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겨울, 걱정많던 수락산 산행(2005.12.18)

2005. 12. 22. 19:48전국산행일기

토요일 저녁에 안산에서 중학교 동창들 모임을 가졌다. 고향을 떠나 15년 만에 만나다 보니 늦게까지 자리가 이어졌고, 산행을 하기로 한 일요일 아침 9시가 넘어 집에서 나왔다. 오늘은 안산에서 당고개까지 4호선 장거리 투어를 해야 한다. 집을 나설때는 날씨가 맑았는데, 창동역을 지나 바깥을 보니 전철 창밖으로 눈이 내린다.

 

당고개역에서 먼저 와 한참을 기다리고 있던, '먼 발치에서', '함께가자우리','봄날'을 만나 산행을 시작한다. 겨울산행에 준하는 준비를 하느라 했는데도, 아이젠을 두고 와서 6000원을 주고 하나 더 구입한다. 조금 아까웠지만, 나중에 아이젠 없는 한길인에게 선물로 주면 괜찮을 것 같다.

산행지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와서, 당고개역 근처 동네길을 헤매다가, 동네주민에게 물어 학림사 입구를 찾았다. 큰 길을 따라 오르다, 학림사에 도착할 무렵, 눈이 그치고 날이 갠다. 학림사 왼쪽길로 조금 오르니 이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능선에 도착한다. 바위구간이 있었지만 능선길은 험하지 않았고, 중간중간 탁 트인 전망대 같은 곳이 있어 힘든 줄 모르고 간다. 너무 많은 옷을 껴입어서 땀이 나는 건 작은 실수다. 

 

부드러운 능선길이 끝나고부터 험한 바위구간이 시작되는데, 눈이 쌓여 미끄러우니 산행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고 나와 배도 고파온다. 배고픔도 이심전심이었을까? 바람이 불지않고, 햇살이 비추는 장소를 찾아 점심을 먹고 가기로 의견일치를 보았으나, 겨울산에서 그런 곳 찾기가 어디 쉬운가? 코끼리바위를 넘어 하필 하강바위 옆에 사방이 탁 트인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봄, 여름, 가을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식사 장소일터인데, 겨울 칼바람이 우릴 그냥 두지 않는다. 손이 얼마나 시린 지 밥 먹기도 쉽지 않고, 추위 대비용(?)으로 가져온 막걸리가 오는 동안 절반 정도 얼어 버렸다. 하강바위 옆에 미끄러운 구간이 있어 점심 먹고 하산 하자는 의견이 대세(?)였으나, 마침 안전한 우회로를 발견하여 정상방향으로 계속 진행한다. 치마바위, 철모바위를 지나니 수락산 정상이 눈앞에 다가왔다.

 

산행시작 4시간만에 철모바위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수락산 정상에 도착한다. 10여 년 전에 암벽 하던 누나를 따라 처음 왔을 때도, 3년 전 깊은 가을에 수락산을 찾았을 때도, 사람들로 붐비는 수락산 정상에 오르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갔었다.

수락산을 찾은지 세 번 만에 오른 정상에서는 눈 온 뒤 화창하게 갠 날씨 덕분에 동쪽의 남양주의 산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예봉산-백봉산-천마산-철마산-주금산, 희미하게 보이는 축령산과 서리산, 북쪽으로 불곡산이 선명하게 조망된다. 불곡산 뒤로 높은 봉우리가 희미하게 보이는 산은 감악산 혹은 마차산인 것 같다. 물론, 산행 내내 북한산, 도봉산, 사패산도 눈(雪) 화장을 해서 예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정상에서 하산을 시작한 시간은 4시를 넘어가고 있다. 

 

하산 목표지점은 7호선 장암역이다. 정상을 내려와 만나는 갈림길에서 잠시 길이 헷갈렸지만, 의정부 방향의 524봉이 아닌 석림사 방향으로 내려섰다. 길이 희미하고 험했지만, 길을 잃을 정도는 아니다. 수락계곡 넘어가는 갈림 길에서 또 한 번 헷갈렸지만 우리는 장암역으로 가기 위해 석천계곡으로 내려섰다. 5시가 넘으니 산중은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낙엽 속에 숨어있는 얼음을 밟고 몇 번 넘어지기도 했다. 계곡을 거의 다 내려갔을 즈음 석림사에서 6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온다.

 

상가가 몰려있는 마을을 지나니 길 건너 장암역이 보인다. 자리에 앉아 잠깐 졸았나 싶었는데, 어느새 이수역에 도착한다. 조촐하게 더불어한길 송년회를 하고,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왔다. 눈 내린 수락산, 구름 한 점 없는 날씨 덕분에 겨울산행의 재미와 풍경을 만끽하고 왔는데도, 집에 돌아오는 내내 알 수 없는 걱정이 뒤쫓아 온다. 


산 행 지 : 수락산 (638미터, 서울, 경기 남양주)

산행날짜 : 2005년 12월18일

날    씨  : 눈(4cm) 내린 후, 맑음

산행참가 : 함께가자우리, 봄날, 먼발치에서, 맑은물

산행시간 : 6시간 10분 (11:40~17:50)

산행코스 : 당고개역-학림사-코끼리바위-하강바위-철모바위-정상-석천계곡-석림사-장암역

교   통   : 전철 4호선 당고개역, 7호선 장암역


[포토 산행기]

눈 내린 학림사
마음, 한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 없나니.(학림사)
학림사 연혁
소낙눈이 제법 많이 내렸다
학림사 뒷 능선에 오르니, 정상이 보인다
실제로는 이리 멀리 보인다
북한산 백운대 방향
수락산에서 본 도봉산 선인봉
눈이 와도 산행한다. 준비만 잘 하면.
수락산에서 동쪽 방향, 천마산에서 철마산으로 이어지는 천마지맥이 보인다
수락산에서 본 북한산 인수봉-백운대. 공기가 탁하다
거시기라 불리는 바위
그들이 왔노라, 올랐노라.
하강바위
철모바위
수락산에 본 도봉산, 아래로 공사중인 서울외곽순환 고속도로. 사패산 관통.

 

왼쪽 북한산, 오른쪽 도봉산
해발 500미터 정도에 스모그 띠가 보인다
강아지 같은데, 이름은?
어느 바위의 뒷쪽인데, 이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