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도봉-석기산-민주지산-각호산 여름휴가 맞이 대종주 1편(2005.7.29~31)

2005. 8. 8. 19:53산행일기

직장인들에게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주어지는 여름휴가!

 


더 많은 휴식과 여유를 얻기 위해 일을 하려는 사람들과, 더 많은 일을 시키기 위해 휴가를 주는 사람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갈등은 거의 일방적으로 사장님들의 승리로 끝나고 만다.
사실 회사라는 조직에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속해서 노동을 하게 된 역사는 인류사에서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영원불멸 이어질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어쨌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을 해야 먹고사는 존재들은 세상에 바뀌지 않는 동안에는 주어진 여름휴가라도 알차게 써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찾은 곳은 충북-전북-경북이 만나는 삼도봉-민주지산과 시원한 물한계곡이다.

 

 

 

영등포역에서 아침 기차를 타고 영동역에서 내려, 물한계곡 입구까지는 '까마구'와 '산바람'의 차를 타고 간다.
산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내려와 쉬게될 민박집 옆 마당에 차를 세워두고, 오랜만에 한길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다. 점심식사의 히트작은 '봄날'이 가져온 차가운 아이스 막걸리였다.

 

점심을 먹고 배낭에서 불필요한 짐을 정리하고 산행 준비를 한다. 산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하니까 기본적인 것만 가지고 간다고 해도 배낭은 묵직하다.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더불어한길 2005년 여름정기산행" 출발이다. [13:55]

 


왼쪽으로 흐르는 시원한 계곡물이 더위를 식혀주고, 넓은 산행길을 덮은 우거진 나무들이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고 있다.
산행 초입에는 물한계곡과 산행길을 철망으로 막아놓아서 물한계곡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더 깊고 깨끗한 계곡물에서 물놀이를 원하는 사람들은 불만일 수 있겠지만, 사람 손만 닿았다 하면 망가져 버리는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휴가철이지만, 단체 산행을 온 어르신들을 빼고는 산행객들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운치 있는 잣나무 숲을 지나 주능선 방향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을 몇 번을 건너고 옥소 폭포를 지나도록 산행길은 쉬어야 할 정도로 힘들지는 않다. 그래도 시원하기로 유명한 물한계곡을 따라 오르는데, 계곡물에 손 한번 안 담가보고 지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넓은 산행길이 끝나고 계단길이 막 시작되는 지점에서 20여 미터 올라가니 쉬기 좋은 장소가 나왔다.

 

드디어 차가운 물한계곡에 손을 담그고, 끈적한 땀을 닦아내고 간식으로 과일과 막걸리를 한잔씩 돌려마셨는데, 누가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한쪽에서는 물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

 

옷이 물에 젖었지만, 시원하기 때문에 물을 뿌린 사람에게 오히려 고마워하는 분위기다.

 

 

 

많은 시간을 쉬다가 물가를 떠나 나무계단을 올라서자 바로 미니미 폭포가 나타났다.

 

깊은 산골짜기에 제법 모양을 갖춘 폭포는 보는 것도 듣는 것도 모두 시원한 느낌이다. 물한계곡이 옆으로 이어지다가 점점 줄어들더니 사라지고, 그리 힘들게 걸은 것 같지도 않았는데 벌써 삼마 골재 표지판이 눈앞에 나타난다. 출발지점의 해발고도도 400미터가 넘었었고,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진 계곡을 따라 올라왔기 때문에 참 편하게 올라온 것이다. [16:25]

 

 

 

삼마골재에서 부터 삼도봉까지는 백두대간 종주길 구간인데, 지금까지와는 달리 오르막길의 경사가 급해져서 Hey-U는 조금 힘들어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야생화들도 많이 피어있고, 시야는 넓게 트여있었다. 가파른 구간을 끝내고 첫 번째 봉우리에 도착해서는 삼도봉이 바로 눈앞에 있지만, 쉬었다 가기로 한다. 우리하고 비슷하게 산행하던 팀이 삼도봉을 찍고 돌아올 무렵 자리에서 일어나 삼도봉을 향해 출발한다.

