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우여곡절 끝에 접선한 청계산 (2003년 1월4일)

2003. 6. 19. 19:41산행일기

토요일 저녁에 하나사랑이 일요일에 산에 가자고 전화를 했다. 오늘, 내일은 초강력 추위가 몰려온다는 일기 예보가 있어서 산에 가고 싶지 않았는데, 갑작스러운 전화에 당황화여 가겠다고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홀로 맞이한 토요일 밤, 텔레비전에서 영화 "접속"이 나왔다.
'저게 언제 적 영화인데...... 지난번에도 한번 나왔는데 또 나오는군.'
궁시렁 거리면서 결국 끝까지 다 봤다.
그때까지만 해도 일요일 산행 컨셉이 "접선"이 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일요일 아침, 매서운 추위에 일어나기 싫어 눈을 뜬 지 한 시간이 지나서야 이불속에서 나왔다. 이미 9시 30분. 늦었다고 못간다고하는것이 가장 좋은 변명거리가 될 거 같아 전화를 했다. 

"어.. 나 늦어서 못 갈 거 같거든~~ 그래그래... 담에 보자" 기뻤다. 

 

아침에 수도계량기도 얼어붙어서 씻기도 힘든데.. 무슨 산행이람? 그런데, 전화를 끊고 나서, 하루 종일 집에 있을 생각을 하니 갑갑함이 몰려왔다. 하나사랑에게 다시 전화를 해서 양재는 너무 멀고, 난 인덕원 쪽으로 가겠다고 했다.

인덕원에서 12시 20분 마을버스를 타고, 청계사 아래에 내려 청계사까지 걸어가니 벌써 오후 1시다. 바삐 오느라 먹을 것을 하나도 준비하지 못했다. 일단 '입에 붙지 않는 호박엿'을 샀다. 아무래도 점심이 부실할 거 같았는데, 청계사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여서, 혹시나 공양밥을 얻어먹을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역시나 청계사에서는 공양을 하고 있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혼자 밥을 얻어먹었다. 고추장 없는 비빔밥이 싱거웠지만, 맛있게 비우고 망경대 쪽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하 사랑에게 몇번이고 전화를 했는데 자꾸 소리샘으로만 연결됐다. 산이었고, 추운 날씨 때문에 배터리가 얼은 것 같았다. 정상에서 만나려면 서둘러야 하기 때문에 오랜만에 빠른 걸음으로 산을 올랐다. 뜨거운 입김이 턱밑까지 차 왔지만, 덕분에 춥지는 않았다. 망경대 아래쪽 헬기장 근처에서 드디어 하나사랑이랑 통화가 되었다.

 

"어디쯤이야"
"청계사 쪽으로 내려가고 있거든요"
"헬기장을 지났어?"
"헬기장 쪽으로 안 가고 청계사 쪽으로 가는데요..."(삐리릭~~)

전화가 끊겨서 또 전화했더니, 또 소리샘 음성안내 여인이 등장했다. 산에서 만나려는 계획이 어긋나고 있었다.  
'망경대는 2번이나 올랐으니 이번에는 혼자 국사봉으로 가야지. 어차피 내려가서 전화 통화하면 사람들은 인덕원쯤 가겠지 뭐.'

국사봉 쪽으로 10분을 갔는데,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하나사랑은 매봉을 지나 레이더 기지 옆을 돌아서 오겠다고 한다.
그러면 그렇지, 청계사 쪽이면 그 길 밖에 없다. 서로 다른 헬기장을 얘기하며, 길이 엇갈릴 뻔했던 것이다.

가던 길을 돌아 다시 망경대 아래쪽 헬기장으로 향했다. 
첫 번째 헬기장을 지나, 두 번째 헬기장에 도착하니, 어디로 갈지 몰라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세 사람(친구들)이 나를 보더니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추위에 떨고 있는(?) 그들에게 사진을 찍어주며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게 하고, 근처에 상인이 팔고 있는 냉막걸리로 심리적 포근함을 안겨주고는, 청계사 쪽으로 하산했다. 


새해를 맞이한 깊은 산속의 청계사, '고즈넉한' 말고 다른 표현을 쓰고 싶지만, '고즈넉하다'단어가 잘 어울렸다.

산에서는 안 추웠는데, 청계사에서 마을버스 타는 곳까지 평지를 걸으니 오히려 땀도 안 나고 엄청 추웠다. 며칠 전 올랐던 도봉산은 험한 코스, 눈길, 얼음길이 힘들었다면, 청계산은 살을 에는 듯한 추위 때문에 힘들었다.


인덕원에 도착해서 뜨거운 국물로 얼어붙은 몸을 녹이고 산중에서 접선했던 우리는 도시로 뿔뿔이 헤어졌다.

살면서 가장 추운 일요일이었다.


산행지 : 청계산 (서울, 경기 과천)

날  짜 : 2003년 1월 4일
날  씨 : 맑음 (매우 추움)

코  스 : 청계사 - 국사봉길 - (망경대 아래) 헬기장 - 청계사

산행시간 : 3시간 15분(12시 45분 ~ 4시)
일  행 : 단독 + 접선 (하나사랑, 달봉이, 오직 한 길?)
교  통 : 수도권 전철 인덕원역 + 마을버스


[청계사의 풍경]

[망경대 오르는 길에 바라본 관악산 전경]


[헬기장에서 바라본 청계산 망경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