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레길 3구간 중, 매동마을-창원마을-금계리 (2009.12.30)

2010. 3. 3. 00:30폭포와계곡

연말 긴 휴가를 맞아 남해안 여행 중에 지리산 둘레길을 찾았다.

 

미리 계획은 세운 게 아니라서, 둘레길 정보를 얻으려고 남원시 인월면에 있는 지리산 둘레길 안내소를 찾는다.

 

12월28일부터 2010년 2월 28일까지는 지리산 둘레길 정비공사 기간이라 이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지만, 보통 공사는 연초에 들어가기 때문에 아직은 정비작업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 같아서 둘레길을 걷기로 한다.

 

아침 매동마을에서 명보 휴게소로 이동하여 둘레길 걷기를 시작하려 했으나,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가 매동마을로 돌아와 마을 뒷길로 올라 길을 찾았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둘레길에 들어서자마자 겨울 날씨치고 기온이 낮은 것은 아니었지만, 대략 10m/s 안팎의 강풍이 불고,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여행을 계획한 것도 아니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으려고 걷는 것도 아니라 이런 강풍을 헤치고 왜 이곳을 걸어야 하는지 회의가 든다.

 

'이런 강풍 불고 추운 날 차라리 지리산을 오르면 올랐지, 그냥 동네 뒷산이고, 마을 옆길일 뿐인데 왜 걸어야 하지? 이봐, 이거 괜히 지리산 둘레길 걷기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해서 뿌듯해하려는 거 아냐?'

 

 

 

아마 매서운 지리산 바람을 1시간쯤 맞았으면 걷기고 뭐고 그냥 가까운 마을길로 내려왔을지도 모르지만, 다행히 마을 뒷산길을 지나 소나무가 우거진 숲길로 들어서면서 바람을 피해서 숲길을 걷기 시작하니 마음이 고요해진다. 이후 서진암 삼거리를 지나 숲길을 빠져나오니 논과 밭이 있는 마을 길을 걷는다.

 

정겨운 마을길을 지나 오른 등구재는 전북 남원과 경남 함양을 이어주는 길이다. 지도상의 행정구역을 가르는 고개가 아니라,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길이다. 창원마을로 내려가는 숲길에는 오래전에 농업용수를 쓰기 위해 만들었던 작은 저수지가 있는데, 지금은 산속 동물들이 물도 먹고 멱도 감고 하는 곳이 되었다. 사람이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방치되고 버려지는 게 아니라 동물이 이용하고, 또 나무와 풀, 곤충이 찾아서 서로의 삶을 나누고 있었다.

 

 

 

한 마을을 지나면 다음 마을까지는 논밭 사이의 길을 따라 걷고, 언덕배기를 넘고, 때론 동네 뒷산 정도의 고갯길을 넘어가야 한다. 이렇게 걷고 또 걸어서 출발 3시간여 만에 도착한 곳은 금계리. 앞만 보고 걸은 것은 아니지만, 혼자 걷다 보니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은 아니다.

 

 

 

처음에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시작한 둘레길 걷기지만, 금계리로 내려오면서 둘레길에서 작은 의미를 얻는다. 지리산 둘레길은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는 길, 숲의 나무들과 호흡할 수 있는 길, 매서운 바람이 둘레길 걷기의 불편함을 안겨주는 존재가 아니라 처음부터 그곳의 주인인 길이었던 것이다. 추위에 불편함을 느끼고, 생각보다 심한 오르막 내리막 길에 힘들어하는 것은 외부에서 찾아간 나의 주관적 느낌일 뿐, 지리산 둘레길은 원래 처음부터 그런 모습이고, 그런 환경인 것이다.

 

 

아주 굉장한 감동을 찾기보다는 그냥 사람과 자연이 어울려 살아가는 곳, 그곳을 걷는 길이 바로 지리산 둘레길인 것이다. 하지만,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을 꼭 지리산 자락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 과잉 산업화로 산업화 비만에 걸린 것은 고작해야 30~40년. 그렇기에 아직도 대도시를 빼면 조상 대대로 자연과 어울려 살아온 흔적을 전국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산업화 비만을 줄이고, 경제성장 없이도 살 수 있다고 얘기하면 무조건 '그건 안돼!'라고 하는 분들은 천천히 농촌과 시골길을 걸으며 생각해 보길 권한다.

 

 

[광천. 덕천강 상류인데... 장항교가 보인다]

 

 

[매동마을 입구]

 

 

[매동마을 전경]

 

 

[광고판이긴 하지만, 유용합니다]

 

 

[지리산 둘레길]

 

 

[나무 벤치가 있는 나무]

 

 

[산내면 마을 뒷길]

 

 

[함께 걷는 사람들]

 

 

[산내면 둥구재 못 미쳐 다랭이논]

 

 

[바람에 몸을 맡긴 억새]

 

 

[둥구재 넘어 낙엽송과 파란 하늘]

 

 

[지금은 산짐승의 쉼터가 된 저수지]

 

 

[급변하는 날씨]

 

 

[창원마을 지나 금계마을 넘어가는 고갯마루]

 

 

[둠벙]

 

 

[산길 따라 이어지는 지리산 둘레길]

 

 

[논길 따라 이어지는 지리산 둘레길]

 

 

 [함양 휴천면 쪽의 채석장]

 

 

 [금계마을로 내려가는 길, 눈이 더 많이 내렸다]

 

 

 [금계마을 도착]

 

 

 [산내면 지리산 둘레길에서 바라본 삼봉산 자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