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보다는 여행 같았던 창녕 화왕산(2005.11.06)

2005. 11. 7. 20:03산행일기

토요일 오후, 회사 일을 끝내고 서둘러 퇴근하여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창녕가는 버스를 탄다.

주말 오후라서 경부고속도로는 밀렸지만, 버스전용차선을 달리는 버스는 막힘없이 씽씽달린다.

 

창녕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8시15분, 11월초순인데도 남부지방이라 그런지 밤바람이 차지 않다. 창녕읍내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억새 명산인 화왕산을 오르기 위해 자하곡매표소 입구까지 걸어가는데, 아침에 그쳤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일기예보에서는 낮부터 갠다고 했고, 하늘을 보아도 오랫 동안 내릴비는 아니라서 산행을 하기로 하고 걸었더니, 예상대로, 매표소를 지나 아스팔트길을 걸을 때쯤 비가 그친다. 화왕산 등산로 입구의 붉은 단풍 잎은 비를 살짝 머금어 촉촉한것이 더 매혹적이다.

 

매표소를 지나 10여분 올라가면 왼쪽으로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나오는데 여기가 1등산로-2등산로-3등산로(각각, 전망대길-환장고개길-도성암길) 등산로 갈림길이다. 3등산로는 다리를 왼쪽으로 건너 도성암을 지나서 화왕산 정상으로 바로 이어지고, 1, 2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화왕산장을 지나 오르다가, 운동시설이 있는곳에서 갈라져 억새밭을 지나 정상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화왕산장을 지나 운동시설이 있는 곳에서 갈라지는 제1 등산로(전망대길)을 선택한다. 작은 정자를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릿지길이 시작되는데, 그리 험하지 않고, 곳곳에 밧줄이 있어서 초보자들이 오르는데데도 쉬운길이다. 전망대길이라는 이름답게 등산로 양옆으로는 기암 괴석들이 보이고, 창녕시내도 조망되고, 표고차가 느껴지는 자하곡 골짜기도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늦가을 날씨 답지 않게 조금 후덥지근했는데, 이런 조망들을 보면서 산행을 하니 힘든 줄 모르고, 쭉쭉 고도를 높혀간다. 처음에는 의식되지 않았지만, 등산객들의 사투리를 들으니 내가 남쪽 멀리 경상도의 산에 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전망대길을 따라, 바위를 타고 넘고 하다보니 어느새 화왕산 억새밭이 내려다 보이는 억새평전의 가장 남쪽모서리까지 올라왔다. 억새평전을 내려다보며 잠시 쉬었다가 5분거리에 있는 배바위에 도착한다. 배바위는 예전에 큰 홍수가 났을때 배를 묶어두었던 곳이라는데, 글쎄? 해발 700미터 까지 물이 들어오는 큰 홍수가 정말 있었을까? 역사기록에도 없었을테고, 관련된 전설도 없으니 얼마나 오래전 일인지 짐작할 수도 없다.

어쨌든, 배바위에서의 조망은 좋다. 남동쪽 방향으로 계곡을 마주하고 있는 관룡산을 비롯하여 부곡하와이 뒷산인 영취산까지 힘있게 이어지는 능선이 보이고, 북쪽으로는 억새밭과 억새밭을 감싸안고 있는 화왕산성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배바위에서는 서문을 거쳐 바로 화왕산 정상으로 곧장 넘어 가려고 했으나, 그만 화왕산성 길로 접어 들어서 더 먼길을 돌고 말았다.

남문을 지나 동문위에서 과일로 점심을 대신하는데, 억새밭을 양쪽으로 가르는 바람길이라 바람이 차다.  동문위에서 동쪽으로 500미터 거리에는 드라마 허준 촬영장이 보인다.

