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북한산 칼바위-문수봉 산행 (2022.12.16)

2022. 12. 27. 22:44북한산국립공원

12월 둘째 주, 첫눈은 아니지만 눈이 제법 내렸다. 아직 쓰지 못한 연차 가운데 하루를 눈 산행에 쓰기로 한다. 
눈을 보러 멀리 갈 필요 없이 북한산 청수계곡으로 향한다. 탐방안내소 주차장을 지나면서 청수계곡을 감싸고 있는 능선을 크게 한 바퀴 돌기로 한다. 대략, 청수계곡-칼바위능선-북한산성 능선-대성문-보토현-형제봉으로 도는 코스인데, 청수계곡을 기점으로 많은 산행을 했지만, 이렇게 크게 한 바퀴 도는 산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언제나 맑은 물이 흐르는 청수계곡은 오늘은 하얀 눈으로 덮혀 고요하다. 시간이 멈춘 듯 얼어붙은 청수폭포도 오늘은 조용하다. 북한산국립공원 사무실 앞을 지나 내원사 가는 길로 들어선다. 무거운 도시를 등에 지고 산으로 오르지만, 무겁지 않다. 나무 가지 사이로 눈 덮인 형제봉과 보현봉이 보인다.  20~30미터 높이의 참나무숲을 지나면 곧 내원사에 도착한다. 입구 범종각에 '당신이 최고'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평범한 나에게 힘이 되는 말이고, 듣고 또 듣고 싶은 말이다.  
주차장에서부터 이어진 콘크리트 길이 내원사에서 끝나고, 흙길 등산로가 시작된다. 하얀 눈 위에 사람 발자국이 아직 하나도 없다.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와 산새소리만 들린다.
 
칼바위 주능선에 올라섰더니, 설경의 도봉산과 찬바람이 함께 다가온다. 봉우리가 아름다운것은 낮은 능선이 있기 때문이다. 칼바위능선을 따라 5분만 오르면 통신시설이 있는 문필봉이다. 문필봉 정상은 조망이 막혀 있지만, 정상 5미터 앞 바위에 오르면 백운대가 잘 보인다. 문필봉을 내려가 칼바위 가는 길, 여전히 사람이 없고, 붉은 팥배열매를 먹는 검은 까마귀만이 나를 의식한다.
칼바위 능선의 험한 길을 오르는데,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칼바위 능선을 산행했던 생각이 난다. 칼바위 험한 구간을 오르며 재미있다고 웃던 아이, 또 한번은 험한 구간에서 내가 발 딛는 곳을 똑같이 디디며 아빠만 따라 하면 된다던 아이, 3월 꽃샘추위에 북한산성 성곽 아래에서 쪼그려 김밥 먹던 아이,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자신의 뜻으로 산행에 따라온 건데, 아련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왜 그런 것일까? 지금 이 시간, 이 능선의 끝에 위치한 학교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칼바위 능선에 처음 오르는것은 아닌데, 오늘 조망은 이전 산행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 눈 덮인 북한산 백운대, 도봉산까지 한눈에 들어오고, 동쪽으로 수락산, 형제봉 뒤로 백악산과 인왕산, 남산까지 오늘은 산과 날씨 모두 아름다움 자랑하는 날 같다. 사진작가로 보이는 2명의 사내가 떠난 후에도 나는 한참 동안 더 북한산 조망에 빠져 있었다. 
북한산성을 만나 보국문으로 넘어오니 보국문은 몇년 전 대성문처럼 보수 공사 중이다. 몇 년 전 겨울, 보국문 안쪽으로 커다란 고드름이 생긴 것을 보았는데, 이번 보수 공사와 연관이 있을 것 같다.

북한산성 성곽 위 눈은 아직 녹지 않았고, 성곽 옆 등산로는 눈이 많아 미끄럽지만, 성덕봉(전망대) 오르니 백운대를 비롯한 북한산 곳곳의 아름다움이 보인다. 눈 내린 다음 날 산행인데, 어딘들 아름답지 않겠는가?
대성문을 지나서 눈길이 더 미끄러워져 아이젠을 착용하고, 보현봉 최근접 북한산성에 오르니, 고도 때문인지 춥다. 대남문을 지나 오늘 산행의 반환점 문수봉까지 계속 직진이다. 해발 727미터 문수봉에는 상고대가 피어있다. 문수봉에서 내려다보는 광활한 서울은 이제 산을 빼면 모두 인간이 만든 건축물, 구조물로 채워져 있지만, 직관적으로는 눈 내린 서울이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문수봉에서 보는 백운대, 비봉능선, 보현봉, 백악산, 인왕산, 남산이 아름다운 것은 느낌이 아닌 사실이고.
 
문수봉에서 누렁이 유기견과 눈이 마주친다. 먹을 것을 달라는 행동도 없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데도 누렁이의 표정에서 누렁이의 마음이 전해진다. '나를 잘 보살펴 주고, 나에게 먹을것을 주고, 나와 다정하게 놀았던 인간에 대한 기억이 있어. 인간은 그렇지? 배고픈 동물의 눈을 외면하지 않는 게 인간이지?'  젖먹이 흔적까지 있어, 그 눈빛, 그 표정을 외면할 수 없다. 유기견 먹이 금지 안내판이 있지만, 눈앞에 있는 굶주린 생명의 눈빛이 더 호소력이 강했다.
 
