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많은 일이 있었던 연인산 용추구곡 1탄(2006.7.29~31)

2006. 8. 5. 00:48산행일기

더불어한길에서는 매년 여름과 겨울에 큰산행을 하는데, 올해는 여러가지 우여곡절 끝에 가평의 연인산을 가게 됐다. 장마가 한창이던 7월초, 강원도 인제의 방태산을 여름산행지로 일찌감치 결정해 놓았었는데, 그만 인제지역에 큰비가 내려서 계획된 날짜를 일주일 앞두고 부랴부랴 경기도 가평의 연인산으로 산행지를 바꾸었다. 하지만, 예정산행날짜 이틀전에 가평에도 200mm애 달하는 많은 비가 내리고, 산행예정일 아침까지도 비가 오락가락하여 그 어느해보다 가슴조이며 여름산행을 떠나게 됐다.

  

산행계획은 용추계곡에서 출발하여 새로생긴 연인산장(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민박집으로 원점회귀하여 또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다. 갈수록 빨리돌아가는 인생의 톱니바퀴에서 벗어나기 힘든 사회 분위기의 영향도 있고하여, 이번 산행에는 함께가자우리, 봄날, 하나사랑, 콩깍지, 산바람, 귀니, 반야수, 맑은물 이렇게 8명이 참가하게 되었다. 그동안 갔었던 여름-겨울 산행지보다 비교적 낮은편(1068m) 이긴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끝나지 않은 장마였다. 

 

(08:00)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곳 이지만 여름산행이라 아침 일찍 청량리역앞에 모여 1330번 버스를 타고, 가평터미널에 도착했으나, 용추계곡 가는 버스는 불과 4분 전에 떠나 버렸다. 우리는 택시를 나눠 타고 용추 맑은물산장 앞까지 갔다.

 

(11:00)산행에 필요없는 짐을 정리하고, 민박집을 나서는데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져 걱정했지만, 다행히 금새 그친다. 계곡물은 흑탕물은 아니지만, 시퍼런 물이 넘실거리며 약간은 섬뜩한 기세로 흘러간다. 주차장을 지나 계곡을 따라 40여분을 올라가다 마주친 계곡을 가로지르는 길이 물에 잠겨있다. 발목 조금 위까지 잠기는 깊이라, 등산화를 벗어 손에 들고 물을 건넌다. 일행들 모두 '비온뒤 산행을 하다보니 이런 경험도 하는구나' 하며 재미있어 하는 표정이라, 물가에서 한참을 놀았다.

 

(12:00)계곡을 따라 조금 더 오르다가 우리를 당황하게 만든것은 허벅지 높이로 흐르는 거센 물살에 잠긴 길이었다. 지역주민인듯한 사람이 안전을 위해 계곡을 건너는 길을 막고 있다. 물살이 너무 쎄서 미련 둘것 없이 처음 등산화를 벗고 건넜던 곳까지 돌아온다.

20여분 전에는 즐겁게 놀았던 장소였는데, 이제는 오늘 산행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왠지 불안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한다. 작은 공터에 모여 앉아 점심을 먹으며 이 상황을 어떻게 할 것인지 머리를 맛대로 얘기해 본다. 산행을 포기하고 이틀동안 민박집에서 물놀이 하자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결국 힘들더라도 갈때까지는 최대한 가보기로 하고, 계곡을 벗어나 능선 길을 따라 오르기로 한다. 준비해온 지도가 용추구곡 상세지도가 아니라는게 마음에 걸린다.

 

(13:35) 능선길을 올라 장수능선을 타고 연인산 정상으로 바로 오를려고 했으나, 임도를 40여분 따라가니, 다시 계곡물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아까 물이 많아서 건너지 못했던곳보다 겨우 조금 더 상류로 올라왔을 뿐이다. 이런 깊은 골짜기안에서 인터넷에서 봤었던 상세지도에 미련두는것은 정말 미련한 일이다. 무모하게 물을 건널 생각은 애시당초 없었기 때문에, 계곡 옆쪽으로 나있는  안전한 우회로를 따라 10여분 올라갔더니 다시 계곡길을 만나고, 조금 더 따라 오르니 칼봉산 쉼터가 나타난다. 이제는 궂은 날씨가 끝나고, 가끔 비추는 햇빛이 뜨겁다. 

