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강이 있는 경기도 양평의 소리산(2011.8.20)

2011. 8. 28. 00:28산행일기

일주일 전 정선 가리왕산 산행에 이어 2주 연속 산행을 떠난다. 이번에는 비교적 가까운 경기도 양평의 소리산이다. 

토요일 아침에 아내와 치과에 다녀오느라 늦게 출발했더니, 도로가 꽉 막힌다. 아직 여름휴가철이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해도 소용없다. 소리산 입구에서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시간에 우리는 겨우 서울을 벗어나고 있었다. 제시간에 도착한 먼발치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와서 먼저 산에 올라가겠다고 한다. 큰 산이 아니라서 먼저 산행을 하라고 하고, 1시가 넘은 시간에 소리산 소금강에 도착한다. 

 

배낭을 메고 산음천 유원지의 징검다리를 건너 횟가마골 입구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횟가마골은 아담하지만 시원한 계곡을 품고 있어서, 몇몇 사람들이 발을 담그고 늦더위를 식히고 있다. 가볍게 밥을 먹고 물길을 건너 논골을 향해 올라간다. 논골은 지난주까지 비가 많이 내려서 그런지 곳곳에 작은 폭포들이 있다. 평소에는 그저 물이 흐른 흔적만 있을 텐데, 졸졸 흐르는 폭포를 만난 것은 지금이 여름이기 때문이다. 여름의 무더위와 축축함에 몸은 쉽게 지치기도 하지만, 여름 산행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활기차고 역동적인 기운이 있다. 설렘의 원천인 풀과 나무, 계곡, 여름 산에는 이 모든 것들이 살아 있다.

 

논골 갈림길을 지나면서부터는 물줄기를 뒤로하고 능선을 올라야 하는데, 이제는 물의 흔적이 전혀 없는 바짝 마른 길이 시작된다. 10여분 오르니 산음천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에 올랐다가, 다시 5분쯤 더 가서 백여 미터가 넘는 낭떠러지인 수리바위에 오른다. 

수리바위의 서쪽은 수십 미터? 혹은 100미터가 넘는 엄청난 절벽인데, 수리바위에 오르니 아래로 산음천 협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골짜기 건너 보이는 봉미산은 해발 800미터의 산인데, 산세가 험하고, 정상부가 안개구름에 싸여있어 1000미터가 넘는 고산의 느낌이 난다.

 

처음에 가팔랐던 길은 수리바위 이후로는 걷기 편한 참나무 숲이 이어진다. 숲길을 걸으며, 무심봉은 그냥 지나치고 바람굴에 도착한다. 바람이 나와서 바람굴이라는 이름을 얻었을 텐데, 동굴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작은 바위 구덩이 같은 데다가 오늘은 바람의 흔적이 전혀 없다. 바람 굴을 지나서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먼발치에서 가족을 만난다. 언니와 조카들과 함께 산행에 나선 먼발치네 가족의 모습이 흐뭇하니 보기 좋다.

 

먼발치에서는 산 아래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아내와 나는 정상을 향해 출발한다. 수리바위를 지나고부터는 평탄한 길이 이어져 30분만 가면 정상에 도착한다. 아직 여름이긴 하지만, 올라올 때는 그렇게 덥지는 않았지만, 소리산 정상에 올라서니 이상하리 만큼 뜨거운 기운이 갑자기 다가온다. 아내도 햇볕이 너무 뜨겁다며 바로 정상 아래로 내려가 버린다. 나는 정상에서 확 트인 주변의 조망을 보다가 내려와 바람이 산들산들 부는 곳을 찾아 아내와 과일을 나눠 먹는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산이지만 작은 산이라서 그런지, 정상 주위도 호젓하고, 토요일 오후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 사람들이 몇몇 있을 뿐이다.

 

하산은 올랐던 길을 그대로 돌아 내려오면 된다. 정상에서 바위굴을 거쳐 수리바위를 지나 논골 물줄기를 만나는 곳까지 단숨에 내려왔더니, ' 먼발치에서' 가족이 시원한 물가에서 쉬고 있다. 논골 개울 물에 세수를 하고, 막걸리를 한잔 마시니 냉기가 온몸으로 퍼져 나간다. '먼발치에서'의 조카 승혁이는 2년 전 남양주 철마산에 같이 갔었는데, 그동안 튼튼해지기도 하고 여전히 활기차고 건강하다. 승혁이의 조카는 이제 겨우 5살, 논골 계곡을 이모 등에 업혀 내려간다. 논골 계곡을 10분 만에 내려와 횟가마골 입구를 지나 산음천 징검다리에 도착한다. 2시간 30분 만의 짧지만 알찬 산행이 끝난다.

소리산은 주변의 봉미산, 종자산 등에 비해서도 낮은 산이지만, 석산계곡이 산을 휘감아 돌고, 수리바위등 소금강의 절경이 있어 실제보다 훨씬 커 보이는 산이다.

 

산음천 징검다리를 건너 기다리고 있던 개똥이 가족과 함께 홍천강으로 이동하여 강변 야영을 한다. 오랜만에 늦은 밤까지 개똥이와 먼발치, 또 아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다음날 다시 석산계곡으로 이동하여 여름 물놀이를 즐기고 아직 열기가 가시지 않은 도시로 돌아온다.


산행지 : 소리산 (경기도 양평)

날 짜 : 2011년 8월 20일(21일)

날 씨 : 맑음 (소나기)

산행 코스 : 소리산소금강 표지석 - 산음천 - 논골 - 수리바위 - 바람굴 - 정상 - 바람굴 - 논골 - 산음천(원점회귀)

산행 시간 : 3시간 (오후 1시30분 ~ 4시 30분)

일행 : 맑은물, 나비, 먼발치에서 외 2인 

교통 : 승용차 이용


[포토 산행기]

[횟가마골 입구]
[횟가마골 입구]
[여기는 논골 입구]
[작지만 시원한 논골]
[논골 올라가는 길]
[아래 산음천이 흐르는 골짜기, 뒤편 큰 산이 봉미산]
[수리바위 위에서 본 석산계곡]
[수리바위 위에서 본 석산계곡]

 

[소리산 정상 근처]
[논골의 습지, 예전에 논이 있던 지역으로 추정됨]
[논골로 하산하는 길]
[산음천 징검다리]
[산음천(석산계곡)과 수리바위]
[소리산 정상에서 바라본 산음리]
[횟가마골과 산음천이 만나는 곳]
[논골의 작은 폭포]
맑은 물을 건너는 맑은물

 

 

[홍천강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