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10. 5. 00:47ㆍ산행일기
더불어한길 정기산행은 원래 매월 셋째 주이지만, 올해는 추석과 겹쳐지는 관계로 넷째 주로 일주일이 연기되었다.
무더운 여름이 한발 물러섰다지만 아직 한낮에는 덥고, 깊은 가을은 아직 찾아오지 않았다. 이런 계절에 인적이 드문 산을 가면 야생화를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9월의 산행지는 멀지 않지만, 인적은 드문 남양주의 은두봉으로 결정됐다.
일요일 아침, 청량리역에는 '호~옹, 먼발치에서, teat4U, 산바람' 그리고 청일점 '맑은물'이 나왔다. 청평 가는 버스를 타자마자 예상했던 대로 여자들의 장난과 수다가 시작되었지만, 싫지만은 않다. 버스 안내방송을 주의 깊게 듣다가 원대성리 정류장에서 내린다. 길 건너 '대인상회' 간판이 큼직 막하게 보인다. 일단 산행기점에서 제대로 내리는 데는 성공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은 아니라서 출력하여 가져온 산행정보와 산행지도를 보면서 길을 찾아야 한다. 산행정보에 나와있는 대로 대인상회 뒤쪽에 있는 우리숯불갈비 앞을 지났는데, 조금 가다 보니 길이 막혀있다. 되돌아 나와 작은 오솔길로 들어섰는데, 밤나무숲으로 들어가 길을 잃고 말았다. 덕분에 야생 밤을 줍기는 했지만.....
마을로 내려와 길을 물어보니, 마을의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서 계속 올라가야 한단다. 나는 오래된 산행정보를 참고했는데, 비포장도로였던 곳이 이제는 시멘트 포장길이 되었나 보다.
시멘트 포장길은 10분 정도 걸으니 끝이 났고 계곡을 한번 건너서 차량 출입통제 안내판을 지나 계속해서 계곡을 따라간다. 목요일과 금요일에 비가 내려서 계곡에는 높은 산의 깊은 계곡 못지않게 많은 물이 흐르는데 보기만 해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산행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승리기도원 갈림길을 지난다. 산행정보에는 승리기도원 쯤에는 등산로가 험해진다고 했지만, 커다란 개가 지키고 있는 농가까지는 길이 잘 나있다.
농가를 지나고부터는 산길이 시작되지만, 누군가 풀을 베어놓아 험하지는 않았다. 길을 크게 의심하지 않고 따라가다 다다른 곳은 무덤, 추석을 지나면서 벌초하러 온 사람들이 내어놓은 길이었던 것이다. 묘지 옆의 희미한 길로 내려서니, 그제야 계곡을 따라 매여져 있는 산행 리본이 보였다. 작은 폭포를 지나고부터 길이 조금씩 험해지기 시작한다. 허기도 지고 해서, 계곡가에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점심을 먹는다. '먼 발치에서' 덕분에 오랜만에 비빔밥을 먹었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호~옹'과 '먼발치에서'는 여기서 쉬다가 내려가서 밤이나 주워 삶아 먹자는 둥 불평 섞인 얘기를 한다.
점심을 먹으면서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하며 계속 산행을 하기로 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오지산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계곡을 몇 번 건너는데도 물소리는 작아지지가 않고, 길은 점점 더 희미해진다. 한참을 올라왔다고 생각했는데도 또다시 폭포가 나타나고, 가파른 길을 한참을 올라왔는데도 작은 물줄기는 끊어지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는 드문드문 있던 리본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사람이 다닌 흔적인지, 동물이 다닌 흔적인지도 모를 길을 따라 오른다.
지난번 명성산에서 고생했던 tea4U는 오늘도 길도 없는 험한 곳에서 고생이다. 꽤 높은 곳에 형성된 습지를 지나고 나니, 은두봉-깃대봉을 잇는 주능선 길이 바로 눈앞이다.
능선을 따라 5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정상에는 쑥부쟁이가 무리를 지어 피어있다. 정상 표지석에는 은두봉(雲頭峰)이라고 쓰여 있는데, 구름 속의 봉우리인지, 숨어있는 봉우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상까지 접근하기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정상 주위에는 나무가 많이 자라서 생각만큼 조망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남서쪽으로 천마산은 한눈에 들어오고, 나무 사이로 북한강이 보이고, 서쪽으로 축령산과 북서쪽으로는 운악산이 눈에 들어온다.
정상에서 파위고개까지는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아직 등산화가 없는 tea4U가 이래저래 고생을 많이 한다. 파위고개에서 잠시 쉬었다가 남양주시 입석리 방향으로 내려간다. 가끔은 등산객이 다닌 듯 길이 그리 험하지는 않다. 덩굴식물이 많아서 혹시 머루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두리번거렸지만, 눈에 띄지는 않는다. 이쪽도 얼마 내려서지 않아서부터 작은 계곡이 시작된다. 주중에 비가 온 것도 이유겠지만, 우거진 참나무 숲이 빗물을 머금고 있다가 조금씩 내보내기 때문일 것이다.
정상을 떠난 지 1시간 만에 펜션이 보이고, 산길은 끝이 난다. 이후 구수한 향이 풍기는 축사를 지나고, 마을을 지나 수동천 다리를 건너 수동농협이 있는 운수리까지 30여분을 걸어 내려왔다.
운수리에서 마석까지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나와, 청량리 가는 버스를 갈아타고 서울에서 가볍게 뒤풀이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산행지 : 은두봉(은두봉) 경기 남양주, 가평
날 짜 : 2005년 9 워 25일
날 씨 : 구름 약간
동 행 : 맑은물, 호~옹, 먼 발치에서, 산바람, tea4U
산행코스 : 원대성리 - 계곡길 - 은두봉 - 파위고개 - 운수리(수동농협)
산행시간 : 6시간 30분(11:20~17:50) 하산 후 걷는 시간 포함
교통 : 청량리-원대성(1330), 운수리-마석-청량리(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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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성리 산행 초입부터 길을 잘못 들다]
[길을 찾았다. 첫 번째 돌다리를 건너 산불감시초소 방향으로 올라가면 된다]
[계곡물을 계속 건너야 한다]
[은두봉 가는 길]
[살아가는 동안에도 수많은 물을 건너야 한다]
[5월에 향기롭던 찔레꽃 열매]
[^^]
[며느리배꼽 혹은 며느리밑씻개...]
[검은포범나비]
[^^]
[망초]
[천남성]
[예쁜꽃]
[고추잠자리]
[깊은 계곡을 간직한 은두봉]
[가을 그리고 계곡]
[하늘은 파랗고, 물은 하얗다]
[투구꽃, 투구를 닮았다]
[계곡 상류인데도 물길은 계속 이어진다]
[산새들의 식량]
(사진 삭제)
[강아지풀, 쑥부쟁이가 어지럽게 자란 은두봉(운두봉) 정상]
[파위골로 하산하여 첫 번째 만나는 펜션 옆 계곡]
[운수리에서 버스 기다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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