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12. 18:50ㆍ북한산국립공원
겨울이라고 집에만 있었더니 몸이 더 찌뿌둥하다. 점심까지 혼밥 하고 오후에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북한산. 코스는 미정.
춥지 않은 날씨지만 등산복을 따뜻하게 입고, 방한 장갑, 방한모자를 단단히 챙긴다. 등산 배낭은 집에 두고 3시간 코스로 가벼운 등산을 하자.
북한산 정릉 탐방안내소를 지나 청수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가까운 형제봉을 갈까? 눈이 쌓여있을 북한산성까지 오를까? 조금 멀리 문수봉까지 갈까?' 결정을 못하고 걷고 있는데 아내에게서 전화가 온다. 예정보다 늦게 도착한다고 하여 긴 코스로 북한산성을 올랐다가 구기계곡으로 내려오기로 한다.
코스를 결정한 후에는 청수계곡을 따라 쭉쭉 올라간다. 마당바위를 지나 쌍샘 약수터까지 한걸음이다. 청수계곡은 꽁꽁 얼어붙었지만, 쌍샘 약수는 얼지 않았다. 약수터를 뒤로하고 오르는 길에서 성덕봉 칼바위 봉우리가 나무사이로 잘 보인다.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그늘을 만들지만, 겨울산은 나무 사이로 시야가 트이는 게 매력이다.
출발한 지 1시간 5분 만에 보국문에 도착한다. 보국문을 지나 백운동계곡 쪽으로 넘어가니 칼바람이 매섭다. 보국문 앞뒤로 체감온도 차이가 큰게 마치 요즘 정치권 같다. 위헌 계엄선포에 대해 한쪽은 상식적이고 민주적인 대응을 하는데, 한쪽은 아주 극단적으로 옹호를 한다. 왜 이렇게 큰 차이가 생긴 것일까?
보국문에서 성곽길을 따라 성덕봉으로 오르는데 눈이 제법 쌓여있다. 북한산성 기온은 서울 도심에 비해 낮고, 아래 청수계곡에 비해서도 낮다. 겨울철에 서울에 비가 내릴 때 북한산 보현봉 일대, 북한산성은 하얀 눈으로 뒤덮일 때가 있다. 오늘은 아이젠을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얼음대신 눈을 밟고 오른다. 겨울산행에서 아이젠은 항상 챙기자고 다짐한다. 조심하며 성덕봉에 올라 북한산 풍광에 빠져본다. 칼바위, 청수계곡, 보현봉, 남장대, 백운대와 노적봉의 정상부 일대까지 한눈에 보이는 최고의 전망대 가운데 하나다. 설경을 더 보고 싶지만 북한산성을 따라 이동한다. 산성 길은 수 없이 지나 익숙하지만 볼 때마다 아름답다. 대성문을 지나 북한산성 길을 따라 가려다가 우회로로 간다. 계곡 쪽 우회로는 북쪽사면으로 해가 들지 않아 눈이 많이 쌓여 있다.
대남문 아래 계곡길은 지난해 여름에 왔을 때 철철 물이 흐르던 곳과 같은 장소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모습이다. 북한산성능선 보다 더 많은 눈이 쌓여있다. 조금 늦은 오후에 이쪽에서 대남문 방향으로 오를때는 오후 햇살이 대남문을 통과하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는 사람만 보는 진귀한 모습이다. <아래 사진 참고>
대남문 마루에서는 처마에 걸린 보현봉 암봉을 보는 것이 필수다. 남서쪽으로는 보현봉과 비봉능선 사이로 구기계곡이 부드럽게 이어지고 있다. 오늘은 문수봉에 오르지 않고 바로 문수사로 건너간다. 문수사 앞뜰에서 보현봉을 바라보며 잠시 감상에 빠졌다가, 삼각산천연문수동굴 앞에서 두 손 모아 나에게 내 마음을 보낸다.
문수사를 내려와 구기계곡으로 가는데, 지나가는 분이 길을 물어 보길레 알려준다. 오늘만 세 번째 등산알림이 역할을 했다. 청수계곡 쌍샘 아래쪽에서 내려오던 일행이 길을 물었고, 대성문을 지나는 길에 어떤 커플이 길을 물어봤었다. 내 얼굴에 산행의 여유 혹은 북한산 코스를 잘 아는 동네 아재 흔적이 묻어 있는것 같다.
깔딱 고개로 위쪽에서는 북한산성능선에서 가장 높은 두 봉우리가 계곡 좌우로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비봉능선 위쪽에 있는 두꺼비바위를 아래에서 볼 수도 있다. 구기계곡을 따라 내려가며 승가봉, 사모바위, 비봉이 보인다. 이 계절에는 나뭇잎이 시야를 가리지 않아 더 절경을 볼 수 있어, 새로운 산행을 하는 느낌이다. 가리지 않고 투명하고 솔직한 시야는 겨울산행의 매력이다. __다리를 지나고 부터는 만나는 구기계곡은 바짝 얼어붙어 있지만, 승가사 삼거리를 지나 내려오면 계곡은 아직 한겨울 모습은 아니다. 구기계곡 입구 쪽 다리 이름은 귀룽나무교, 버들치교, 박새교... 실제 자연환경과 맞춰 지은 이름이 좋다.
구기계곡 입구를 지날 때는 10여년 전 여름 갓난아기였던 아이를 안고 거닐 던 추억에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좋은 추억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구기 탐방안내소 건물을 지나며 산행을 끝낸다. 구기계곡은 도심으로 나오며 하수도 시설을 위한 콘크리트 구조물과 주변 건물과 도로를 위해 자신을 빼앗기고 만다. 그마저도 지하로 흐르다가 신영동 삼거리에서 겨우 홍제천을 만난다. 자연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위해 구기계곡이 제대로 흘러 홍제천을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둘레길 정보
구 간: 청수계곡-북한산성-구기계곡 (서울 성북구, 종로구)
날 짜: 2025년 1월 8일
날 씨: 맑음
일 행: 맑은물 홀로
코스: 정릉 탐방지원센터 - 청수계곡 - 보국문 - 성덕봉 - 대성문 - 대남문 - 구기계곡 - 구기동
소요시간: 3시간 10분 (14시 00분 ~ 17시 10분)
교 통: 서울 버스
#포토 산행
'북한산국립공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은 계곡을 따라 흐른다. 북한산 청수계곡 - 백운동계곡 (2025.4.20) (0) | 2025.04.21 |
---|---|
지연된 정의, 지연되지 않은 봄. 북한산 형제봉 (2025.4.1) (0) | 2025.04.02 |
평일 산행으로 더 아름다웠던 도봉산 (2024.10.23) (0) | 2024.10.23 |
폭포와 계곡 명소가 된 북한산 청수계곡-문수봉 (2024. 7. 19) (0) | 2024.07.19 |
안개 바다의 도봉섬과 수락섬을 본 북한산 새벽산행 (2024.6.26) (0) | 2024.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