 

칼봉산 쉼터 화장실을 이용하려던 귀니와 산바람이 실망스런 표정으로 돌아온다. 전기세 나온다고 주인아주머니가 화장실을 못쓰게 했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만, 기분이 씁쓸하다. 그래도, 아주머니는 조금 올라가다가 계곡을 건너지 말고 MTB길을 이용하라고 가르쳐 준다. 

 

(14:35) 칼봉산 쉼터를 지나 얼마 가지 않아 가평군에서 세운 경고문이 있다. 용추계곡 보호를 위해 계곡 관통도로 공사를 금지하고, 차량진입을 막고 있다는 경고문인데, 참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된다. 지금도, 펜션이나 민박등이 너무 계곡 상류까지 올라와 있는데, 한번 세워진것을 없앨 수도 없고, 앞으로는 잘 보존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차량진입경고문을 지나니 남쪽 계곡에서 작은 폭포가 용추계곡으로 떨어지는데 참 맑고 고운 느낌이다.(용추 제7곡 청풍협) 조금 더 올라가니 좁은 바위 협곡을 엄청난 양의 물이 무서운 기세로 흐르고 있다.  이곳은 원래 귀유연(귀신이 머무는 연못?)이라 불리며 평소에 깊은 소가 있는곳인데 이틀 전에 내린 많은 비 덕분에 용추계곡은 곳곳에 설악산 십이선녀탕 계곡에 버금가는 멋진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다.

 

(14:55)귀유연을 지나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지도를 보니 MTB 코스를 따라가면 구라우골을 통해 장수능선으로 오를 수 있을것같다. 용추계곡을 뒤로하고 능선으로 오르기 때문에 물이 없을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어제 내린 많은 비로 구라우골에서도 네번정도 등산화를 벗고 계곡을 건너야 한다. 별장인지, 민가인지 모를 마지막 집을 지나 잠시 산길로 접어들었다가 다시 MTB 코스 안내판이 있는 곳에 다다른다. 시간은 이미 오후 4시를 넘기고 있다.

갈림길에서 별다른 의심 없이 능선방향 오르막길로 가는데, MTB 길이 나오고, 산허리를 감아도는 MTB 길은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되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청풍능선길이 나올때까지 계속 걷는다. MTB 코스 안내판이 있는곳에서 약간 내리막길(오른쪽) 방향으로 갔다가 장수능선으로 다시 올랐어야 하는데,  실수를 했다. 점심먹는 시간도 있고, 물 건너는데 시간을 많이 쓰긴했어도 산행시간은 6시간을 넘기고 있고, 힘들게 여기까지 따라온 반야수님도 더 힘들어하지만, 산바람과 콩깍지는 몸이 힘드니까 오히려 더 쫑알쫑알 거린다. 어쩔 수 없이 짐 분배를 하다보니, 힘들어 하는 사람들의 베낭은 가벼워지고, 하나사랑과 내 베낭은 점점 무거워 진다.

 

(18:05) 저멀리 강우량자동측정기와 함께 이정표가 보인다. 정상에 도착했어야 할 시간인데, 이제 청풍능선 중간쯤에 오른것이다. 지도에 표시된 시간만 2시간 이상이 걸리는데, 지금까지 왔던것을 보면 과연 그 시간안에 정상에 도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청풍능선에 올라타니 안개가 끼기 시작한다. 안개가 끼어 시야가 가려지지만 무덥지 않은 날씨가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19:02) 주위가 어두워질 무렵, 장수봉에 도착한다. 강우량자동측정기가 있는곳에서는 예상한 시간대로 산행을 하고 있으니, 8시쯤 연인산 정상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몸은 무거웠지만 한곳에서 오래쉬지 않고, 서둘러 정상을 향해 출발한다. 정상을 400미터 남겨두고 만난 장수샘은 물이 철철 넘쳐 흐른다, 반갑기는 한데, 물이 없을 줄 알고 베낭속에 가득채워 온 물을 생각하니 조금 허무하다.

