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9. 22. 22:58ㆍ산행일기
3주 전 가벼운 교통사고로 신경통, 근육통 등의 후유증은 남아있지만, 몸 상태도 점검하고, 정신건강 회복을 위해 산행에 나섰다.
이번주 목적지는 경기 남양주-가평-포천에 걸쳐 있는 주금산이다. 주금산은 2005년 7월에 한번 왔던 곳으로 산행 중간에 비를 만나서 비금계곡은 기억에 남지만, 주변 산 조망을 놓쳤던 적이 있다.
오늘도 경기지방은 태풍의 영향으로 곳에 따라 5mm 안팎의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묘하게도 태풍이름이 '산산'이다. 산에 가라는 태풍이라고 생각하며 집을 나선다.
청량리역 환승센터에서 330-1번 버스를 타고 몽골문화촌을 한 정거장 지난 종점에서 내린다. 오늘 산행 계획은 '330번 버스종점-불기고개-정상-헬기장-비금계곡-몽골문화촌'으로 잡았는데, 과연 계획대로 가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불기고개까지는 아스팔트 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자칫 지겨울 수 있는 길이지만, 길 양옆으로는 쑥부쟁이를 비롯한 야생화와 산밤이 있어서 힘든 줄 모르고 오른다. 불기고개는 서리산-주금산 능선이 가로지르는 곳으로, 남양주시와 가평군의 경계이다. 길옆 공터에 작은 집에서는 가을에 어울리는 옥수수를 팔고 있었는데, 오늘 산행을 하는 '함께가자우리'가 사서 '먼발치에서'와 맛있게 나눠 먹는다.
경사면 붕괴를 막기 위해 세워둔 철조망 옆으로, 주금산 오르는 길이 있다. 처음부터 가파른 길을 올랐는데, 처음 만난 어떤 등산객이 더덕을 캣다고 하면서 준다. 잠시 향을 맡아보다가 입속에 넣고 잘근잘근 씹어 먹는다. 이후 산철쭉, 진달래, 참나무가 어울려있는 등산길을 따라 걸으며 중간에 벤치가 나오면 앉아 쉬며 느긋한 산행을 한다. 남동해안을 지나는 태풍 덕분에 바람이 아주 시원하다.
빨리 걸으면 정상에 빨리 도착할 수 있지만, 산에 있는 풀벌레, 야생화, 풀과 나무 등의 산에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을 놓치게 된다. 산행을 하는 속도나 사회의 속도나 비슷한 면이 있다. 지난 50년간 경제성장만 외치며 빨리 달려와서 물질적 풍요는 얻었지만, 이웃과 함께 사는 여유를 잃어버린 우리 사회처럼, 빠른 산행은 잃을게 많다. 물론, 나도 그동안 정상에 오르기 위해 빠른 산행을 했던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천천히 산을 거닐며 많은 숲 속 생명들을 만나는데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생각 저 생각 끝에 저 멀리 보이던 전망대바위가 바로 옆에 있다. 마지막 힘을 내어 능선에 올라서니 주변조망이 장관이다. 정상방향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니 360도 사방이 탁 트여 있다. 운악산부터 쪼끄만 삼각형 봉우리의 청계산, 뾰족한 귀목봉과 그 옆의 명지산, 연인산-매봉-깃대봉-대금산, 축령산-서리산, 화야산, 철마산-천마산, 도봉산-북한산, 불암산-수락산, 죽엽산, 불곡산등 경기 북동부 일대 산이 모두 내려다 보인다. 게다가 약간 흐린 날씨 덕분에 산과 산 골짜기 사이에는 푸르른 기운이 더욱 멋진 모습을 만들어 내고 있다.
전망대에서 점심을 먹고 북쪽으로 5분거리에 있는 정상으로 향한다. 2005년 7월에는 없던 정상표지석을 포천시에서 새로 세웠는데, 왠지 너무 인공적인 냄새가 난다. 정상을 돌아 다시 전망대 옆으로 돌아와 이번에는 독바위에 올랐다 내려와 헬기장으로 간다. 예전에 군부대가 있던 곳이라서 콘크리트 포장이 그대로 남아 있다.
헬기장에서 본 독바위는 다른 방향에서 본것보다 훨씬 위용 있어 보인다. 그 규모도 결코 작은 것이 아니고, 억새와 야생화와 어울린 암벽은 한북정맥 도마치봉 헬기장 근처에서 도마치봉을 바라보는 풍경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헬지장에서 비금계곡 상류로 바로 내려가는 길이 희미하게 있긴 하지만, 초가을 벌에 의한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 '먼발치에서' 덕분에 사람들이 많이 다닌 철탑방향으로 내려서 비금계곡 상류 쪽으로 내려선다. 최근 가뭄이라서 계곡상류는 말라 있었지만 도롱뇽이 살고 있는 등 깨끗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콘크리트 수로(다리)가 있는 갈림길에서부터는 산행길이 끝나지만, 계곡으로 내려서 이리저리 바위를 밟으며 내려간다.
장마가 막 끝난 시점인 2005년 산행보다는 비금계곡에 물이 많이 말랐지만, 나름대로 예쁜 모습을 가진 비금계곡을 따라 내려오다 계곡길이 끝나기 직전 넓은 바위 위에서 어깨를 쉬게 하고 발을 쉬게 한다.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 발의 온도도 내려주고, 산행피로도 물에 씻겨 내려가는 듯하다.
몽골문화촌 입구에서 다시 330-1번 버스를 타고 꾸벅꾸벅 졸다 보니 청량리.
'먼발치에서', '함께가자우리'와 함께 뒤풀이에서 많은 얘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온다.
산행지 : 주금산 (813.5m / 경기도 남양주, 포천, 가평)
날 짜 : 2006년 9월 17일
날 씨 : 흐림
산행코스 : 330-1 종점-불기고개-전망대-정상-전망대-독바위-헬기장-철탑-비금계곡-몽골문화촌
산행시간 : 11:55~17:55 (6시간)
동 행 : 함께가자우리, 먼발치에서, 맑은물
교 통 : 청량리에서 비금계 곡간 운행하는 330-1 버스 (20분 간격 운행)
#사진으로 보는 산행기
[청량리역 어느 분식집 옆에 있던 아기고양이]
[고들빼기류의 꽃]
[망초 종류겠죠? 들국화 종류 인가?]
[벌개미취]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있는 듯한 해바라기]
[벌개미취 군락]
[배초향인가? 향유인가?]
[알밤을 보호하고 있는 날카로운 가시들]
[칡꽃]
[이런 정체불명의 꽃도 있더라고요]
[비슷하다 싶으면 무조건 고들빼기 --;]
[까칠 쑥부쟁이? 그냥 쑥부쟁이인가요?]
[여뀌 종류]
[구절초]
[쑥부쟁이인가요?]
[짚신나물]
[구절초]
[두메부추]
[엉겅퀴의 한 종류]
[괴불주머니인가?]
[마타리]
[철마산과 천마산이 길게 이어지는 동남쪽]
[포천시 내촌마을]
[가뭄으로 물이 많이 줄어든 가운데도 비금계곡은 살아있습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리산-축령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왼쪽)과 수동면(가운데), 왼쪽 천마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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