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았던 가평 뾰루봉산행(2005.11.20)

2005. 11. 25. 20:11산행일기

어느 날 알게 된 가평의 '뾰루봉'이라는 이름이 특이해서 그 유래를 찾아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이런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뾰루봉은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입구에 있는 산으로, 경춘국도에서 보면 청평댐 건너에 우뚝 솟아 있는 산이다.

 

청량리에서 "봄날"을 만나, 청평까지 운행하는 1330번 좌석버스를 탄다. 청량리역 환승센터에서 출발하는 1330-O번 버스는 청평을 중심으로 현리, 가평읍(목동), 설악면 등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가평 방면의 산을 찾을 때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버스이다.

그러나, 설악면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자주 있는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1330번을 타고 청평읍까지 갔다. 설악면까지 운행하는 완행버스 시간이 맞지 않아 청평터미널 근처에서 간단히 배고픔을 달래고, 11시 55분이 되어서야 설악면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양지말에서 내렸어야 하는데, 그만 한 정거장을 더가서 안골계곡 입구에서 내렸다. 양지말로 되돌아 갈까 하다가, 남자 둘이 산행하는데 좀 돌아가도 되겠다 싶어 안골계곡으로 산행을 시작한다.(12:13)

 

(12:38)마을을 지나 크리스털 생수 공장 입구까지는 도착했는데, 등산로가 보이지 않는다. 선택의 순간! 생수 공장 정문 앞에서 왼쪽 계곡을 건너 오솔길로 들어섰는데, 한참 가면서 보니 우리의 진행방향이 해가 떠있는 남쪽, 즉 화야산 방향이다. 되돌아갈 수는 없고, 작은 계곡길을 따라 20분을 올랐더니 임도가 나타난다.

이후, 임도를 따라 북쪽으로 가는데, 동쪽으로 우리가 올라왔던 안골계곡과 생수공장이 내려다 보인다. 생수공장 입구에서 계곡을 건너지 말고, 곧바로 직진하여 올랐어야 했던 것 같다.

 

(13:20)임도를 따라 20분을 가니 산행 갈림길이 나오고, 가파른 길을 15분 올랐더니 능선 안부(사거리-서쪽 큰골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곳에 도착하면 북한강이 보일 줄 알았는데, 능선이 가로막고 있어서 아직 북한강은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쉬지도 않고 올라왔기에, 사거리 위쪽 바위 옆에서 간식과 막걸리를 한잔 마신다. 동쪽인 안골에서 올라올 때는 그리 추운 줄 몰랐는데, 능선에 오르니 바람이 차가워 몸이 식는 것 같다. 더 추워지기 전에 뾰루봉 정상을 향해 출발한다.

뾰루봉으로 가는 능선길을 걷다보니, 50년은 훌쩍 넘긴 노송을 지나고, 어느 순간부터 서쪽으로 북한강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 험하거나 고도차가 크지 않은 능선길에는 진달래나무가 많아서 4월 초중순에는 진달래 산행으로 좋을 것 같다.

 

(14:55)사거리를 떠난 지 1시간여 만에 주위에서 가장 높은듯한 봉우리에 도착했지만, 전망이 좋다는 뾰루봉 정상 표지석을 찾을 수 없어, 일단 점심을 먹기로 하고, 바람을 피해 바위 뒤에 자리를 잡는다. 북한강 강바람이 능선을 타고 올라와 손이 싫어 울 정도로 체감온도가 많이 떨어진다. 이제부터는 겨울산행 준비를 제대로 하고 와야 할 것 같다. 

따뜻한 컵라면에 찬밥을 말아먹고, 남은 막걸리를 비우고 나니, 얼마 전 여의도에서 열린 농민대회에서 경찰의 폭력진압이 생각난다.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위해 존재하는 경찰이, 외국자본(권력층)에 저항하는 농민 앞을 가로막는 순간, 경찰의 공권력으로서의 지위는 사라지고, 폭력집단이라는 껍데기만 남게된다.

 

(15:55) 봄날과 둘이 앉아서 만만치 않은 얘기를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서둘러 하산하려고 50미터를 되돌아왔더니 못 보고 지나쳤던 정상 표지석이 이제야 보인다. 뾰루봉 정상에서 조망은 듣던 대로 좋았다. 나무 사이로 용문산과 그 주변의 고산들, 우리가 왔던 능선 끝에 화야산과 고동산, 강 건너 천마산, 깃대봉-은두봉-축령산-서리산, 산 아래는 햇빛을 머금은 은빛 북한강이 조용히 흐르고 있다.

