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도봉-석기산-민주지산-각호산 여름휴가 맞이 대종주 2편(2005.7.29~31)

2005. 8. 10. 18:53산행일기

삼도봉-석기산-민주지산-각호산 여름휴가 맞이 대종주 1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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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30일 입니다.)

잠에서 깨었을때 이른 새벽인줄 알았는데, 시간은 벌써(?) 6시를 넘고 있었다. 집에서 6시에 잠이 깼을때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갔겠지만, 한여름 산에서 6시는 이른시간이 아니다. 그런데도 어제 산행이 피곤했던지 '더불어한길' 사람들은 아직 꿈속이다.

 

오늘 산행은 시간여유가 있을터이니 어제 저녁에 올랐던 석기봉에 올랐다. 남쪽 골짜기로 부터 올라온 안개가 능선을 넘으며 증발하듯 사라지고 있었고, 아침 해도 간간히 햇살을 비추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잠에서 깬것 같아서 팔각정으로 내려와 경치가 좋다고 하니, '함께가자우리, 산바람, 먼발치에서'가 다시 석기봉 중턱으로 올랐고, 그 뒤로 몇 명이 더 석기봉 중턱에 올라 아침안개를 보며 수다를 떨었다.

 

안개가 다시 몰려와 팔각정으로 내려와 아침에 먹을 햇반을 데웠다. 어디서부터 출발했는지 벌써 등산객 한분이 팔각정을 지나쳐 석기봉을 오르고 있다. 아침을 먹고 머물렀던 팔각정 잠자리를 정리하고, 베낭을 메고 출발하니 시간은 벌써 8시30분을 넘어서고 있다. 아침 기운에 취해 너무 많은 시간을 석기봉 근처에서 보낸것이다.

 

더불어한길 사람들은 석기봉 정상에서도 다양한 자세를 연출하며 사진을 찍었다. 오늘 산행중에 마실물을 구할 곳이 없기 때문에 삼두마애불상 옆에 있는 샘터에 들러 물통을 채운다. 샘터는 바위틈에 있는데, 물이 많지는 않지만, 가뭄에도 잘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09:35)석기봉 주위에서 많이 놀았더니, 아침 일찍 물한계곡에서 출발한 산행팀이 벌써 석기봉에 도착하고 있었다. 석기봉에서 민주지산 방향으로 출발하였는데, 밧줄이 많아서 익숙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힘들었는데, 몇몇은 이런 밧줄이 너무 싫다고 볼멘 소리를 한다. 등산로 평탄작업을 하지 않는한 바뀌지 않을 길이라면, 등산로에 불만을 가지지말고 험한 등산로를 즐기면 될터인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험한 등산로가 끝난후에 오르막길, 내리막길이 있었지만 고도차는 크지 않아 산행이 그리 힘들지는 않다. 민주지산을 먼저 올랐다가 석기봉으로 향하는 한무리의 중학생 아이들을 보니 대견해 보인다. 나는 저 나이에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사실, 여름이면 집에서 농사일을 도왔죠^^)

 

(11:20)힘이 들면 나무 그늘 밑에 모여서 쉬기도 하고, 재미있는 말을 해 웃음으로 서로에게 힘을 주면서 가다보니, 어느새 민주지산 정상(해발 1241미터)이다. 민주지산 정상에는 유난히 잠자리들이 많이 날아 다닌다. 

한편, 오늘 아침 서울에서 내려온 '하나사랑, 사노라면'은 물한계곡에서 각호산을 향해 오르고 있다고 전화가 왔다. 산행계획에서 각호산은 '상황에 따라서'로 분류했었는데 '하나사랑'으로 인해 올라야만 하는 상황으로 바뀐것이다.

 

(13:20) 시간 여유가 많은듯 하여 중간중간 많이 쉬면서 갔더니 각호산 안부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곳에서 각호골로 하산할 예정이므로 베낭을 내려놓고 각호산을 오르기로 했다. 우리는 마실물만 들고 각호산을 오르는데, 오르막 경사가 꽤나 급하다. 여기를 베낭을 메고 올랐다면 아마 민주지산 산행중 가장 힘든 구간으로 기록 됐을 것이다. 오르막이 끝나고 바로 각호산 정상인줄 알았더니, 맞은편 바위봉이 더 높아 보인다. '함께가자우리'와 '봄날'은 바위를 타고 벌써 각호산 정상에 오르고 있었다.

