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을 내어 줄지언정 숙이지 않겠다. 평창 발왕산 (2019.10.25)

2020. 4. 1. 11:47전국산행일기

발왕산은 해발 1458미터로 대한민국에서 12번째로 높은 산이다. 여러 곳에서 산행정보를 찾을 수 있지만, 용평스키장으로 산행이 불가능한 줄 알았다.
우연한 기회에 가족과 용평리조트에 갔다가 마침 발왕산 관광 케이블카를 타게 되었다. 케이블카 표를 끊고 대기하는 시간에 발왕산(용평리조트) 홍보 영상을 보았다. (영상은 여기 https://www.youtube.com/watch?v=q1GFXQD_KI4

원래 발왕산이라는 이름은, 발이 커 발왕으로 불리는 남자의 사랑이야기에서 유래했다는 얘기가 많으나, 홍보 영상에서는 만물을 다스리는 8왕의 산(태양, 대지, 물, 구름, 나무, 바람, 별, 하늘)으로 발왕산을 소개하고 있다. 조금은 억지스러울 수도 있는 시도지만, 발왕산의 산세를 생각하면 그럭저럭 잘 만든 이야기다.

케이블카는 왕복 7.4km로 약 18분이 걸리는데, 용평스키장으로 많은 숲이 훼손된 것이 아쉽긴 하지만, 늦가을 형형색색으로 물든 단풍 풍경은 최고였다. 상부 정류장 내려보니, 발왕산 정상도 바로 코앞이다. 산행의 의미는 없지만, 어차피 이렇게 높이 올라온 것, 발왕산 정상에 다녀오고 싶어 졌다.

해발 1400미터 고지대라 바람이 다소 쌀쌀하게 불어, 같이 간 아내와 딸은 가지 않겠다고 하여 혼자 정상에 다녀오기로 한다.
발왕산 정상 510미터라는 안내표지판을 따라가니 산책로 같은 길이 이어진다. 편한 길에 편한 복장의 등산객이 많지만, 침묵하며 자리를 지키는 주목군락이 이곳이 원래 높은 산임을 일깨워준다. 작은 언덕을 넘으면 헬리콥터 착륙장이 나오고, 짧은 바윗길을 지나 바로 발왕산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은 따로 높은 봉우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큰 정상바위에 정상표지석이 전부다. 정상 바위에 올라 탁 트인 주변을 바라본다. 북쪽 풍력단지를 통해 선자령과 오대산을 알아볼 수 있다. 그 옆으로 계방산이 이어지고, 흥정계곡을 품은 보래산과 흥정산이 보인다. 동쪽 가까이 풍력단지가 있는 곳은 고루포기산 인듯하고 그 아래로 한강 상류 송천을 막아선 도암호가 보이고, 그 너머로는 동해 바다가 희미하게 보인다. 맑은 날 오면 푸른 동해 바다가 보일 정도의 높은 산이었구나.

상부 정류장으로 돌아오며 서쪽 산 위로 해가 진다. 발왕산은 멋진 일몰 명소다. 정상으로 갈 때 지나쳤던 연리지 나무를 만나고 정류장에서 가족을 다시 만난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며 생각에 잠겨본다. 발왕산은 북쪽 사면의 많은 부분을 스키장으로 내어 주는 아픔을 겪고 있지만, 만물을 다스리는 8왕의 당당함을 잃지 않는 대자연의 장수 같다. 그래서 제목을 '팔을 내어 줄지언정 숙이지 않겠다'라고 지었다. 더 많은 숲과 더 많은 자연의 공간을 빼앗기더라도 발왕산의 당당함은 백 년이 가도 천년이 가도 빼앗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산행지: 발왕산 (강원도 평창, 해발 1458m)
날 짜: 2019년 10월 25일
날 씨: 맑음
산행코스: 용평리조트 - 케이블카 상부정류장 - 발왕산 정상 - 케이블카 - 용평리조트
산행시간: 1시간 40분 (오후 4시~5시 40분)
일 행: 맑은물, 가족
교 통: 용평리조트까지 다양한 교통 이용 가능. (자동차, 버스, KTX 진부역)


#사진으로 보는 산행기

[발왕산 정상 북쪽 능선에서 조망]
[발왕산 정상 부근,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
[발왕산 정상 가는 길]
[발왕산 정산 능선에서 조망]
[발왕산 정상 능선에서 조망]
[발왕산 정상 바위]
[발왕산 정상에서 동남쪽 조망, 왼쪽 아래 도암호가 살짝]
[발왕산 아래 도암호]
[발왕산 남서쪽 조망]
[발왕산 정상 능선 주목과 케이블카 정류장]
[발왕산 정상 주목]
[발왕산 일몰, 실물이 사진 보다 나았던...]
[발왕산 정상 능선에서 조망]
[동북쪽 고루포기산 풍력단지]
[서쪽 일몰]
[발왕수, 샘터]
[다음날, 발왕산 아래 단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