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18. 15:01ㆍ북한산국립공원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더불어한길 산행이다. 오래전 산행모임으로 시작했다가, 한동안 친목모임 형태로 내실을 다져왔는데, 산행이 빈번해지니 이제 다시 산행모임이 된 것 같다. 다만, 예전의 싱글 산행모임이 아닌 이제 가족산행 모임이 되었다.
아침 10시 30분 약속시간에, 약속장소인 정릉 탐방안내소 주차장에 세 가족이 모인다.
오늘 목적지는 산행대장 새담이가 정한 북한산 형제봉이다. 새담이는 올봄에 갔었던 칼바위 능선을 내원사 방향으로 올라가 보고 싶다며 잠시 마음이 흔들렸지만, 약속한 대로 형제봉 산행을 하기로 한다.
탐방안내소를 지나 초반 그래텔 숲(*청수폭포위 휴식공간)까지는 평범하고 짧은 계곡길인데 아직 몸이 덜 풀린 어른 아이들이 조금 힘들어한다. 그래텔 숲에서 잠시 쉬며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출발해서는 아이들 산행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진다. 매일 축구를 한다는 재언이는 컨디션이 회복됐고, 만난 지 몇 분 만에 형과 친해진 초1 재현이는 그 형아를 따라 선두에 서서 빠르게 앞서 나간다. 이번 태풍에 쓰러진 나무와 가을이 오며 조금씩 바뀌는 숲 속 풍경 등은 어른들만의 관심사다.
형제봉 오르는 주능선을 만나고도 쉬는 시간은 짧고 이동 속도는 빠르다. 다행히, 또 다른 중1 (JH)가 계속 힘들다고 말해주어서, 조금씩 속도가 늦어진다.
형제봉 주능선에 오르면 나무 사이로 중간중간 북한산성 능선이 보이는데 일주일 전보다 색이 더 갈색으로 변했다. 단풍이 점점 내려오고 있다. 형제봉 주능선은 아래쪽은 약하게 단풍이 들었지만, 오를수록 단풍색이 짙어진다. 점점 오를수록 휴식시간과 간식시간이 길어진다.
그래도 계획보다 빠른 시간에 정릉동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바위 전망대까지 도착한다. 제법 높은 산속에 있는 새담이 학교 위치를 보고 어른들이 놀란다.
전망대를 지나 조금 더 오르면, 형제봉-평창동-대성문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 대성문 방향은 보토현으로 일선사를 지나 북한산성 대성문까지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우리는 왼쪽(남쪽) 형제봉 방향이다. 방향이 정해지면 민첩하게 오르는 아이들을 따라 어른들이 힘겨워하며 오른다. 목표가 보이면 용수철이 되어 튕겨 오르는 아이들이다. 갈림길에서 바윗길을 따라 3분만 오르면 정상에 도착한다. 1~2년 전 새담이와 오를 때만 해도 이 바윗길이 아이에게 좀 가팔라 보였는데, 오늘은 쉽게 올랐다.
형제봉은 높이에 비해 전망이 참 좋다. 북쪽으로 보현봉과 북한산성 능선, 서쪽으로 평창동과 비봉능선, 서쪽 멀리 계양산, 남쪽으로 백악산-인왕산-안산 능선과 그 뒤로 서울 도심과 겹쳐져 보이는 남산, 남쪽 하늘과 맞닿은 관악산 청계산, 동쪽으로 정릉동과 개운산너머 성북구 일대가 보인다.
가을이라 형제봉에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예전보다 오히려 사람이 적고 한적하다.
대성문 방향 북한산성 능선으로 산행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형제봉의 남쪽 동생봉(가칭)을 넘어 내려가기로 한다. 형과 동생 봉우리 사이 거리는 짧지만, 바위 봉우리에 바윗길이라 아이들에게 다소 험해 보이는 코스다. 하지만, 아이들은 두려움 없이 술술 내려갔다가, 동생 바위 봉우리도 단숨에 오른다. 동생봉에서 조망은 형 봉우리 보다 좋다. 사방이 모두 뚫려있고, 오늘따라 하늘이 더 새파랗다. 보현봉을 중심으로 북한산성 능선이 더 넓게 보인다. 서쪽으로 비봉능선의 족두리봉과 비봉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동생봉에서 내려가는 바윗길도 험하긴 마찬가지다. 칼바위 능선을 가고 싶었던, 새담이는 험한 길을 보고는 오히려 좋아하며, '형제봉 칼바위 능선'이라고 마음대로 이름을 붙여놓는다. 나는 중간중간 사진을 찍다가 일행과 조금 뒤처지기도 하여, 도움을 못줄 땐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더불어한길 이름에 걸맞게 사진 산행 보다, 함께 산행을 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조금 더 내려가다 보니, 말 그대로 집체만 한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등산로 옆에 있다. 거대한 봉우리도 아니고, 지표면에 이렇게 큰 바위가 있다니 놀랍다. 아마도, 형제봉 쪽에 붙어 있던 바위 봉우리가 오래전 언젠가 떨어진 것 같다. '셋째 동생봉'이었을 거라고 어떤 아이가 말한다.
끝날 듯 끝날 듯하던 바윗길을 거의 1시간이나 내려와서야 끝이 나고, 북한산 둘레길 명상의 길 구간을 만난다. 우리는 정릉 탐방안내소 방향(1.5km)으로 내려간다. 지난여름 두 번이나 찾았던 국민대 뒷산 쪽 정릉천 계곡은 한 달 가량 비가 오지 않아 물이 졸졸 흐르는 개울로 변해있다. 새담이와 물놀이하며 즐겁게 놀던(하지만, 새담이는 모기떼 기억으로 싫어하는), 장면이 엊그제 같은데, 한 달이 지나고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시간은 이렇게 하루가 가고, 한 달이 가고, 여러 해가 가고, 우리의 등산모임 친구들은 부모가 되고, 성숙해져 간다.
형제봉 바윗길을 넘은 아이들에게 명상의 길 마지막 1km는 지루한 길이었으나, 형제봉 주능선에서 탐방안내소로 내려가는 길을 만나니 금세 회복되어 팔팔해지는 아이들을 보니, 성숙하고 성찰하는 건 필요하지만, 삶의 에너지를 유지하며 활기차게 사는 게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산행지: 북한산 형제봉(462m)/ 서울 성북
날 짜: 2020년 10월 17일
날 씨: 맑음
일 행: 8명 (맑은물 가족 2, 포비 가족 3, 호~옹 가족 2)
산행코스: 정릉 탐방안내소- 청수폭포- 형제봉- 북한산 둘레길 명상의 길 - 정릉 탐방안내소
산행시간: 3시간 40분 (10시 40분~14시 20분)
교 통: 서울시내에서 시내버스 110, 162, 143, 1020, 1213 종점, 경전철 보국문역에서 북한산 입구까지 15분 걷기)
[2020년 10월 17일, 북한산 가을 산행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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