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0. 2. 10:08ㆍ산행일기
추석 연휴를 앞 둔 토요일 오후, 동서울터미널에서 더불의한길 사람 7명이 만나 포천시 이동으로 이동한다.
포천의 명산이자, 한북정맥의 대표적인 명산인 국망봉 산행을 떠나는 것이다. 걱정했던 교통체증 없이 이동면에 도착해서 국망봉 자연휴양림까지 택시로 이동한다. 휴양림 매표소에서는 오후 늦은 시간이라 입장료를 받지는 않는다.
(16:25) 생수공장 담벼락을 지나 만나는 이정표에 왼쪽은 가리산, 오른쪽은 국망봉 방향이다. 우리는 국망봉 방향을 선택하여 이동저수지 둑 아래를 지나 철계단 아래서 쉬며 본격적인 산행을 대비한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대피소에서 먹을 물을 준비해 오지 않았다. '함께가자우리'와 나는 계곡으로 되돌아가 먹는 물을 떠와 먼저 출발한 일행을 따라간다.
듣던 대로 철계단을 지나고부터는 등산로의 경사가 만만치 않다. 얼마 가지 못한 일행을 따라잡고 함께 산행을 한다. 아래에서 재잘되던 목소리들이 위로 오를 수록 점점 줄어든다. 반야수님과 tea4U가 특히 더 힘들어하는 것 같다. 쉬엄쉬엄 오르면 좋겠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해발 900미터가 넘는 대피소까지 올라가야 한다.
가파른 능선은 초보산행객을 힘들게 하지만, 점점 좋은 조망을 안겨준다. 나무 사이로 능선 왼쪽의 가리산과 암릉이 보이고, 아래로는 이동면 모습이 멋지게 펼쳐져 있다. 함께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는게 안타깝다.
(18:35) 주위가 어둑어둑해질 무렵, 마침내 눈앞에 국망몽 대피소가 나타난다. 대피소에는 새벽에 강씨봉에서 출발했다는 산객 2명이 먼저 도착해 있었는데, 우리가 준비한 삼겹살을 공급해 주고, 우리가 준비하지 못했던 가스를 교환할 수 있었다. 나의 불찰로 가스를 챙기지 못해, 이번 산행의 가장 큰 오점으로 기록될뻔한 일이 잘 해결되어 다행이다. 저녁을 먹고, 대피소에서 술 한잔 하며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돌발상황 발생!
더불어한길의 공식 커플이었던 '먼발치에서-은빛날개'가 결혼발표를 한다. 모두들 축하해 주는 가운데, 무엇보다 산행에서 맺어진 커플이 산행에서 결혼발표를 하니 그 의미가 남다르다. 기분 좋은 마음에 비교적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술자리가 마감되고 하나둘 마룻바닥에 누워 잠을 청한다.
(07:00) 새벽에 약간의 한기가 느껴지기는 했지만, 일어나니 기분이 상쾌하다. 산에서 맑은 공기로 숨 쉬며 하룻밤 보낸 덕분일 것이다. 가볍게 아침을 먹고, 우리가 머물렀던 흔적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대피소를 떠난다. 그 덕분에 많은 쓰레기 짐을 지어야만 했던 '함께가자우리'가 잠시 불평을 늘어놓는다. 이유있는 불평이다.
대피소에서 국망봉 정상 가는 길은 대피소 아래길 보다 훨씬 더 급경사다. 숨이 헉헉차지만, 바로위가 정상이라는 사실에 힘을 내어 오른다. 등산로 옆으로 어제 저녁에는 보지 못했던 투구꽃이 곳곳에 피어있다. 단풍도 기대했지만, 단풍이 들기 전에 먼저 서리가 내렸는지 나뭇잎이 시퍼런 상태로 말라버려 아쉽다.
