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9. 8. 23:25ㆍ산행일기
"일을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일을 하는가?"
이 질문에 정답이 있을 수는 없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전자를 선택할 수 밖에 없고, 사회는 끊임없이 그런 삶을 강요한다.
거기에 저항하며 인간답게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며 사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이상주의자로 매도 당하기도 한다.
어쨋든 휴식은 중요한거니까, 일요일(9월4일)에 직장동료와 함께 집에서 가까운 수리산을 찾았다.
집앞에서 같은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형광등'을 만나서, 영등포가는 320번 버스를 타고 수암동에내렸다. 처음 집을 나설때는 장군재-수암봉-꼬깔봉갈림길-슬기봉-태을봉-관모봉-금정으로 종주를 할려고 했는데, 오전에 동네 형님들과 축구를 하고 체력고갈로 긴코스는 자신이 없어졌다. 그래서, 장군재-수암봉을 빼고 짧은 산행을 하기로 했다.
주차장에는 평소 일요일 보다 사람들이 적었지만, 약수터를 지나 수암봉으로 오르다보니 가족단위의 산행객들을 많이 만난다. 초가을 햇살은 따가웠지만,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는 가을느낌이 묻어 있었다.
기분좋은 느낌에 제동을 걸은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늘 나의 산행친구가 되었던 카메라였다. 2002년 1월에 샀던 디카 액정이 나가면서, 이제 그 수명을 다하고 있었다. 3년 밖에 안됐지만, 험한 산을 험하게 같이 다녔고, 때론 우중산행도 함께한 디카였으니, 빨리 수명을 다하는것이 당연한 것이다.
디카가 말을 안들어서 그런지 수암봉 아래 헬기장 고개까지가 유난히 힘들게 느껴졌다. 고개에 올라 동동주 한사발을 마시니 피로도 풀리고 힘도 나는것 같다. 군폭발물처리장 철조망을 따라 꼬깔봉 갈림길에서 슬기봉 방향을 잡는다. 철조망을 따라 계속가면 너구리산을 거쳐 안산의 상록수쪽으로 산행을 하게 된다.
꼬깔봉에는 군부대가 있어 병목안 계곡 가장 윗쪽으로 내려섰다가 슬기봉을 오르게 된다. 제법 높은곳인데도 습한곳에서 자라는 물봉숭아가 지천으로 피어있다. 군부대 아래쪽 우회등산로에는 곳곳에 유리조각이나 쓰레기들이 버려져있는데, 함께 산행하고 있는 친구 형광등이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군인이 뭐하는 거냐?"고 흥분한다.
하지만, 능선 곳곳에서 보이는 조망은 일품이다. 수리산 북쪽으로 안양을 거쳐 서울까지는 산이 없기때문에 멀리 북한산, 도봉산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 트인 장소에서는 서해바다-시화호가 보이고, 남쪽으로 시야가 트인곳은 군포, 의왕, 수원 일대가 보인다. 동쪽으로는 관악산, 청계산, 백운산, 광교산이 남쪽으로 달려가고 있다.
이렇게 날씨가 좋을 때 산행하는것도 큰 행운인데 카메라가 고장났으니....아쉬움이 남는다.
슬기봉 근처에도 가족단위로 산을 찾은 사람이 많다. 슬기봉을 지나 지금까지 한번도 가본적 없는 태을봉까지가는 능선을 따라 가본다. 차돌로 이루어진 칼바위, 병풍바위등 작지만 재미있는 구간이 이어진다. 같이 간 형광등과 중간에 김밥을 먹으며 쉬어가며 여유있게 가다보니 태을봉이다. 한 2년만에 태을봉에 오른것 같다. 그 어느 해 가을, 더불어한길 사람들과 비옷을 입고 올랐서 더덕 말걸리를 돌려 마시던 기억이 떠올랐다.
태을봉과 관모봉 사이에 있는 노랑바위 약수터로 내려가는 갈림길에서 남은 김밥과, 시원한 맥주로 갈증을 달랜다. 그늘에 앉아 있으니 시원하다 못해 이제는 춥기까지 하다. 형광등도 한기를 느꼈는지 둘이 같이 일어나 바로 앞에 관모봉에 올라 안양과 의왕, 산본 일대를 바라본다. 형광등은 '저 많은 집 가운데 내가 살 집은 없으니...' 하며..월급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집값에 절망한다.
관모봉을 내려오면서 심각한 집값 문제, 소유의 불평등 문제, 난개발문제 등에 대해 형광등과 가벼운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거북이가 물을 토해내고 있는 약수터에 도착했다. 수암봉 아래 주차장에서 부터 여기까지는 예상대로 4시간이 소요됐다.
산본역까지 걸어가 4호선을 타고 안산으로 돌아왔다.
******************************************************************
산행지 : 수리산(꼬깔봉-슬기봉-태을봉-관모봉)
산행날짜 : 2005년 9월4일
소요시간 :4시간(12:50~16:50)
산행인원 : 2명
날 씨 : 맑음(구름한점 없었음^^)
******************************************************************
* 나의 오랜 산행친구 디카를 애도함 *
[수암봉이 저멀리...ㅠㅠ]
[사진이 이렇게 나오더군요 ㅡ.ㅡ]
[보기엔 괜찮지만...주택건설 명분으로 건설사들은 천문학적인 이익을 챙겼다]
[종주코스 : 수암동-수암봉아래헬기장-꼬깔봉-슬기봉-태을봉-관모봉-산본]
'산행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까이 있으면서 멀게 느껴진 은두봉(2005.9.25) (0) | 2005.10.05 |
---|---|
억새꽃을 보기에는 빨랐던 명성산 산행(2005.9.11) (0) | 2005.09.24 |
늦더위를 식혀준 광교산(2005.8.28) (0) | 2005.09.03 |
풀, 나무, 돌멩이, 하늘, 계곡, 사람 & 무갑산(2005.8.21) (0) | 2005.08.23 |
집옆 작은 봉우리, 군자봉을 오르다!(2005.8.20) (0) | 2005.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