 

(20:07) '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

해발 1068미터 연인산정상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특별한 것이 있는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산을 오르고 또 오른다. 도전은 너무 거창하고, 체력단련은 속물스럽고, 생명과 자연을 얘기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그냥 함께 떠나는것이 좋고, 산에 오르는게 좋다.

 

그런데, 상세지도를 빼먹은것만큼이나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출발전에 대피소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할것으로 예상했고, 정상아래 대피소가 있다고 했으니 쉽게 찾을것으로 예상했지만, 어둠속에서 대피소의 위치는 오리무중이다. 결국 4명은 정상에 머물고, 우리는 2명씩 2조로 대피소를 직접 찾아 나섰지만, 보이지 않는다. 구조대에도 소방서에도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문의한 끝에 오후 10시가 다 되어서 대피소를 찾았지만, 누구도, 상황도 탓할 것 없이, 이렇게 부실한 산행준비를 하고, 산에 오른것은 두고두고 반성해야 할 내 잘못이다.

 

늦은 저녁을 먹는둥 마는둥, 피곤한 사람들이 일찍 꿈나라로 떠난다. 피곤해서 꿈이나 꿀려는지 모르겠다.

(2편 다음날 하산길 계속됩니다.)

 

산행지 : 연인산 (1068미터, 경기도 가평)

날   짜 : 2006년 7월29~31일

날   씨 : 구름많음

산행코스 : 용추맑은물산장-둥지민박-임도-칼봉산쉼터-귀유연-구라우골-장수고개밑-청풍능선-장수봉-연인산정상-대피소(1박)-연인산정상-연인계곡-칼봉산갈림길-칼봉산쉼터-용추맑은물산장(1박)

산행시간 : 용추맑은물산장-연인산정상(9시간) / 휴식포함, 계곡물 많아 지체됨.

               연인산대피소-용추맑은물산장(7시간30분) / 계곡물 많이 지체

동   행    : 하나사랑, 함께가자우리, 봄날, 반야수, 포비, 산바람, 콩깍지, 맑은물(8명)

교   통    : 청량리-가평터미널(1330), 가평터미널-용추는 군내버스(가평군청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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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바위....등등이 있는... ]

 

[물안개가 아주 인상적이 었습니다]

 

[꽁꽁얼어붙은 겨울이라해도 믿겠죠?]

 

[첫번째 등산화벗고 건너기! 이때까지는 윗쪽에 얼마나 험한지 몰랐습니다]

 

[많은 물때문에 길이 막혀 망연자실(?)해 하는 사람들..]

 

[결국 우회등산로를 한참을 돌아 칼봉산쉼터까지 왔습니다]

 

[칼봉산쉼터를 지나..계속 전진!]

 

[귀유연, 좁은 협곡으로 엄청난양의 물이 흘러가며 멋진 모습을 만들었다]

 

[눈덮힌 혹은 얼어붙은것 같은 귀여연]

 

[귀유연 상류의 ??]

 

[구라우골(구씨와 나씨가 친구로 지냈다는) 올라가는 길의 폭포]

 

[장수고개가 얼마 남지 않았다. 쉬어가자!]

 

[장수고개를 못타고, MTB길로 청풍능선 와버렸다. 힘들다 ㅡ.ㅡ;]

 

[저녁 8시가 넘은시간에 도착한 연인산 정상]

 

[연인산대피소에서 늦은 저녁을.... 연인산 대피소는 정상에서 우정능선 방향으로 400미터 가다가, 왼쪽(연인계곡방향)으로 30여미터를 내려가면 벤치가 나오는데, 벤치 뒷쪽으로 30미터를 더 가야 있다] 

 

[꼭 원형대로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넘겨주자구요^^]

 

[보너스트랙?ㅋㅋ]

 

[우회등산로를 돌아 칼봉산 쉼터 조금 못미쳐 만난 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