문수봉을 내려와 대남문에서 북한산성 대신, 아래 우회로로 대성문가는 우회로로 내려온다. 이쪽은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지역이라, 눈이 더 많이 쌓여있다. 대성문에서 북한산성 성곽 밖으로 나와 일선사 갈림길, 보토현을 지나 형제봉 갈림길까지 내리막길이라 쉬지 않고 걷는다.
'형제봉에 오를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 기왕 청수계곡 능선을 모두 돌기로 했으니 올라갔다 오기로 한다. 형제봉의 형 봉우리에 올라 오늘 걸어온 문필봉-칼바위-성덕봉-보현봉을 돌아본다. 멀리 돌아왔지만, 의미있는 청수계곡 능선 종주다. 동지를 1주일 앞두고 4시가 넘으니, 벌써 서쪽 하늘이 붉어지고 골짜기마다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한다. 마음이 급해져 빠르게 내려오다, 눈에 미끄러지며 바위위로 크게 뒤로 넘어졌는데 천만다행으로 등산가방이 바위 충격을 모두 받아, 나는 멀쩡할 수 있었다. 
정릉탐방안내소까지 익숙한 길이라, 빠른 걸음으로 내려와 청수계곡 한바퀴 돌기 산행을 끝낸다.


산행지: 북한산 칼바위-문수봉 (서울 성북, 강북)
날짜: 2022년 12월 16일
날씨: 맑음
코스: 정릉탐방안내소 --> 내원사 --> 문필봉 --> 칼바위 --> 보국문 --> 대성문 --> 대남문 --> 문수봉 --> 대성문 --> 보토현 --> 형제봉 --> 청수장 정릉탐방 안내소
시간: 5시간 45분 (9.7km, 11시 05분 ~ 16시 50분)
일행: 나홀로
교통: 도보


[포토 산행기]

청수계곡 초입
맑은 물이 콸콸 흐르던 청수계곡
자연은 예술이 되고
내원사 가는 길에 본 형제봉
내원사 가는 길에 본 보현봉
참나무 숲 뒤로 내원사가 있다
평범한 사람, 당신이 최고. 비범한 사람은 겸손 할 것.
칼바위 주능선을 앞에 두고
칼바위 주능선에 오르니 보이는 도봉산
도봉산 선인봉, 오봉
수락산
문필봉에서 보이는 만경대, 인수봉, 영봉, 오봉까지.
문필봉 내려오며 앞으로 가야할 칼바위능선(우), 왼쪽으로 북한산성 능선
한적한 산행에서 나를 의식하던 까마귀
칼바위능선 험한 길 시작
동쪽으로 수락산(좌), 불암산(우)
칼바위능선에서 본 도봉산(좌), 수락산(우)
바로 아래 구천계곡과 멀리 수락산(좌), 불암산(우)
인적 드문 칼바위능선 산행길
칼바위능선 오르는 길에 본 형제봉
남산과 멀리 청계산(좌), 관악산-삼성산(우)
칼바위에서 남쪽 조망
칼바위에서 본 성덕봉(우), 보현봉(좌.끝)
성덕봉(가운데), 오른쪽으로 칼바위능선 암릉이 보인다
칼바위에서 남동쪽, 바로 앞 문필봉과 뒤로 용마산, 더 뒤로 예봉산, 갑산
칼바위에서 동쪽, 앞쪽으로 불암산과 뒤로 천마산 (뒤-우), 철마산(뒤, 좌)이 보인다
칼바위에서 남서쪽으로 형제봉-백악산-인왕산-안산이 차레로 이어진다
칼바위에서 본 보현봉(좌), 문수봉(오른쪽에서 두번째 봉우리)
칼바위 정상(석가봉)에서 본 북한산 전경. 도봉산(우)
북한산 백운대 정상부 봉우리들
칼바위에서 본 도봉산 전경
칼바위에서 본 수락산(좌), 불암산(우), 뒤로 천마산-철마산이 보인다.
칼바위에서 남동쪽, 아래 서울 수유동, 오봉산, 멀리 백봉산(좌), 예봉산, 검단산 조망
칼바위에서 수락산, 뒤로 50km 떨어진 명지산-연인산으로 추정
불암산, 뒤로 천마산(우), 철마산(좌)
칼바위에서 본 망우산과 용마산(앞), 뒤로 왼쪽으로 예봉산-운길산, 오른쪽으로 검단산
칼바위에서 본 남산, 관악산(우), 가운데 뒤로 백운봉까지 조망
칼바위에서 바라 본 북한산 전경
칼바위에서 본 북한산 정상부
칼바위에서 본 북한산, 도봉산
칼바위에서 본 북한산-도봉산
칼바위에서 본 북한산 백운대 정상부
북한산성 성덕봉 오르는 길에 본 도봉산
성덕봉 정상에서 본 백운대, 노적봉, 만경대 등
북한산 성덕봉에서 본 백운대 정상부 일원
북한산 성덕봉에서 본 백운대와 왼쪽으로 이어지는 염초봉, 원효봉, 백운동 계곡 가운데 중흥사
보현봉에서 형제봉-백악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바람의 흔적은 원형
북한산성, 보현봉 갈림길 부근(출입금지 구역)
보현봉 근접, 북한산성에서 본 청수계곡
북한산성
대남문에서 남쪽, 한강이 반짝인다.
대남문 문루
대남문
어쩌다 어미개
문수봉에서 남서쪽 조망
문수봉에서 본 보현봉
문수봉에서 본 보현봉(좌), 차례대로 백악산, 인왕산, 안산
문수봉에서 본 비봉능선
문수봉에서 본 비봉능선
문수봉에서 본 백운대
문수봉 상고대
사실, 원래 문수봉은 저 뒷 봉우리
대남문을 비추는 서광
보현봉 아래 정릉천 발원지
일선사 갈림길에서 본 칼바위 능선
형제봉 오르는 길에 본 보현봉
형제봉에 일몰시간이 다가온다. 연말이 다가온다.
형제봉에서 본 보현봉, 가운데 일선사가 보인다
정릉동으로 내려오는 중
둘레길, 명상의길 전망대에서
북한산성 주능선에서 본 백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