(09:10) 대피소를 떠난 지 50분 만에 정상에 오른다. 해발 1168미터 국망봉 정상은 조망이 매우 뛰어나다. 주위를 둘러보면 어느 산 하나 가벼운 산이 없다. 경기도 최고 봉우리 화악산은 푸른 기운을 뿜어내고 있고, 골짜기 건너편의 명지산 역시 푸른 기운을 뿜어 보지만 화악산에는 못 미친다. 대신 명지산은 연인산과 귀목봉을 거스리고 있다. 한북정맥은 남쪽으로 민드기봉, 강씨봉을 지나며 귀목봉을 만나 청계산으로 내려간다 그 뒤로 홀로 운악산이 다시 우뚝 솟아 있다. 서쪽으로는 사향산, 명성산, 각흘산이 이어지고, 그 너머로 고대산과 금학산, 보개산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북정맥 북쪽으로는 도마치봉, 광덕산, 복계산, 민간인은 갈 수 없는 대성산이 북쪽 저 멀리 보인다. 이른 아침이라 모든 산들이 밤새 받아놓은 별빛을 방출하는듯 더 뚜렷하게 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각흘산 뒤로는 철원평야가 희미하게 보이는데, 철원하면 궁예가 생각난다. 괴짜로 평을 받기도 하지만 어쨌든 신라 말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궁예가 이곳에서 철원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천년의 시간이 흐르며 흐려진 역사를 알길은 없다.
정상에서 40여분을 머물다가 다음 목적지인 개이빨봉으로 향한다.
(10:25) 국망봉 정상에서 개이빨봉은 불과 1.3km 떨어져 있지만, 더불어한길의 여유 있는 발걸음으로 45분이 걸린다. 단풍은 없지만, 어느새 산행길에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다. 사각사각 낙엽 밟는 소리에 기분도 사방사방 해진다. 올해 1월 1일, 개의 해를 맞이하여 올랐던 개이빨봉 정상 부근을 지날때 많은 눈이 내려서 힘들게 산행했던 기억이 난다.
개이빨봉을 지나 한북정맥을 계속 걷다보면 이동면의 모습이 내려다 보이는데, 각 진 아파트 풍경이 아니라, 넓게 펼쳐진 황금들녁이라 다행이다.
(11:40) 개이빨 봉에서 1.7km 떨어져 있는 민드기봉까지는 1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올 초 신년 산행 때 민드기봉에서 자리를 잡고 곱은 손을 불어가며 점심을 먹었던 곳인데, 봄과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된 지금은 야생화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망초, 구절초, 고들빼기, 벌개미취, 억새, 두메부추, 달맞이꽃, 용담 등등... 꽃밭이 되었다.
우리는 최대한 야생화가 없는 곳으로 자리를 잡아 기다리던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다 먹고 조금 더 쉬고 있는데, 10~20명의 아저씨(?)들이 민드기봉에 도착한다. 백발의 아저씨(?)가 있는 등 연령대가 심상치 않다. 얘기해 봤더니 조선일보 후원으로 내년 3월 에베레스트 실버 산행을 떠날 예정이라고 한다. 모두 22.5kg 이상의 배낭을 메고 사전 훈련을 하고 계시다고 한다. 참 젊게 사시는 분들이고, 도전정신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들에 의해 용담꽃이 짇밟히고, 야생화 천국이었던 민드기봉 정상이 금세 황폐해 지는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는 씁쓰름한 기분이 든다. 기업에 의한 경제성장을 최고로 외치는 조선일보 같은 신문 때문에 난개발과 녹지파괴가 심해지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조선일보의 논조에 짇밟히는 현실(물론 다른 종이신문도 마찬가지)과 실버원정대에 짇밟히는 야생화의 처지가 비슷하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언젠가는 저 어르신들이 그 모순을 알게 될까? 실버원정대와 우리는 눈에 보이는 같은 한북정맥 길을 가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가치로 보면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
(14:00) 민드기봉에서 2.25km 떨어져 있는 도성고개까지 1시간 5분이 걸린다. 민드기봉을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는 예상했던 대로 억새가 하얗게 피어있다. 단풍과 함께 가을 산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억새의 모습에 힘든 줄 모르고 산행을 하고 있다. '속으로는 힘들어하고 있을까?'
강씨봉 쪽으로 계속 산행을 해도 되지만, 우리는 이제 하산을 해야 한다. 대체로 걷기 좋았던 한북정맥 능선과는 달리 하산길은 경사가 급하고, 가을 가뭄과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생긴 작은 모래자갈 때문에 미끄럽기까지 하다. 그나마, 등산로 옆의 나무를 잡을 수 있어, 넘어지지 않고 걷는데 도움이 된다. 나무들의 희생 덕분에 우리는 편익을 얻었다.
