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2. 29. 23:10ㆍ북한산국립공원
일요일 오후 1시, 서른 전후의 한 무리 사람들이 북한산 입구 우이공원 앞에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여기서 그만 헤어질 것인가? 영화를 볼 것인가? 산행을 할 것인가?'
영화와 산행을 같은 선택지 위에 두고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범상한데, 이 사람이 얘기하면, 이 얘기가 맞는 것 같고, 저 사람이 얘기하면, 저 얘기가 맞는 것 같고,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지누의 감언이설과 뒤에서 이를 부추기는 맑은물의 공작(?)에 말려 한 무리의 사람들은 무려 겨울 산행을 하기로 했다.
북한산 입구에서 하나사랑은 사업상(?) 가버리고, 남은 사람은 사노라면, hey-u, 별똥별, 강아지, 지요, 까마구, 지누, 맑은물, 8명이었다. 이중 5명은 등산화도 신지 않았고, 장갑마저 없었지만, 사람들은 좀 건방지게(?) 산행을 시작하고야 말았다.
산행을 시작하여 도선사 갈림길에서 왼쪽 소귀천계곡길을 선택했다. 소귀천 계곡길은 한번도 가본 적 없고, 지도도 없었지만, 그동안 북한산을 몇 번 다닌 감각으로 그쪽으로 올라가면, 백운대로 바로 올라가는 길이 나오거나 북한산성이 나올 것 같았다. 조금 올라가다 보니, 역시 백운대와 북산산성의 대동문으로 갈라지는 이정표가 보였고, 또 다시 느낌과 산행시간을 고려하여 대동문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소귀천계곡길은 눈이 녹지않고, 쌓여 있었지만, 험하지는 않고 경사도 완만하고 정겨운 산길이었다. 우리와 같은 길로 오르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하산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힘들지 않게 대동문에 도착한 시간은 2시 50분.
8명이나 되는 사람들중에 북한산성을(구파발 쪽 말고) 올라와 본 사람은 의외로 혼자뿐이었다. 대동문에서 맞은편에 보이는 봉우리의 모습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겨울산의 쓸쓸한 모습과 달리 예쁘게 보인다.
아침, 점심을 모두 제대로 먹지 못하고 올라온 더불어한길 사람들은 대동문 근처에서 구운 계란, 귤, 백세주, 과일후르츠 등의 간식거리를 추운 줄도 모르고 먹고 있었는데, 땀이 식으니 좀 한기가 느껴졌다.
대충 자리를 정리하고, 하산길은 이정표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로 표시된, 아카데미하우스 쪽으로 정했다. 거리가 가까운 만큼 경사는 가팔랐고, 눈이 녹지 않아서 미끄러지는 사람이 여럿 생겼다. Hey-u, 강아지를 비롯하여 넘어지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미끄럽고, 위험한 길이었지만, 눈 덮힌 겨울산은 날카롭고 차갑기보다는 아름답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미끄러지고, 엉덩 방아 찧는 가운데, 서로 잡아주고, 서로 도와주면서 내려오니 계곡길이 끝날 무렵 아카데미하우스가 보였다.
내려온 시간은 5시. 대략 3시간 30분 정도 걸린 가벼운 산책 같은 겨울 산행이었다. 하산길이 좀 힘들었어도, 더불어한길 사람들은 "산책 가기를 잘했다"라고 평가했다. 예상하지 않았던 가벼운 겨울 산행이었지만, 한길사람들과 함께하여 재밌는 산행이 되었다.
산행지 : 북한산 (서울)
날 짜 : 2003년 12월
날 씨 : 맑음 (약간 흐림)
산행코스 : 우이동 - 소귀천계곡-대동문-아카데미하우스
산행시간 : 3시간 30분 (1시 30분 ~ 5시)
일 행 : 8명 (사노라면, hey-u, 별똥별, 강아지, 지요, 까마구, 지누, 맑은물)
교 통 : 대중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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