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 27. 16:49ㆍ폭포와계곡
아침 햇살이 눈부신 어느 초여름 일요일에 집에 있으려니 산바람을 쐬고 싶고, 가볍게 산책을 하고 싶기도 하여, 가평의 운악산을 찾아간다.
오늘 찾게 될 운악산은 화악, 관악, 송악, 감악산과 함께 경기 5악(岳)의 하나이고, 한탄강과 한강을 나누는 한북정맥의 대표적인 산이다. 봄에는 기암절벽 사이로 분홍색 진달래가 피어나고, 여름에는 많은 사람들이 운악산 아래를 흐르는 시원한 조종천을 찾고, 가을에는 온 산이 단풍으로 붉게 물들고, 겨울에는 눈꽃과 상고대가 아름다운 산이 운악산이다. 또한, 미륵바위, 남근바위, 병풍바위 등 기암괴석과 무우폭포, 무재치폭포 등을 감추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나비와 함께 서울 집을 나서, 일주일 전 포천 백운산 갈때와 같이 47번 국도를 올라타고 명덕삼거리에서 가평군 현리방향으로 향한다. 현리가 가까워질수록 경기도 답지 않게(?) 길 옆에 포도밭이 펼쳐져 있고, 잘 정돈된 시골집들이 나타난다. 6월의 농촌풍경은 참 풍성하고, 여유롭다. 옆자리에 앉은 나비와 웃음 섞인 대화를 나누며 현리 읍내를 빗겨지나 조종천을 따라 운악산 입구에 도착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산아래 식당촌에서 막국수를 먹으니 벌써 한여름이나 된것 같다. 식당촌을 지나 운악산 현등사라고 쓰인 문을 지나 운악산으로 들어간다. 주중에 비가 내려서 현등사계곡은 계류와 폭포, 소를 만들며 시원한 물소리를 퍼트리고 있다. 길 양옆의 나무들은 새싹이 돋아난 지 두 달여 만에 부쩍 자라난 풀과 나뭇잎들로 검초록 기운이 느껴지는 여름 숲이 되었다.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이런 자연의 순환으로 이 세상 모든 만물이 살아있고, 또 영원히 이어진다는 자연의 진리를 깨닫고부터는 매년 봄이 오고 녹음이 우거지는 이 계절이 되면 자연 고마워하게 된다.
오늘은 정상까지 오르는 산행이 아니라, 현등사까지만 가는 산책이라 나비와 계곡에 내려가서 물속에 손도 담그고, 발도 담그고, 앉아서 수다도 떨며 느긋함을 즐긴다. 나비를 바라보니 초여름 숲속의 계속에나 살고 있을 법한 천사의 싱그러움이 느껴진다. 숲의 기운, 계곡의 시원함, 나비의 생동감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이 순간이 참 행복하다. 조급함 없이 계곡에 놀다가, 길을 따라 걷다가, 나물을 뜯기도 하며 천천히 산책을 즐긴다. 민영환암각비를 지나서 현등사까지 이어지는 길은 나무가 머리 위 하늘을 가려서 초록의 터널 속을 걷는 것 같다.
현등사 입구에서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는 계속을 뒤로하고 **문 방향으로 오른다. **문 뒷쪽으로는 108 계단이 이어져 괜히 수도자의 기분을 느껴보며 한 계단 한 계단 오르게 된다. 108 계단 옆으로는 6월의 초록 들풀이 즐겁게 자라고 있다. 하나의 꽃으로는 개망초가 별로 볼품이 없지만, 개망초 군락은 이 계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야생화이다.
드디어 현등사 도착. 현등사는 작은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어, 아담하니 좋고, 숲속에 있어 운치도 좋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현등사 뒤쪽으로 확장되어 가는 새로운 사찰 건물들. 무슨 사연이 있기야 하겠지만, 지금의 현등사도 조용한 분위기에 산과 조화를 이루고 있어 참 좋은데, 현등사가 너무 커지면 이런 느낌이 없어지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현등사 관내를 천천히 돌아보고, 현등사 옆의 운악산방이라는 작은 다실에 들러 차를 마신다. 짙어지는 6월의 녹음속 조용한 찻집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초록 햇살을 맞으며 마시는 차, 그리고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랑하는 사람, 나른함과 행복한 웃음. 꿈을 꾸는 것처럼 지금 이 순간이 참 좋다.
지금 이 순간의 기분을 깨지않고 싶지만, 찻잔을 뒤로하고 현등사를 떠난다. 현등사를 돌아 나와서 올랐던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서 길옆의 작은 취나물과 씀바귀를 뜯는다. 산속에는 더 많은 나물들이 있을 텐데 나물을 뜯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니 눈에 보이는 나물만 뜯는다. 현등사 계곡을 떠나, 다시 식당촌으로 돌아와 바로 떠나는 것이 아쉬워 감자전과 토속음식을 먹으니, 참 하루가 알차게 지나간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6시를 넘은 시간, 초여름 조종천은 물새들 천국이다. 주차장벤치에 앉아서 바라본 운악산 정상은 늘 그래왔겠지만, 일몰을 머금고 더욱 멋있어졌다.
운악산을 떠나 집으로 돌아올때는 갈 때와 달리 한북정맥 원통재를 지나, 포천시 일동면을 거쳐 47번 국도를 따라 집으로 돌아온다.
나비와의 사랑의 추억을 운악산 계곡 어딘가에 감춰두고 온 것 같이 아련함이 남는다.
여행지 : 운악산 (현등사 )
날 짜 : 2010년 6월 13일
날 씨 : 맑음
시 간 : 4시간 30분(13:30 ~ 18:00), 점심-물놀이-차 모두 포함
코 스 : 운악산 주차장 - 현등사 - 운악산 주차장
동 행 : 나비 & 맑은물
교 통 : 승용차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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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악산 입구]
[차가운 기운의 현등사계곡]
[주중에 비가 와서 계곡이 시원하다]
[기분 좋은 계류]
[초록 터널 속으로~]
[초록 단풍잎]
[??]
[별 뜻은 없고, 숲은 좋다고~]
[수로의 두꺼비]
[민영환 암각비가 있는 곳의 시원한 계곡]
[현등사 입구 108 계단 입구에서 본 계곡]
[달콤한 꿀풀]
[노랑괴불주머니]
[노랑물봉선화]
[차를 마셨던 운악산방 입구]
[108 계단 입구 **문]
[감각에 대하여 의식에 대하여 욕심을 버릴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이라면 더더욱...]
[108 계단]
[엉겅퀴]
[초여름에는 역시 개망초가 대세]
[작지만 개미딸기도 눈에 들어오고..]
[현등사 입구에서 바라본 올라왔던 계곡]
[운악산 경내]
[언제 봐도 느낌이 있는 '나는 누구인가?']
[운악산방]
[운악산방]
[운악산방 창밖 풍경]
[기분 좋은 초여름의 운악산]
[엉겅퀴]
[현등사 입구의 나무]
[풀과 나무, 햇살이 어우러져 생명이 넘실대는 여름 숲]
[초여름 풀]
[운악산 전경]
[물새들이 살고 있던 조종천, 뒤쪽 오른쪽 큰 산이 명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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