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6. 29. 21:55ㆍ산행일기
퇴근시간 되기가 무섭게 회사를 나온다. 곧장 집에 들러 어젯밤 미리 싸놓은 배낭을 다시 확인하고, 등산화와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선다.
밤 9시가 넘은 시간에 도착한 청량리역에는 벌써 일행이 도착해 있었다. 반가운 신입회원 2명이 있어서 간단히 인사를 하고 밤 10시 중앙선 기차에 몸을 싣는다.
어둠 속을 3시간 30분 동안 달린 기차는 풍기역에 도착하여, 우리를 내려놓는다. 풍기역에 도착하니 인삼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다른 친구들은 인삼냄새는 착각이라고 한다. 풍기역에서 택시를 타고 영주 삼가리 마을에 있는 "소백 산장"이라는 민박집으로 향했다.
민박집은 통나무 집이었는데, 주인아저씨가 아직 주무시지 않고 우리를 반겨 주었다. 통나무 집은 아저씨가 1년 6개월에 걸쳐서 직접 지었다고 했다. 구레나룻가 멋지게 난 주인아저씨는 여행을 좋아해서 많은 산을 다녔고, 인도를 간 얘기, 백두산을 갔다 온 얘기를 해주었다. 우리는 주인아저씨와 술잔을 나누며 새벽녘까지 얘기를 하다가 산행을 위해 늦은 잠을 청했다.
(오전 9시:40분)
산장에서 아침을 먹고 산행을 시작한다. 눈이 녹지않아 미끄럽기는 했지만, 비로사 갈라지는 길 위쪽까지는 시멘트 포장길이라 재미가 없다. 겨울 날씨치고는 기온이 높아 눈만 있었지 여름 날씨라는 볼멘 소리가 들려온다. 달밭골 갈림길을 지나면서부터는 소나무 오솔길이 이어진다. 아직 산아래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정상은 멀기만 하고, 몸에선 땀이나 힘이 빠진다.
게다가 오기전에 소백산 칼바람 준비를 단단히 하라고 겁을 주어서 모두 두껍게 옷을 입고 있으니 얼마나 더울까? 한 시간여를 올라가니 겨우 주변 풍경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긴 하지만, 덥긴 마찬가지다. 차라리 눈이라도 내리고, 칼바람이라도 맞았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
겨울산이고, 토요일인데도 등산객들이 많았다. 잡목 사이로 난 길을 한참을 올라서니 소백의 능선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온다. 비로봉은 보이지 않고, 비로봉에서 연화봉-죽령으로 뻗어나가는 능선이 눈에 보이고, 나뭇가지 사이로 북쪽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연화봉-죽령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죽령 너머의 도솔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골짜기가 만들어 내는 설경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푸른 빛의 겨울 산이 겹겹이 쌓여있다. 정상 부근에 도착해서야 바람이 조금 거세어지기 시작했고, 뜨겁던 태양은 구름 속에 가려졌다.
(오후 1시50분) 삼가리 민박집을 떠난 지 4시간이 조금 지나 소백산 정상 비로봉(1439m)에 도착했다. 정상 주위의 눈에는 칼바람이 할퀴고 지나간 흔적이 남아있었고, 바람이 차갑게 불었지만, 아주 추운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정상에서 단체사진, 개인 사진 등으로 기록을 남기고, 한동안 정상의 풍광에 빠져 있었다.
정상에서 계단길을 내려와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으려는데, 물이 부족하여, 대피소 주변에서 눈을 퍼와 눈물을 끓여 라면을 먹었다. 말 그대로 눈물젖은 라면이었지만, 몸에는 괜찮을까 하는 의심은 하나도 없고, 서로 많이 먹으려고 아우성이다.
대피소를 지나면 죽령으로 가는 능선이 있고, 단양군 천동리로 바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우리는 천동리로 향하면서 드디어 기다리던 눈썰매를 타기 시작했다. 준비해온 비닐포대를 잘라서 눈밭을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여름에 산행할 때 돌멩이도 많고 거칠었던 곳 같은데 아랑곳하지 않고 우린 내려왔다. 처음엔 올라오는 사람들이 몇몇 있어서 조심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더 이상 올라오는 사람도 없었다. 곳곳에 돌멩이가 있어 엉덩이가 아파왔지만, 아픔을 잊고는 다시 썰매를 타기 시작했다.
(오후 4시 50분) 재미있게 놀면서 산행을 하다 보니 천동계곡까지는 내려왔지만 어느덧 주위는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는 국립공원관리사무소를 지나 산행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매표소를 지나 민박집이 있는 천동굴 주차장까지 한참을 걸어갔다. 민박집에서 뒤풀이 하는 것으로 뜨거운 소백산 산행은 마무리 되었다.
산행지 : 소백산 (해발 1439미터, 경북 영주, 충북 단양)
날 짜 : 2003년 1월 25일
날 씨 : 맑음
코 스 : 영주 삼가리 - 삼가사 - 비로봉 - 단양 천동리
산행시간 : 7시간 30분 (9:40 ~ 17:10)
일 행 : 11명
교 통 : 중앙선(풍기역, 단양역), 현지 시내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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