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나무, 돌멩이, 하늘, 계곡, 사람 & 무갑산(2005.8.21)

2005. 8. 23. 18:34산행일기

아침 6시를 조금 지난 시간에 집을 나서는데, 아침노을에 물든 하늘과 구름이 예사롭지 않게 예쁘다. 

매달 가는 정기산행인데 아침부터 멋진 자연을 만나니 다른 때 보다 더 많이 설렌다. 

 

 

 

양재역에 8시가 넘어서 오늘 산행할 사람들이 모였는데, 모두 4명이다. 함께 가겠다던 몇몇 사람들은 갑자기 일이 생겨 못 왔다고 한다.

 

먼발치에서의 남자 친구, 친절한 '은빛날개'가 광주시 초월읍 두월리 영화사 입구까지 우리를 데려다주었다. 처음 가는 길인데, 10여분 헤맨 것 말고는 그런대로 산행 시작점을 잘 찾아갔다.

 

 

 

(09:55)'함께 가자 우리, 봄날, 먼발치에서, 맑은물(나)' 이렇게 4명이 오늘 무갑산을 오를 사람들이다. 초가을 분위기가 풍기는 산 초입을 지나면서 분위기에 들떠서 그만 산판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산행 초입은 잘 찾아갔지만, 헤매지 않으면 탐험은 산행의 기본인 더불어한길 산행이 아니지..... 산판길을 보니 무엇인가 목적이 있어서 길을 냈겠지만, 파헤쳐진 길과 꺾이고 쓰러진 나무들을 보는 것은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오늘 아침까지 술을 마셨다는 '봄날'이 오히려 우리보다 한참을 앞서 나갔고, 뒤쳐진 3명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봄날을 뒤따라 갔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고압 송전탑이 있었는데, 산판 길의 목적은 결국 이 송전탑을 세우기 위해 만든 길이었다.

 

 

 

(10:48) 송전탑을 지나면서 산길로 접어들었다. 금요일에 비가 와서 그런지 숲 속은 습했고, 이름 모를 버섯들(대부분 독버섯이겠지만), 매미, 날파리, 벌 등 곤충들도 많았다. 아침에 비교적 일찍 출발해서 여유 있게 산을 즐기면서, 주위의 풀과 나무들, 작은 생명들을 보면서 산행을 할 수 있었다. 15분 정도 올라가니 우리가 처음 오르려고 했던 두월리에서 시작하는 등산로가 나타났다.

 

 

 

(11:20) 통신탑(무갑산 정상?)을 지나 평평한 능선을 따라가니 돌탑이 있는 봉우리가 나왔는데, 정상 바로 옆의 암봉 같았다. 암봉에서의 동-서-남-북을 둘러보는 조망은 막힘이 없었다. 북한산의 백운대, 인수봉이 나뭇잎 사이로 보였고, 이후 남쪽으로 청계산, 관악산, 백운산, 백마봉...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많은 산의 모습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동쪽 멀리는 안개가 피어오르는 꽤 높은 산이 있었는데 치악산으로 보이는데, 설마 수십 km 떨어진 치악산이 보일 리가.....

 

그리고, 눈앞의 관산, 앵자봉, 양자산을 지나 북쪽으로 보이는 용문산, 유명산은 알아보겠는데, 그 뒤로 겹겹을 이루고 있는 산은 알 수 없지만 가평 명지산의 산군일 것 같았다. 산 이름은 알면 좋은 것이지만 아는 게 자랑도 아니고, 그냥 한 겹, 두 겹, 세 겹, 네 겹... 겹겹이 쌓인 산을 보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면 그만이다.

 

 

 

(12:18) 암봉 옆에서 준비해온 간식거리를 먹고, 놀다 보니 거의 1시간이 흘렀다. 정상에서 꽤 오랫동안 쉬었는데도 아직 여유가 있다. 정상에서 내려갈 때 잠깐은 가파른 길이었지만, 금세 웃고 개에 이른다.

