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꽃을 보기에는 빨랐던 명성산 산행(2005.9.11)

2005. 9. 24. 13:37산행일기

2004년 9월에 갔었던 명성산의 억새꽃이 인상이 깊어서 1년만인, 지난 9월11일 명성산을 다시 찾았다.

 

오늘 산행은 하나사랑, tea4U, 나 이렇게 3명이 조촐하게 출발한다. 처음 계획은 수유리에서 운천으로, 운천에서 산정호수까지 버스를 갈아타고 갈 예정이었지만, 하나사랑의 차를 이용해서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오늘이 마침 9월 11일이라서, 2001년 미국의 9.11과 칠레의 1973년 9월11일을 잠깐 얘기했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의 월드트레이드센터의 폭발사건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1973년 9월 11일에 칠레에서 있었던 일은 알려져 있지 않다. 60~70년대 억압받고, 착취당하던 칠레 민중들의 희망으로 대통령에 오른 아옌데는, 칠레 민중들의 해방을위해 대통령궁에서 끝까지 저항하다가 결국 미국에 의해 살해되고 말았다. 우리에겐 언제쯤 그런 멋진 민중의 지도자가 나올 수 있을려는지, 언제쯤 진정한 좌파정권이 집권해서 숨이 막혀버릴것만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 숨통을 트게 해줄지......막막하기만 하다. 

 

의정부를 지나 한북정맥 축석령을 넘어 달리는 43번 국도는 휴일을 맞이하여 조금 붐볐다. 9월이라고는 하지만, 차창을 넘어 들어오는 햇살이 아직 뜨겁다. 명성산 아래 산정호수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15분, 예상보다 조금 늦었다.

 

주차장에서 폭포가 많은 계곡방향으로 들어가다가, 계곡을 뒤로하고 위험표지판이 있는 책바위능선으로 오른다. 위험 등산로 표지판이 있지만, 사전조사에 의하면, 초보자도 갈 수 있는 길이라고 하니, 오늘 처음으로 산행을 한다는 tea4U도 괜찮을것 같아 출발한다.

 

오르막 길을 잠깐 오르니, 멀지 않는곳에 거대한 암벽이 보인다.  저 암벽이 오늘 오를 위험 등산로 같다. 등산로를 따라 암벽 아래에 가니 책바위능선이란 표지판이 위험을 알리고 있었지만, 철계단과 로프가 설치되어 있어서 걱정했던것보다 쉽게 올랐다. 책바위능선을 넘어 자인사 등산 길을 만날때까지 가벼운 릿지길이 이어지는데, 산행의 재미는 있었다. tea4U는 첫산행답지 않게 산을 잘 오른다.

 

나무계단을 올라, 조금 더 가면 명성산의 대표, 억새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팔각정 한모퉁이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고, 좀 쉬었다 가기로 했다. 하나사랑과 tea4U가 쉬는 동안 억새밭 아랫쪽에 있는 궁예샘에 내려갔다. 길 양쪽으로 억새가 가을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었지만, 아직 초가을이라 억새꽃이 많이 피지는 않아서 아쉬웠다. 며칠 비가오지 않아서 그런지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는 궁예샘이 마르기 직전이다.

 

샘물을 받아 올라와 달콤한 낮잠을 즐기고 있는 하나사랑을 깨우고, 산행 코스를 다시 물어서, 처음 계획대로 삼각봉을 넘어 명성산 정상으로 가자고 한다. 오늘 처음 산행 모임에 나온 tea4U는 사람을 대하는 것이 아직은 조심스러운듯 하다.

 

팔각정에서 삼각봉까지의 능선은 작년에 왔던 길이지만, 익숙하지는 않다. 능선길은 나무가 없어서 뜨겁지만 조망은 좋다. 왼쪽(서쪽) 아래 보이는 산정호수는 작년에는 흙탕물이었는데, 오늘은 맑고 깨끗해 보였고, 서쪽으로 저멀리는 지장봉이 어디쯤 있을텐데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다. 동쪽으로는 광덕산-국망봉을 넘어 남쪽으로 달리는 한북정맥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가는 능선 아래쪽으로는 군부대 훈련장이 있어서 평일에는 많은 포격 훈련을 한다고 한다. 1000년전 궁예 혹은 마의태자가 울고, 산도 따라 울었다고 해서 명성산(鳴聲山) 으로 불리기 시작했다는데, 이름을 잘못지어서 일까? 지금은 군부대에서 쏘아대는 수많은 포탄에 아프다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물도 없이 소리도 없이 울고 있는것 같다.

 

삼각봉을 넘어서부터는 힘든 기색이 없던 tea4U가 쉬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냥 내려갈까도 생각했지만, tea4U도 정상까지 꼭 가겠다고 하고, 날씨도 그리 나쁘지 않아서, 조금 무리되더라도 정상까지 가기로 했다.

 

주차장을 떠난지 4시간 30분여만인 오후 4시에 드디어 명성산 정상에 도착, 간단히 사진을 찍고 서둘러 하산을 한다. 지도가 제각각이라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닌듯한 북쪽 길을 따라 궁예봉쪽으로 내려가다, 안부에 이르러 산안고개로 내려가는 길이 나왔다.

 

군부대 훈련으로 벌거숭이가 된 동쪽사면과는 달리 산안고개로 내려가는 계곡길은 숲이 우거져 있었다. 내려오다가 큰폭포(이름은 미확인)옆에서 잠시 길을 잃었지만, 왔던 길을 잠시 되돌아 올라 가니 갈림길에서 우리가 길을 잘못들은것을 알 수 있었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두어번 건너니 산길이 끝나고 여기저기 파헤쳐진 군훈련장이 나왔고, 조금 더 내려가니 비포장 도로가 나타났다. 시간은 이미 오후 6시를 넘어서고 있었지만, 더 늦기전에 산행이 끝나서 다행이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지나가는 차들이 우리를 외면해서 산정호수 주차장까지 1시간 넘게 걸어가니, 7시가 넘었다. 벌써 주위는 어두워지고 있었다. tea4U는 힘들다고 말은 하지 않지만,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말 많은 하나사랑도 말이 부쩍 줄었다. 

 

서둘러 하나사랑의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은 다행히 의정부까지는 도로사정이 좋아서 빨리왔지만, 동부간선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10시가 다 되어서 서울에 도착하고, 간단히 저녁겸 뒷풀이를 하고 헤어졌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고, 힘도 들었던 명성산, 종주코스는 재미가 없으니 권하고 싶지 않다. 억새꽃이 피는 9월말, 억새밭까지만 산행하기에 괜찮은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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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행 지  : 명성산(삼각봉-명성산)

산행날짜 : 2005년 9월 11일

산행동행 : 3명(하나사랑, tea4U, 맑은물)

산행코스 : 주차장(산정호수)-책바위능선-팔각정-삼각봉-명성산-갈림길-산안고개-주차장

날  씨     : 맑음

소요시간 : 7시간40분

교  통     : 자가용 (대중교통 이용시 수유리에서 운천/ 운천에서 산정호수 행으로 갈아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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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바라본 책바위 능선]

 


 


[명성산엔 억세와 함께 구절초도 많았다]

 


[책바위 능선에서 바라본 산정호수]

 


[책바위능선에서]

 

[명성산 정상/ 팔각정옆에도 가짜 정상표지석이 있긴하다]

 


[고들빼기 종류?]

 


 


 


 


[궁예샘애 물뜨러 갔다가...억새밭]

 


 


 


 


[산부추]

 


 


[푸른 천남성]

 

[삼각봉-명성산 능선에서 바라본 한북정맥 / 클릭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