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9. 20. 23:25ㆍ산행일기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병원에 있었다.
'나일론'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있다가도 없는 것이 돈이라지만, 건강은 한번 잃으면 되찾기 힘든 것이기에 꾿꾿하게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몇 주 동안 치료받은 것에 대해 몸상태도 점검하고, 야생화, 곤충친구들도 보고 싶어서 오랜만에 산행에 나섰다. 목적지는 경기도 하남의 용마산.
동서울터미널 맞은편, 강변역 옆 정류장에서 13번 버스를 타고 하남시 산곡초등학교 앞에서 내린다. 4년전 봄에 검단산 갈 때 올랐던 길을 따라 한참을 오른다. 같은 길을 걷는데, 그때 기억이 나는 곳도 있고, 이런 곳이 있었나? 하는 곳도 있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면서 부터는 참나무 숲을 이루어 야생화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전까지는 야생화들이 곳곳에 피어있다. 오랜만에 보는 나무, 풀, 야생화, 나뭇잎 모든 것이 반갑다. 이젠 그들을 굳이 감상하려는 생각이 없다. 그냥 이 지구를 살아가는 친구로 생각할 뿐이다.
산 중턱쯤 올라 장수탑과 잠수샘을 지나면서 검단산-용마산 갈림길이 나왔다. 4년 전에는 검단산을 올랐는데, 이번에는 왼쪽(남쪽)에 있는 용마산으로 오른다. 계속 이어지는 참나무 숲길을 오르니 능선 안부에 다다른다.
능선 안부에는 있는 참나무 가지에 누군가 익살스럽게 남근을 깍어 놓았다. 등산로에서 5m가량 옆으로 치우쳐 있어서 사람들이 잘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치지만 그 모양이 너무 사실적이다.
용마사 주능선에 올라 팔당호를 내려보는 기대를 했는데, 아쉽게도 참나무 나뭇잎에 가려 팔당호는 보이지 않는다. 시야가 가려지는 것 때문에 참나무를 탓할 생각은 없다. 산에게는 참나무가 참 중요하고, 참나무에게는 새파란 잎이 참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신, 고추봉에 오르니 서쪽 조망에 입이 딱 벌어진다. 하루전에 비가 내렸고, 초가을 답지 않게 북서쪽 기류가 유입한 덕분에 조망이 수십 킬로미터에 달한다.
멀리 보이는 산을 하나하나 짚어보면, 북쪽으로 불곡산에서부터 수락산, 불암산, 도봉산, 북한산, 남산, 관악산, 청계산, 백운산 능선이 또렷하고, 바로 앞에는 남한산성(벌봉)이 버티고 서 있다. 일 년 중에 이렇게 날씨 좋은 날이 며칠 안될 텐데, 이런 날에 산행을 한 것은 정말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고추봉에서 크게 안부로 내려섰다가 오르는 용마산은 그리 가깝지 만은 않다. 드디어 도착한 용마산 정상. 동쪽으로 트인 시야가 시원하다. 팔당호가 내려다 보이는 것은 물론, 동쪽으로 청계산, 중미산, 유명산, 용문산, 백운봉, 해협산, 양자산, 앵자봉이 줄줄이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상에서 잠시 트였던 시야는 하산길에 접어들자 다시 어두워진다. 짙게 우거진 참나무 숲 때문이다. 가볍게 점심을 먹고 각화사 방향으로 하산하기로 결정한다. 서쪽의 은고개 쪽으로 내려가면 가깝지만, 동쪽의 각화사 풍광이 좋다는 소문에 좀 돌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긴 하산길을 끝내고 내려선곳은 삼성리 마을, 각화사 쪽 보다 북쪽으로 10분가량 떨어진 곳이다. 도마리까지 걸어가다 보니 내려온 길 옆쪽으로 각화사가 올려다 보였다. 바로 옆이었는데 왜 지나쳤을까?
결국, 삼성리 마을에서 20분을 걸어 도마 삼거리에서 퇴촌에서 나오는 13번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온다.
산행지 : 용마산 (경기도 하남, 광주 585m)
날 짜 : 2006년 9월 10일
날 씨 : 맑음
산행코스: 산곡초-고추봉-용마산정상-삼성리
산행시간 : 6시간 (11:25~17:25)
일 행 : 2명
교 통 : 동서울에서 광주 퇴촌방향 운행하는 13번 버스 이용
#사진으로 보는 산행일기
[산곡초등학교 지나 바라본 용마산-검단산 갈림길 골짜기]
[이게 무슨 열매죠?]
[물이 아닌 곳에도 꽃을 피운 물봉숭아]
[이름을 알지 않아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거 아시죠?]
[마찬가지 입니다. 꿀풀과 같기도 한데, 야생화책에는 잘 나와 있지 않죠]
[역시나 초가을 이맘때 많이 볼 수 있는 작은 꽃]
[큭...이건 알죠? 무시무시한 며느리배꼽(혹은 며느리 밑씻개). 시대상의 반영이랄까?]
[짚신나물이라죠?]
[쑥부쟁이 같은데, 뭔가 잡종인듯...^^]
[알 수 없는 초가을 야생화가 용마산에는 이렇게 많았습니다]
[올릴까? 말까? 고민 끝에 올려봅니다. 누구의 작품인지 너무 사실적이라서.. ㅡ.ㅡ;;]
[꽤 멀리 떨어진 남산타워도 뚜렷하게 보입니다. 카메라가 깨끗이 못 잡지만..ㅎㅎ]
[나무가 이렇게 뿌리를 드러낸건, 사람들이 땅을 딱딱하게 밟아 숨이 막혀서라고 합니다]
[아파트, 길가, 야산 등등 닭이 없어도 어느곳에나 자라는 닭의장풀]
[취나물꽃 같은데...자세히는 몰라요]
[아직 덜 여문 산초나무 열매, 기름을 짤 수 있는데 향이 아주 특이하고 좋아요]
[엉겅퀴 종류라고 해야겠죠?]
[꽃인가? 열매인가?]
[정확한 명칭은 모르지만 삽초싹이라고 했죠. 삽초싹뿌리는...청출, 백출이라는 한약재]
[단아한 느낌의 무릇]
[억새가 이정도 폈으니 조금만 더 기다리면 억새로 유명한 산은 사람들로 붐비겠죠?]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쪽방향, 앞쪽 산이 남한산성 벌봉, 저멀리 관악산, 청계산등이 보이죠/클릭!]
[고추봉에서 바라본 북-서-남쪽 전망, 클릭해보면 북한산-도봉산-수락산-불암산-서울이 모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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