 

웃고 개에서는 계곡으로 가는 길은 험한 내리막길이다. 벌목 지대를 지나면서부터 물이 졸졸 흐르던 물이 조금만 더 내려가니 금세 계곡을 이루어 흐르고 있었다. 주중에 내린 비와, 우거진 숲이 산의 규모에 비해 제법 멋진 계곡을 만들어 냈다.

 

 

 

(13:20) 늦은 여름을 맞이하여 시원한 계곡을 찾아 쉬고 있는 사람들이 보일 무렵, 우리도 쉴 수 있는 적당한 장소를 찾다가, 인적 드물고,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 지류에 자리를 잡았다.

 

산행은 하지 못하지만, 계곡으로 오기로 했던 '하나 사랑, 사노라면, 개똥이와 개똥이 옆지기'와 연락을 해야 하는데, 계곡이라서 전화기가 터지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전화기를 들고 전화가 터지는 곳까지 내려가서 우여곡절 끝에 연락이 됐지만,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일단 짐을 내려놓았던 계곡까지는 친구들이 찾아 올라왔고, 봄날이 그곳까지 내려가서는 그들을 데리고 올라왔다.

 

 

 

시간은 벌써 15:25분. 시간이 여유 있다고 방심도 했고, 산에 와서 휴대폰이 터진다는 것을 너무 당연히 믿었던 탓에 시간이 많이 흘러가 버렸지만, 친구들을 만나서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떠다는 여름을 보낸다. 어지럽힌 자리를 깨끗이 정리하는 것은 더불어한길 산행의 상식.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무갑리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무갑리로 내려갈수록 무갑산과 관산, 양쪽에서 흘러내린 물이 합쳐져서 계곡은 500미터가 조금 넘는 산치 고는 꽤 많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17:50) '계곡에서 야영 및 취사 절대 금지-무갑리 주민일동'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무갑리에 도착해서 산에서 남은 음식을 모두 먹어치우고는 '하나사랑'차를 타고 서울을 거쳐 안산 집으로 돌아왔다.

 

무갑산의 맑고 깨끗한 계곡은 알려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덜 알려지는 것이 그 깨끗함을 오래 간직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이유는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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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무갑산(경기 광주)

 

산행날짜 : 2005년8월21일

 

산행인원 : 4명(봄날, 함께가자 우리, 먼 발치에서, 맑은물)

 

날  씨     : 구름 조금

 

산행코스 : 두월리(경기 광주)-임도-정상-관산 갈림길-무갑리

 

산행시간 : 8시간(4시간 휴식 포함^^/ 09:55~13:30(산행 끝)~17:50)

 

교통       : 승용차 이용

 

(대중교통은 동서울이나 양재에서 광주까지는 수시로 버스가 있고, 광주에서 무갑리 가는 버스는 한 시간에 한대 정도 다닌다. 광주시청 교통정보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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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사롭지 않은 하늘과 구름]

 


[두월리 마을의 나팔꽃]

 


[앞에 보이는 산이 무갑산]

 


[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한삼덩굴]

 


[그들이 산을 오르는 이유는?]

 


[싸리나무 꽃]

 


[닭의 장풀, 달개비]

 


[??]

 


[버섯]

 


[수백 그루의 나무와 수천 포기의 풀이 사라진 자리에 송전탑은 세워지고]

 


[생을 다해가는 늦여름 매미]

 


[굉장히 컸던 버섯]

 


[여기가 정상?]

 


 


[돌탑-암릉]

 


[닭의 장풀]

 


[자화자찬..^^]

 


[마치 조개가 붙어있는 듯한 나무]

 


[무릇]

 


 

 


[짚신나물]

 


[칡]

 


 



[인생 뭐 있어? 힘들면 쉬었다 가자]

 


[시원함]

 


 


 


[노란 물봉숭아]

 


[맑은 물]

 


 

 


[암봉에서 북동쪽 조망, 관산-앵자봉-(저 멀리) 용문산-백운봉 //클릭하세요~]

 


[암봉에서 서남쪽 조망...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