이어진다. 북한강은 보이지 않지만, 동쪽으로 화야산 쪽 산군이 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용문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또한 서리산 뒤쪽으로 운악산과 그 앞으로 연인산 능선도 보이고, 무엇보다 남서쪽으로 북한산-도봉산, 그 앞쪽으로 수락산-불암산이 눈에 들어온다. 정상에는 그늘이 없어 쏟아지는 햇살을 피할 수는 없지만, 바람도 시원하고 조망도 시원해서 좋다.
정상에서 만난 몇몇 분들은 몽골문화촌을 기점으로 산행을 하신 분들이다. 우리만 험한 원시림 코스를 택한것 같다.
다른 등산객보다 더 오랜 시간을 정상에서 보내고, 올라왔던 주능선을 따라 하산을 한다. 그런데, 편안한 능선길이라 방심하고 뛰어가던 영근이가 그만 넘어져서 입술이 깨지고 말았다. 많이 다친 것은 아니라 개똥이는 괜찮다고 하지만, 집에 가면 엄마가 많이 속상할 것 같다. 진벌리 능선으로 내려서는 길이 처음에는 상당히 가파르다. 오늘 선택한 코스가 철마산에서 가장 험한 코스인 것 같다. 지도상에는 진벌리가 그리 멀지 않은데, 정상을 출발한 지 2시간 30분을 가서야 진벌리 마을이 나온다. 진벌리에서 뒤돌아본 철마산은 역시나 높이에 비해 웅장해 보인다. 아이들과 함께 와서 더 높아 보이는 것일까?
마을 안까지 들어오는 버스를 타고 진접읍으로 나가 청량리 환승센터까지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돌아온다.
청량리에 내려서야 진접읍에서 뒷풀이를 하다가 영근이 신발을 두고 왔음을 알아차린다. 이제 4살인 영근이에게는 오늘 산행이 꽤 고됐겠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겨줬으면 좋겠다.
산행지 : 철마산 (경기도 남양주 768m)
날 짜 : 2009년 5월31일
날 씨 : 맑음
산행코스 : 비월교 - 작은 계곡 - 산나물 채취 길 - 천마지맥 능선 - 철마산 북쪽 정상 - 갈림길 - 진벌리
산행시간 : 6시간 40분(11:30~18:20)
일 행 : 개똥이, 아들 영근, 먼발치에서, 조카 승혁, 맑은물
교 통 : 청량리환승센터 330-1, 진벌리-진접읍(버스), 진접읍-청량리환승센터(자주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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