 

 

 

[17:25] 사진으로 보던 삼도화합탑이 있는 삼도봉 정상까지는 금방이다. 전라북도 무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은 남쪽으로 달려 나가는데, 시원한 모습이 보기 좋다. 우리가 가야 할 석기봉-민주지산 능선은 북서쪽으로 이어지는데, 멀리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가 석기봉인지 민주지산인지 헷갈린다. 모양으로 봐서는 사진에서 봤던 석기봉인데, 사람들이 혹시나 심리적으로 힘들어할까 봐 아무 말 않았다.
조금은 늦은 시간이라 아무도 없는 삼도봉에서 10명의 더불어한길 회원들은 삼도화합탑을 배경으로 온갖 재미있는 연출을 해가며 사진을 찍는다.

 

 

 

삼도봉을 떠나 석기봉까지 가는 길이 보기와는 달리 고도차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오르막을 오를때는 조금씩 힘이 부치기 시작한다.

 

나는 힘이 들었지만 삼도봉을 오를 때부터 '은빛날개'가 제일 선두에 선다. 항상 산행 못한다는 편견을 온몸으로 받았었는데, 그동안 많이 변한 것 같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더불어 한길 회원 5년에 이제는 모두들 산악인이 다 된 것 같다.

 

석기봉 오르는 경사가 가파르게 시작되는가 싶더니 드디어 오늘 산행의 종착점, 팔각정이 나왔다. [18:29]

 


모두들 환호를 하고 팔각정에 올라 털썩 주저앉았다. 작년 두타산에서는 무인 대피소로 있는 팔각정을 찾기 위해 밤 11시 50분까지 산행을 한 것에 비하면 오늘은 계획한 대로 산행이 진행되고 있다.

 

마실 물을 구하기 위해 까마귀, 은빛날개, 봄날이 석기봉 아래 있다는 샘을 찾아 떠나고 나와 '함께가자우리'는 남은 물을 모아 햇반을 데우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금방 돌아오지 않아 팔각정에서 100미터 거리에 있는 석기봉에 올랐는데, 일몰의 모습이 장관이다.
올해는 광덕산 박달봉, 설악산 서북능선에서 일몰을 봤었는데, 주변이 트인 석기봉의 일몰이 가장 멋있는 것 같다.

 

 

 

물을 떠 온 사람들을 만나 팔각정으로 내려가 저녁을 먹고, 높고 깊은 산속에서 밤이 깊도록 이야기 꽃을 피운다. 자리를 정리하고 잠자리를 펼 무렵, '함께가자우리'의 귓속에 나방이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빛을 비추어도 나방은 나오지 않았고, 연기를 피워도 나방은 귓속에서 계속 부스럭거렸다. 30여분 동안 갖은 방법을 다 써보다가 결국 힘이 빠진 나방을 핀셋으로 끄집어내는 것으로 '깊은밤깊은산속의 위기상황'은 다행히 안전하게 끝이 났다.

 

 

 

잠이 들긴 했는데, 세차게 부는 바람소리와 빗방울 소리, 나뭇잎에 맺힌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눈을 뜨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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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삼도봉-석기봉-민주지산-각호봉

산행날짜 : 2005.7.29~30 (31일은 민박)

산행인원 : 10명

날씨       : 흐림(고온다습)

산행시간 : (13:55)

산행코스 : 황룡사-물한계곡-삼도봉-석기봉(팔각정) (18:29) - 4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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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철망너머에 물한계곡이 살아 숨쉰다]

 


[덩굴식물이 나무를 감싸앉고 있다]

 


[옥소폭포??]

 


[잣나무숲 지나 갈림길에 이르다]

 


[의용골폭포??]

 


[계곡물을 몇번 건너야 한다]

 


[물한계곡 마지막의 미니미폭포]

 


[삼마골재에서 '함께가자우리']

 


[삼마골재에서 삼도봉 오르는 길]

 


[삼도봉의 삼도화합탑, 저멀리 석기봉이 보인다]

 


[팔각정호텔에 도착하다]

 


[석기봉에 해가지다]

 


[석양에 물든 민주지산 주능선]

 


[무슨생각에 빠져있을까? ㅋㅋ]

 


[석기봉다운 석기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