청평댐 쪽으로 방향을 잡고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하는데, 생각보다 등산로가 거칠다. 가끔씩 암릉길이 이어지기도 하고, 길이 뚜렷하지 않은 곳도 있다. 그러다 보니, 낙엽만 수북하게 쌓인 곳을 길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치게 된다.

 

낙엽!

지금은 낙엽으로 존재하지만, 이들이 원래부터 낙엽이었던 것은 아니다.

이른 봄에 돋아난 어린 새순이, 뜨거운 태양, 바람, 폭우를 견디며 푸르른 잎사귀로 자라났을 것이다. 

뜨거운 햇빛을 받아 영양분을 만들지만, 낙엽은 스스로 영양분을 가지는 법 없이, 자신을 존재하게 해주는 나무를 살찌우는데 힘쓴다. 

결국, 가을이 되어 조용히 나무와 이별하고 땅바닥에 떨어져 이리저리 날리며 생을 끝낸다.

나뭇잎은 영양분을 스스로 저장하는 게 목표가 아닌데, 우리 인간들은 부의 축적이 삶의 목표가 되어 버린 듯하다. 

어차피 언젠가는 우리도 낙엽처럼 땅의 부름을 받을 존재인데, 스스로 축적해 놓은 돈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뭇잎이 나무를 위해 살듯, 인간들도 그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지구와 사회를 위해 살 수는 없을까? 

사랑도, 명예도, 이름, 돈다발도 남김없이 그렇게 말이다.

 

(17:30) 서둘러 하산하느라고 했는데도, 산행을 끝내기 전에 천마산 너머로 지는 석양을 보고 말았다. 주위가 어두워질 무렵, 다행히 임도를 만났고, 내려와 보니 그곳은 북한강변의 소야골 입구였다.

5시간 20분 만에 산행을 끝냈지만, 신청평대교를 걸어서 건너고, ** 휴게소와 경춘선 철다리를 지나 버스정류장까지 30분을 더 걸었다. 돌아올 때도 1330번을 타고 서울로 돌아와, 뒤풀이를 핑계로 술자리를 갖던 사람들을 만나 간단히 뒷풀이를 하고 헤어졌다.

 

산행지 : 뾰루봉(경기도 가평, 709.7m)

날짜    : 2005년 11월 20일

날씨    : 맑음(기온 5도 내외)

산행코스 : 안골계곡 - 임도 - 갈림길 - 뾰루봉 정상 - 소야골 입구 - 청평대교

산행시간 : 5시간 20분 (12:10 ~ 17:30)

산행참가 : 봄날, 맑은물

교통       : 청량리-청평-청량리(1330번), 청평-안골계곡입구(가평군내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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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분위기 풍기는 안골마을]

 

[하얗게 내린 서리]

 

[낙엽송을 불러봐~]

 

[나무는 곧은 하늘을 무서운줄도 모르고 자란다]

 

[큰골+안골+화야산+뾰루봉 사거리, 뾰루봉 2.32km]

 

[오~~낙엽이시여~]

 

[뾰루봉 1.40km]

 

[뾰루봉 0.60km]

 

[양지말에서 올라오는 길, 정상 근처]

 

[용문산인데, 날씨가 그리 맑은건 아니죠?]

 

[저것이 그럼 뾰루바위?^^]

 

[함께 산행했던 봄날과....]

 

[뾰루봉 정상에서]

 

[청평댐과 청평호수, 청평읍, 오른쪽으로 조금 보이는것은 호명산 자락]

 

[또 하루 저물어 간다]

 

[백봉쪽이죠?]

 

[석양이 하루의 끝은 아니다]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 덩어리, 참 고마운 존재다]

 

[해가 지고 난 자리를 별이 채우고 있어요]

 

[서쪽 방향 파노라마 / 뾰루봉 정상에서]

 

[파노라마 2 / 뾰루봉 정상]

 

[남쪽으로 화야산과 고동산이 보입니다]

 

[서쪽으로 깃대봉, 은두봉, 축령산, 서리산등이 보이죠?]

 

[깃대봉, 은두봉...신청평대교, 청평읍, 북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