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10. 11. 19:20ㆍ전국산행일기
개천절 기념 산행을 위해 일요일(10월 2일) 오후에 집을 나섰다. 이번 산행은 한북정맥 개이빨봉(견치봉) - 민둥산(민드기봉) 종주가 목표다.
청량리에서 1330번 버스를 타고 청평읍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7시 10분! 청평읍에서 가평읍까지 날아가 7시 20분에 북면 용수동에 들어가는 마지막 버스를 탈 수 없다. 여유 있게 출발한다고 했는데, 연휴라서 경춘국도가 밀린다는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가평군 관광지도를 새로운 산행지를 찾다가 가평읍내에서 비교적 가까운(?) 북면 북배산을 가기로 했다.
청평을 출발하여 가평읍을 거쳐 북면 목동까지는 버스를 타고, 목동에서 택시를 타고 싸리재 골로 들어가 "가평별장"이란 곳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07:40) 늦은 시간 도착해서 늦게까지 저녁을 먹다 보니 늦잠을 잤다. 아침을 대충 먹고, 가평별장을 나섰다. 주인집 아저씨는 단군성전-능선-북배산까지 올랐다가 적당한 하산길을 잡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해 주신다.
(09:03) 단군성전 앞을 지나며 그곳에 살고 있다는 사람에게 길을 물었더니, 이쪽으로는 사람이 다니지 않아서 사람 키높이로 풀이 자랐을 것이라고 하신다. 하나사랑, 봄날, 솜다리와 잠깐 고민했지만, 그냥 오르기로 한다. 일기예보에서는 맑고 청명할 거라던 날씨가 우중충하고, 빗방울도 간간히 떨어진다.
5분 정도 오르니 사람 키 높이로 자란 풀을 만난다. 방향은 맞지만 길을 잘못 들어 묘지로 올랐다가, 왔던 길을 되돌아가 계곡을 건너 계속 진행한다.
작은 밭을 지나고, 산판 길이 나왔지만, 사람이 다닌 흔적이 점점 희미해지더니 어깨 높이까지 자란 갈대밭을 지나야 했다.(진짜 갈대 억새 아님). 갈대밭을 지나고 왼쪽은 칡덩굴, 오른쪽은 잣나무 숲이 보였다. 우리는 시야가 트인 칡덩굴 쪽으로 올랐으나 길이 전혀 보이지 않아 잣나무 숲으로 넘어와 능선으로 치고 올라가기로 했다.
잣나무 숲에는 희미한 길이 있었는데, 사람이 다닌 길인지, 동물이 다닌 길인지 알 수 없었다.
(10:05) 잣나무 숲은 능선을 만날 때까지 이어졌는데, 기대했던 대로 능선에는 등산로가 희미하게 나 있었다. 능선에 올라 처음으로 오른 봉우리(504봉)는 염소 것으로 추정되는 똥으로 완전히 덮여 있었다. 동물의 똥오줌의 냄새가 코를 찔러왔으나, 이것은 자연의 향기이지 절대 악취는 아니라며 똥밭을 지난다. 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가는 동안 계속 산짐승의 똥(똥밭!!)을 지나야 만 했다. 흐렸던 날씨가 조금씩 개기 시작한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은 땀을 식혀줄 뿐만 아니라 가슴속까지 시원함과 상쾌함을 안겨준다.
(10:58) 눈앞에 반가운 무엇인가가 보인다.
오늘 산행하면서 처음 마주친 산행 안내판인데, 작은 멱골에서 올라오는 등산로를 표시하고 있다.
작은 오솔길에 불과했지만, 사람이 다닌 흔적이 있는 그곳부터는 산짐승의 똥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없었으니, 산짐승의 영리함을 생각해야 할지? 인간의 영악함을 생각해야 할지?
(11:50) 경사가 조금씩 조금씩 심해지더니 억새풀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방화선을 따라 긴 억새밭이 나타난다. 곧이어 시시하게 나타나는 북배산 정상!
능선상에 있는 정상이라 특징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나마 주위가 트여서 조망은 좋다. 북쪽의 화악산-응봉-촉대봉-가덕산을 비롯하여 서쪽의 명지산 산군들, 남쪽으로도 이름을 알 수 없는 산들이 우뚝우뚝 이어진다. 산 넘어 산, 여러 겹을 이룬 산이 아름답다.
북배산 정상을 지나 50미터쯤 길을 잘못 들었다, 되돌아 계관산 쪽으로 향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억새밭이 시작되는데, 하얗게 핀 억새꽃이 얼굴을 간지럽힌다.
200여 미터를 가다가 잠깐 길이 헷갈렸지만, 다행히 커다란 안내표지판이 있어서 계관산 쪽으로 제대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계관산으로 이어지는 방화선을 덮은 긴 억새밭이 참 예쁘고 인상적이다.
(14:10) 억새 가운데서 점심을 먹고 계관산을 거쳐 하산하려고 했으나, 시간이 늦어져 커다란 참나무가 있는 싸리재 갈림길에서 싸리재 골로 내려가기로 했다. 억새밭과 멀어지는 게 아쉬웠지만, 연휴 마지막 날 막히는 길을 생각하면 여기서 하산해야 한다. 참나무 숲을 한참 내려가다 보면 무덤이 나오고, 조금 더 내려가면 북배산-계관산 사이를 흐르는 계곡에는 제법 많은 물이 시원하게 흐른다.
계곡을 건너다 탁족을 하는데, 물이 차 금세 발이 시리다.
(15:53) 계곡을 좌우로 4~5번 정도 건너며 내려가다 만나는 시멘트길을 따라 내랴가 가평 별장을 다시 만났다. 정확하게 원점회귀 산행을 한 것이다.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있는 마을 길을 걷다가 택시를 타고(택시비 ₩13,000) 가평역까지 간다. 버스는 막힐 것 같아 승객들이 가득 찬 경춘선 기차를 타고 청량리로 돌아왔다.
계획하지 않은 북배산 오지산행!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흔들거리던 억새와 차가운 계곡물이 기억을 파고든다.
#산행정보
산행지 : 북배산(경기도 가평-강원도 춘천)
산행날짜 : 2005년 10월 3일
산행시간 : 6시간 50분(09:00~15:50) / 휴식시간, 점심시간 포함
날씨 : 구름 많음
산행인원 : 하나사랑, 봄날, 솜다리, 맑은물
교통 : 청량리-가평 목동(1330번)-싸리재 골(택시)
싸리재 골(택시)-가평역(기차)-청량리
#포토산행기
[산행코스 : 별장-단군제단-잣나무숲-504봉-삼거리-북배산-억새군락-631봉-싸리재-싸리재골]
[하룻밤 머물렀던 가평 별장]
[개천절에 단군성전을 지나다]
[가파른 잣나무 숲]
[산짐승의 똥]
[작은 멱골에서 이어진 등산로와 만나는 지점]
[정상 표지석]
[북배산 쪽에서 오다가 퇴골로 내려갈뻔했다]
[계관산으로 이어지는 억새능선]
[북배산에서 내려온 길]
[억새는 왜 가슴을 설레게 만들까?]
[억새 속에 가려진 사람들]
[억새 만세?!]
[앞쪽에 높은 봉우리가 계관산]
[계관산 오르기 전 싸리재에서 하산을 결정하다]
[싸리재 골 상류의 계곡]
[오랜만에 탁족을 하다]
[북배산 정상에서 파노라마/ 클릭]
[504봉에서 (남)서(북) 방향/ 클릭]
[가을에 핀 제비꽃?]
[산부추]
[구절초]
[쑥부쟁이]
[용담]
[천남성이 빨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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