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26. 23:59ㆍ폭포와계곡
서울은 여름이면 쉴 곳이 없는 거대한 콘크리트 숲이 되지만, 서울만 벗어나면 멀지 않은 곳에는 짧은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계곡이 많다.
산과 계곡은 좋아하지만 산행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이런 계곡을 찾아 무더위를 식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내와 나도 힘든 산행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경기도 양평의 중원폭포(중원계곡)를 찾았다.
강원도를 오가며 중원계곡 표지판을 봤던 터라, 용문까지는 쉽게 찾아가고 용문에서부터 지도를 보며 중원계곡 입구를 찾아간다. 산은 물론이고 논과 밭이 모두 녹색으로 변하는 한국의 여름은 어딜 가든 푸근하고 편안한 마음을 안겨준다. 그런 길을 달려, 중원계곡 입구의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 주위의 유원지와 계곡에는 이른 여름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주차장에서 5분만 올라가면 중원폭포를 만날 수 있다. 중원폭포는 인터넷에서 사진으로만 봤던 것보다 큰 폭포였지만, 아직 장마다운 비가 내리지 않아 수량은 적다. 폭포 아래에는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중원폭포 위 계곡 양옆으로는 너덜바위 지대인데도 숲이 우거져 있다. 너덜바위를 감싸고 있는 나무들이 홍수나 해빙기에 산이 무너지는 것을 막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계곡에서 중원산 혹은 도일봉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가 급하고, 험하여 산행을 한다면 제대로 준비를 하고, 여유 있는 시간계획을 가지고 올라야 할 것 같다.
아내와 나는 산뽕나무도 따먹고, 물가에 앉아서 쉬기도 하고, 계곡에 들어가 보기도 하며 천천히 계곡을 따라 치마폭포까지 걷는다. 치마폭포 안내판이 있는 곳에 폭포였을 법한 큰 너럭바위는 있지만, 가뭄이라 그런지 폭포는 찾을 수가 없다. 하지만, 중원폭포 근처와 달리 이곳은 사람도 없고 나무들도 큼직큼직하게 자라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이 우거져 있다.
중원계곡은 물은 맑은데, 수량이 적어 검은 유기물들이 많다. 그 덕분에 물고기, 계곡새우(?), 도롱뇽, 강도래 등의 많은 숲 속 계곡 생명들을 만날 수 있었다. 숲이 우거지다 보니 숨기 좋아하는 검은등 뻐꾸기는 신나게 울어댄다. 언제 들어도 신비한 느낌을 안겨주는 여름 숲의 검은등 뻐꾸기가 나는 좋다.
주차장에서 치마폭포까지는 왕복 1시간여, 쉬엄쉬엄 자연과 함께 걸어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
아내와 산에 들면 두 사람 모두 더 자연에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도시의 일상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는 빠르고, 편리함에 익숙해지고, 진지한 대화는 부족함을 느낄 때가 많은데, 숲에 들면 나는 숲의 일부가 되고, 아내도 숲의 일부가 된다. 숲은 공기만 정화하는 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높아지는 폭력성도 정화하는 것 같다. 아무리 같은 종의 나무라도 똑같은 형태인 것은 없듯, 사람의 마음과 생각도 같을 수 없다.
나무와 아내를 번갈아 보니 아내는 나무를 닮은 듯 싱그럽다.
올랐던 계곡을 거꾸로 내려와 중원폭포를 뒤로하고 중원계곡 산책을 마친다. 자연을 멀리하고 그냥 서울로 돌아가는 것이 아쉬워 소리산 석산계곡과 홍천강의 팔봉산까지 달렸다가 돌아온다. 양평군의 설악면, 단월면, 용문면 일대의 산은 높지는 않지만, 가평군 북면 일대와 같이 깊은 계곡과 숲을 품고 있어 좋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앞으로 산행해야 할 코스에 중원산, 도일봉, 소리산, 팔봉산을 포함시킨다.
장소 : 중원계곡 (중원산-도일봉 계곡, 경기도 양평)
날짜 : 2011년 6월 18일
날씨 : 맑음
코스 : 중원계곡 주차장 - 중원폭포 - 치마폭포- 주차장
시간 : 1시간 30분
동행 : 맑은물 & 나비
교통 : 낡은 승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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