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가을 하늘에 산행을 해, 관악산 (2002년 11월 3일)

2003. 6. 11. 01:15산행일기

한 달 전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과 번잡했던 관악산에 오를 때 사람이 무척 많았었다. 가을산행 절정이 지난것 같아 조용한 산행을 하려고 다시 관악산을 찾았다. 하지만, 아직 단풍 계절이라 관악산 매표소 광장은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붐빈다.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산행을 하려는 걸 보면 아직은 가을인가 보다. 

 

오전 10시 50분 매표소를 떠나 서울대 옆쪽 등산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했다. 한 달 전에는 서울대 옆에서 삼성산 쪽으로 방향으로 가다가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고 관악산 등산로가 아니라는걸 알아 차렸었다. 등산로가 많고 험하지 않아 관악산 방향으로 등산로를 바로 잡을 수 있었다. 큰 산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실수한 경험이 있기에 이번엔 곧바로 관악산 방향으로 산행을한다. 길 잃지 말고 정신 차려서 정상까지 가야겠다고 다짐한다.

계곡 초입은 노랗게 물든 단풍, 빨갛게 물든 단풍, 갈색으로 물든 단풍, 아직 녹색인 나뭇잎 등이 조화를 이루어 가을산을 예쁘게 꾸미고 있다. 노란색, 빨간색만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 가을 단풍이 사실은 이렇게 다양하다. 다양한 색깔의 단풍이 모여야 예쁘게 보이는 것인데, 우리 사회는 두어 가지 색깔만을 가지라고 강요한다.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색에서 벗어난 색깔을 가진 사람들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되고 조화를 이루어야 사회가 가을산처럼 아름다워지는데, 현실에서는 왕따를 당하고 조롱을 받는다.

가을 산행이라 깊은 생각도 하고, 같이 오르는 사람들과 얘기 하면서 오르다가, 계곡 중턱 갈림길에서 곧바로 연주대로 오르는 길을 선택했다. 연주대로 바로 오르는 능선길은 계곡길보다 바위도 많고, 험한 코스도 많았지만, 주위 경관이 확 트여서 산행이 지루하지 않았다. 아래 매표소를 출발한지 1시간 40분만에 관악산 연주대에 도착했다. 초행자가 있지만, 산행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아니었다.

연주암은 아직 공양시간이라 우린 연주암에가서 공양밥을 먹었다. 넓적한 대접에 배추 겉절이, 소금, 나물, 풀어진 미역국... 맛있어 보이는 조합은 아니지만, 공짜라는 생각과 배고픔이 겹쳐서 금세 한 그릇을 비웠다. 밥을 먹고 맞은편 건물 마루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오가는 얘기는 따뜻한데, 옷깃을 스쳐가는 가을 산바람은 차갑다.


하산은 과천쪽이다. 관악산에 왔다가 과천향교 방향으로 몇번 하산한적 있지만, 이 계절에는 처음으로 내려가본다. 계곡은 말라있지만, 단풍은 곱고 아름답게 물들어있다. 아랫쪽에는 조금 고여있는 계곡물가의 단풍은 더 예쁘다.
2시간이 지난 3시30분에 매표소를 지나, 관악산 산행을 끝냈다. 시간이 남아 서울대공원으로 갔지만, 대공원에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서 사진만 몇 장 찍고 발걸음을 돌렸다. 흐렸던 날씨가 뒤늦게 개였지만, 찬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올해 마지막 가을 산행이 될 듯싶다.


산행지 : 관악산 (서울, 경기 과천)

산행일 : 2002년 11월 3일

날 씨 : 흐림 

일 행 : 3명

코 스 : 서울대-연주대-과천

산행시간 : 4시간 40분 (10:50 ~ 15:30)

교 통 : 전철 (신림역, 대공원역)






[서울대 옆 등산로]

[과천향교 방향, 계곡을 물들인 단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