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6. 18. 19:03ㆍ산행일기
북한산 국립공원 중에서 북한산은 몇 번 올랐었고, 의정부 사패산도 지난 2002년 11월에 올랐지만, 도봉산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래서 2003년 신년 산행으로 도봉산을 오르기로 했다. 1월 첫날, 도봉산역에는 개똥이가 가장 먼저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었고, 동지도 비슷한 시간에 도착했고, 포비와 귀니도 멀리 인천에서 오느라 조금 늦게 도착했다.
모두 모인 우리는 추운 날씨에 뜨거운 어묵으로 몸을 녹이고, 김밥 다섯 줄과 마실 것을 사들고 산행을 시작했다. 도봉산 입구에는 다른 산보다 먹을 것이 많아 군침이 절로 돈다. 도봉산 매표소 지나 갈림길에서 잠시 고민끝에 선택한 왼쪽 방향 길은 목표로 했던것과 반대 방향인 보문 능선이었다.
길을 잘못 들었지만 항상 긍정적인 사고에 익숙한 한길인들은, 반대방향 산행이라도 괜찮다며 웃음을 잃지 않는다. 능원사를 지나 능선길을 따라 한 시간여를 올라가 도봉 주능선 갈림길에 도달했다.
갈림길에서 주능선이 가까워오자 따뜻하던 날씨가 변덕스러워질 조짐을 보인다. 갑자기 하얀 눈이 쌓여있고 내려오는 사람들은 아이젠을 차고 있었다. 도봉 주능선에 오르니 역시나 겨울 바람이 차가웠다.
점심시간이 되었지만, 차가운 겨울바람 때문에 밥 먹을 장소를 찾지 못한 우리는 배고픔을 참고 참다가, 오봉산이 보이는 헬기장 한쪽에서 점심을 먹었다. 김밥에 김치도 맛있고, 추위를 이기고자 마신 한잔 술도 맛있었다. 여기서 동지(同志)의 숨은 반찬 실력도 볼 수 있었다. 든든하게 점심을 먹었지만, 날씨는 더 추워져서 우리는 한 20분가량을 거의 뛰다시피 빠른 걸음으로 산행을 했다. 조금 힘들지만, 추위에 떨지 않을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도봉산 정상으로 접근할 수록 길은 점점 험해졌다. 얼음, 눈, 가파른 바위길이 계속 이어졌다. 말로만 듣던 험한 도봉 바윗길과 겨울 빙판길은 우리의 발걸음을 계속 잡았다. 중간에 하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갈림길로 빠지지 않고 정상 부근까지 도착했다. 시간은 이미 4시가 가까워 오고 있다.
겨울에 오후 4시는 매우 늦은 시간이라, 개똥이와 얘기를 나눈 끝에, 여러 갈래 하산길 중에 정상 옆 길을 지나 내려가기로 했다. 얼음, 눈으로 덮인 위험 등산로가 표시된 바위길을 지나 정상 부근(?)까지 도착했다. 정상은 불과 20미터 앞이었지만, 얼어붙은 바위는 너무 위험해 우리가 서있는 곳이 정상임을 "셀프 선포"하고, "셀프 세뇌"를 했다.
'우리는 정상에 올랐다. 우리는 정상에 올랐다..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이 바로 정상이다......'
빠르게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았던, 정상 옆 길도 결코 쉽지 않았다. 바위 표면에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얼음이 얼어서 여간 위험한 것이 아니었다. 겨우겨우 위험한 정상 옆길을 벗어났다.
그래도 젊은 기운에 중간중간 쉬면서 간식을 나눠먹으며 안전하산을 결의한다. 도봉산 구조대 건물을 지나니 완전히 얼음으로 덮인 10m 정도의 위험 구간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위험을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정말 난감한 코스였다. 아이젠을 착용하려니 춥고, 그냥 넘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내려가기로 하고, 대신 등산로 밧줄을 꽉 잡고 지났다. 위험한 구간은 안전하게 지났지만, 위험하지 않은 구간에서 일행 중 포비가 방심해서 넘어진 사건도 있었다.
우리는 도봉 대피소를 지나 고즈넉한 서원을 지나 처음 출발했던 도봉 매표소에 도착했다. 시간은 어느덧 5시 30분, 주변이 깜깜해 졌다.
쉽게 생각했던 산행이 무려 6시간이나 걸렸지만, 어느 누구도 산행이 길었다고 불평하거나, 길을 잘못 들어서 험했다고 불평하지 않은 아주 훌륭한 산악인(?)의 태도를 보여주었다.
2003년이 신년 산행이라 그런지, 더불어한길 사람들이 남을 갈구지(괴롭히지) 않고, 착하게 살려고 다짐을 했나 보다.
*사진설명
1."오봉"입니다.
2. 도봉산에서 바라본 북한산입니다.
3. 도봉산 자운봉
오봉능선
북한산 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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