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성 계곡에서 정릉 청수계곡으로 (2002년 6월 16일)

2002. 10. 28. 23:23북한산특집

더불어한길 6월 산행으로 가까운 북한산을 찾았다. 최근 연이어 경기도 산으로 떠났는데, 오늘 저녁에 월드컵 축구 16강전, 한국과 스페인전 경기가 있어 멀리 가지 않았다. 작년 가을에 북한산을 다녀온 뒤로,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다시 여름이 되었다. 
안산에서 전철을 타고 오랜 전철 여행 끝에 충무로역 도착, 3호선을 갈아타고 구파발역에서 버스를 타고 북한산성 입구에 내린다.
북한산성 코스로 산행은 6~7년 만이다. 어렴풋이 보이는 원효봉 능선은 기억에 남지만, 매표소를 지나 마주치는 북한산 입구에는 상가가 많이 생겨 낯설다.
시멘트 길로 시작한 산행은 한참을 올라가도 흙길은 나오지 않고, 매점과 사찰도 있고, 사람 사는 집도 나온다. 콘크리트 포장된 길을 거부할 수는 없지만, 산행길이 흙길이었으면 등산객이나 자연에게 더 좋았을 것 같다.

6월은 살구가 익어가는 계절인데, 길 옆의 살구나무가 무거운 살구를 주체하지 못해 안쓰럽게 쳐져있다. 남의 살구를 따먹을 수는 없었지만, 다행히 가게에서 살구를 팔아서, 우리는 맛있어 보이는 살구를 한 바가지 샀다. 달콤한 살구를 기대하고 입에 쏙 넣었더니, 보기와 달리 너무 시어 제대로 먹을 수 없다. 

대서문을 지나 왼쪽으로 보이는 원효봉을 오르는 사람들을 보니 왠지 나도 험한 바윗길을 올라보고 싶어 진다. 가벼운 산행 걷기 모임인 우리가 저런 바윗길을 가는 날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백운대와 백운계곡 갈림길에서, 우리는 오른쪽의 백운계곡길을 택했다. 초여름 가뭄이라서 계곡물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졸졸 흐르는 계곡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길은 정겹다. 계곡 중간에 고인 물에 손을 담갔더니, 예상보다 많이 차갑다.

북한산 계곡길(백운계곡)로 들어서면서부터 우리는 점심 먹을 곳을 찾았지만,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해서 계속 계곡을 따라 올라갔다. 모두들 너무 허기져서 일단 계곡으로 내려갔는데, 마침 넓은 바위가 기다리고 있다. 그래, 멈출 때는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자. 사람이든, 자연이든.
우리는 점심을 사이좋게 나눠먹고는, 십 수년 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물장난과 물싸움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실컷 물놀이를 즐기고, 다시 배낭을 메고 다음 목적지 보국문으로 향했다. 많이 가파르거나 험한 구간 없이 쉽게 보국문에 도착한다. 보국문에서 바로 내려갈 수도 있지만, 북한산성을 따라 대성문쪽으로 가 보기로 했다. 북한산성에서 내려다 보이는 서울시내 모습은 평화로워 보여서 싫지 않다.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거대도시 서울이 산에서 보이는 것처럼 조용하고 평화로운 도시였으면 좋겠다. 가진 사람이나 못 가진 사람이나 서로 행복하게 살면 좋으련만, 현실에서 그런 평등한 도시는 실현 가능한 꿈인지는 모르겠다.
대성문에서 북한산성을 뒤로하고, 국민대로 내려가다가 다른 길로 접어들었는데, 결국은 정릉 청수계곡을 만난다. (영취사를 거쳐 내려온 것 같다)

정릉 청수계곡은 북한산성 백운계곡보다는 수량이 많아 시원해 보인다. 잠시 다른 길로 빠져 헤맸지만, 국민대로 내려가는 것보다 오히려 잘된 거 같다. 정릉 계곡에는 많은 시민들이 일요일 오후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내일이면 대부분은 월급쟁이로 돌아갈 사람들인데 쉬는 일요일은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
일주일에 쉬는 날은 하루고, '일하는 날'은 훨씬 많다. 왜 우리는 이렇게 구속된 삶을 살아야 할까? 월급쟁이 생활 이제 2년 남짓이지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짧은 질문은 북한산에 남겨두고, 주 5.5일 일을 하기 위해 안산으로 돌아온다.


산 행 지 : 북한산 (서울)
날 짜 : 2002년 6월 16일
날 씨 : 맑음
산행코스 : 북한산성 매표소 --> 백운대 갈림길 --> 백운동계곡 --> 보국문 --> 북한산성 --> 대성문 --> 정릉 청수계곡
산행시간 : 5시간 (11:30 ~ 16:30)
일  행 : 더불어한길 ( 오직한길, if, 호~옹, 산바람, 하나사랑, 맑은물)
교  통 : 대중교통 (지하철, 버스)


거울같은 고양시 북한산성 계곡(백운동)
북한산성 계곡(백운동)
북한산성 계곡에 누워 바라 본 하늘
거울 속에 비친? (더불어한길 친구)
북한산성 계곡에서 노적봉, 만경대, 백운대를 배경으로
북한산성
산딸기(줄딸기)
북한산성 계곡(백운동)에서 본 백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