(15:00) 가파른 길이 끝나고, 수량은 적지만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나왔다. 모두들 평소보다 더 많이 맑은 물을 반기고 있는 듯하다. 오랫동안 등산화에 갇혀서 숨 막혀 있는 발에게 차가운 물 맛을 보게 해 준다. 이름하여 탁족이다. 탁족을 끝내고 내려가다 보니 산밤 나무가 있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알밤과 잣을 몇 개 주워 먹으면서 재잘되다 보니 산길이 끝나고 마을이 나온다.
(16:20) 산길은 끝이 났지만, 버스정류장까지 30분을 더 걸어야 산행은 완전히 끝이 난다.
올 초 신년 산행 때 산행을 끝마쳤던 곧이 바로 제비울 상회였다. 이곳에 다시 오니 반가운 마음이 생긴다. 이번에는 만나진 못했지만, 올해 1월에 버스 운행시간을 자세히 알려주시던 친절한 제비울상회 주인 아저씨는 잘 지내고 계실까?
제비울 상회 앞에서 한북정맥을 바라보며 우리가 지나왔던 국망봉, 개이빨봉, 민드기봉, 강씨봉을 하나하나 찾아 본다.
산행지 : 국망봉(1168m), 개이빨봉(1110m), 민드기봉(1008m)/ 경기도 포천, 가평
산행날짜 : 2006년 9.30~10.1
날씨 : 맑음
산행동행 : 7명(함께 가자 우리, tea4U, 봄날, 반야수, 먼발치에서, 은빛날개, 맑은물)
산행코스 : 포촌 이동면 - 생수공장(휴양림) - 무인대피소 - 국망봉 - 개이빨봉 - 민드기봉 - 도성고개 - 불땅계곡 - 제비울
산행시간 : 10시간(휴식시간 포함)
교통 : 동서울-이동(시외버스), 이동-동서울(시내버스, 시외버스)
[포토 산행기]
[국망봉 휴양림 입구에서 출발!!!!]
[산행 들머리부터 벌개미취가 우릴 반기고...]
[철계단 오르기로 몸을 풀어주다]
[사용한 뒤에는 깨끗하게 청소를 하자고요~]
[국망봉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다. 난로가 없어 겨울엔 사용하기 어려울 듯....]
[아기단풍나무]
[무슨 초롱꽃 모양이긴 한데.. 뭐죠?]
[대피소에서 정상까지는 짧은 구간이지만 꽤 가파르다]
[정상 부근의 망초 부류들]
[정상에서 단체사진 찰칵!]
[필자의 사진도 가끔 양념으로 뿌려주고...]
[쥐손이 풍류의 꽃]
[쑥부쟁이류의 꽃]
[엉겅퀴에 엉킨 벌 한 마리]
[투구꽃이겠죠?]
[어느새 도착한 민드기봉에서 사마귀를 만나다]
[산부추 혹은 두메부추]
[씀바귀인지 고들빼기 인지... 노자는 이름을 짓는 순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은 훼손된다고...ㅡ.ㅡ;]
[해를 맞이하고 있는 달맞이꽃]
[꽃이 넘어졌어요..ㅠㅠ. 사실은 사진을 돌렸어야 하는데...]
[이것도 망초인가요?]
[벌개미취는 왜 벌개미취라는 이름을 가졌을까?]
[드디어 익숙한 구절초 출현^^]
[민드기봉 지나 억새 물결에 빠진 사람들]
[벌과 수리취]
[넘실대는 은빛 억새의 바다]
[가을 하늘과 대비되는 맑고 깨끗한 용담]
[더불어한길 사람들아 어디로 가니?]
[위에 누워있는 것과 같은 꽃이죠?]
[이름을 몰라도 자연 그대로 즐기라고 했죠!!!!]
[마치 종이 같은.....]
[맑은 물을 만나자 반가워하는 사람들]
[야생 밤도 주워 먹고..]
[도성 계곡에서 일동 쪽으로 내려온 구간은 불땅 계곡. 근데 불땅이면 화토인가?ㅡ.ㅡ;]
[제비울이면 제비마을? 제비 뜰? 울은 무슨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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