 

시간이 늦어져서 서문을 거쳐 환장고개로 하산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가까운 산도 아니고 화왕산을 언제다시 올까?하는 생각에 화왕산 정상을 향해 올랐다. 화왕산 정상 역시 주위에 막힘이 없어 전망이 좋다. 북쪽으로 높은 산은 누군가 비슬산이라고 했고, 북동쪽으로는 청도 화악산인듯한 봉우리가 있다. 서쪽으로는 낙동강과 우포늪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고, 북동쪽으로는 잘 정리된 농지의 모습이 보인다. 창녕시내의 아기자기한 모습도 아파트가 숲을 이루고 있는 수도권의 산과는 다른 느낌을 갖게 만든다. 

 

시간이 많이 걸린것 같았지만, 매표소에서 정상까지는 3시간 20분이 걸렸을 뿐이다. 그래도 출발이 늦어, 정상에서 오랜시간을 머무르지는 못하고 도성암 방향(3코스)으로 하산한다. 정상 아래 잠시 가파르던 길을 지나고, 이어지는 빽빽한 소나무 숲길이 색다른 느낌이다. 소나무 숲길을 지나고 나타나는 가파른 내리막길은 도성암 근처까지 지루하게 이어지는데, 아침에 내린 비로 미끄러운 곳이 많아 엉거주춤한 자세로 내려가야만 했다. 가끔, 참나무 잎이 마치 은행나무처럼 고운 노란색으로 물들어 있다.

 

도성암을 지나 1-2-3 등산로 갈림길을 지나 산행을 마무리 짓고, 이후 창녕버스터미널까지는 택시를 탄다. 창녕시내에서는 어제밤과 아침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화왕산의 웅장한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산행과 여행의 느낌을 함께 가질 수 있었던 화왕산은 진달래로 붉게 타오르는 4월에 다시한번 찾고 싶은 산이었다.

 

산행지 : 화왕산 (경남 창녕, 757m)

산행날짜 : 2005년11월 6일

날씨       : 비온 뒤 갬

산행시간 : 4시간40분(11:50~16:30)

산행코스 : 자하곡매표소-갈림길-화왕산장-전망대(정자)-755.8봉-배바위-화왕산성(남문-동문)-정상-도성암-매표소

일행        : 

교통       : 서울-창녕(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시외버스 하루 5회 운행, 4시간소요)

               창녕-대구(버스)-동대구(지하철)-광명(KTX)-안산(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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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석빙고]

 

[창녕 고분군]

 

[자하곡계곡 매표소에서 바라본 화왕산]

 

[비가 내렸지만 단풍이 참 곱다]

 

[1, 2 등산로로 가다보면 만나게 되는 화왕산장]

 

[755.8 봉에서 바라본 배바위]

 

[배바위 가는 길에 남동쪽의 관룡산]

 

[화왕산성 남문에서]

 

[창녕조씨 득성비, 어느 뿌리든 배타적이면 안된다]

 

[허준 찰영장]

 

[하늘 , 구름, 억새]

 

[창녕읍 서쪽에 있는 우포늪]

 

[도성암]

 

[샛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도깨비? ㅋㅋ]

 

[대구 지하철 보통권이랍니다. 신기하죠?]

 

[어머어마한 돈을 가진 기업들을 위해 각국의 정치인들이 뭉쳤다. 이름하여 APEC.

이런것 쯤이야 다소 불편하더라도 적극 협조할 수 있다만, 자본의 대리인들이 마치

민중들을 위한것처럼 거짓말을 하는데서는 속이 불편해 견딜 수 가 없다 / 동대구역]

 

[전망대길 오르는 길에 바라본 화왕산. 왼쪽 구름속이 정상이다]

 

[전망대길 어느 봉우리에서....창녕시내와 자하곡 계곡, 사진 오른쪽은 화왕산 정상]

[구름이 모여드는 화왕산 정상]

 

[755.8봉에서 본 화왕산. 왼쪽으로 정상과 억새밭이 보이고, 가운데 배바위, 오른쪽으로 관룡산]

 

[배바위에서 본 화왕산 정상 십리억새길]

 

[화왕산정 중턱 어딘가에서 본 억새밭]

 

[화왕산 정상 아래에서 본 억새밭 & 주변 // 파노라마는 모두 클릭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