 

(13:45)각호산 정상에 서니 어제 부터 우리가 지나왔던 삼마골재-삼도봉-석기봉-민주지산-각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모두 들어왔다. 이렇게 지나고 나서 뒤돌아 보면 '우리가 어떻게 저 길을 왔었던가?'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대단한 '더불어한길' 사람들이다.

각호산 정상에서 사진찍기 놀이를 하고 있는동안, 베낭을 지키겠다던 '은빛날개'와 'Hey-U'도 뒤따라 각호산으로 올랐고, 잠시뒤에는 '하나사랑, 사노라면'도 맞은편 봉우리를 지나 우리가 기다리고 있던 각호산 정상으로 올라왔다. 산에서 목표를 정해놓고 만나는것도 참 색다른 경험이다.

 

(14:55)각호산에서 베낭을 내려놨던 안부에 모두 모여 각호골로 내려서는데,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았는지 등산로가 험했다. 뒤따르던 사람들이 '우리 길 잃는거 아니냐?'고 걱정했지만, '치악산의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여유가 넘쳐 보인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거진 숲속에서 우리는 야생동물소리 흉내를 내면서 밀림분위기를 돋구기도(?) 했다.

예상했던대로 우리는 20분만에 조동 휴양림에서 내려오는 뚜렷한 등산로를 만날 수 있었고, 그 길을 따라 내려갈 수록 계곡 물소리도 점점 크게 들렸다.

 

그런데 그 시간까지 점심을 먹지 않아서 누구는 배고프다고 밥을 먹자고 하고, 누구는 조금 더 내려가서 먹자고 하고, 누구는 민박집가지 그냥 가자고 하는 등 의견이 분분했다.

민주지산과 민주주의가 관련이 있는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민주적으로 의견을 수렴하여 밥을 먹고 가기로 했다. 더불어한길은 이미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 내용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17:10) 오후 4시가 넘어 늦은 점심을 먹고 조금 내려가다보니 사방댐 위쪽에 물놀이 하기 좋은 장소가 나타났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나? 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모두 물속으로 들어가 한바탕 물싸움을 벌인다. 차가운 계곡물에 입술이 파래지도록 놀다가 젖은 옷을 입고 그냥 하산을 한다. 민박집이 멀지 않았다는 '하나사랑'의 귀뜸이 있었기 때문이다. 뒤쳐져 내려오던 '먼발치에서, 은빛날개, 함께가자우리'는 복분자열매와 산딸기 맛을 볼 수 있었다.

 

(18:20) 충분히 쉬고 놀고 먹고 했지만, 1박2일동안 15시간에 달하는 긴 산행을 끝내고 예약한 민박집에 도착했다. 주말과 휴가철을 맞아 어제와 달리 민박집을 사람들로 북적였다. 야외에서 음식을 먹으며 시작된 즐거운 시간은 밤이 깊도록 이어졌고, 다음날 계곡물에서 후회없이 물장구 치는 것으로 여름 황룡사-물한계곡-삼마골재-삼도봉-석기봉-민주지산-각호산-각호골-황룡사로 이어진 산행은 끝이났다.

 

하룻밤을 같이 지내는 산행이 끝나면 언제나 그렇듯이 집에 돌아가서는 함께 산행한 사람들의 목소리, 웃음소리가 들리는 환청에 한동안 시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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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을 두르고 하룻밤을 보냈던 팔각정 호텔^^]

 


[석기봉 오르는 길]

 


[석기봉아래 삼두마애불상, 옆쪽으로 샘이 있다]

 


[물을 떠서 올라가는 길에, 신비로운 풍경]

 


[민주지산 능선은 대체로 무난하다]

 


[민주지산 정상에서...작은 벌레같은것이 잠자리떼 입니다]

 


[민주지산 아래 무인대피소]

 


[각호봉 오르는 길입니다]

 


[각호봉(해발 1178미터)에서 하나사랑, 사노라면을 기다리는 사람들]

 


[각호골에서 시원한 물싸움]

 


[이보다 더 시원 할 수는 없다!]

 


[이보다 더 유치할 수는 없다^^]

 


[더 나은 내일을 바라는 청년들의 등산모임, 더불어한길/ 봄날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