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8. 19. 02:58ㆍ산행일기
전날 예상하지 못한 장시간 산행으로 많이 피곤했는지 산에서는 늦은 시간인 7시가 되어서야 사람들이 일어난다. 우리와 함께 산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팀은 벌써 아침밥을 먹고 있다.
(08:45)대충 아침을 챙겨 먹고 하산을 시작한다. 대피소에서 곧바로 연인골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지만, 지도가 없는 탓에 길 찾기를 포기하고 정상을 넘어 연인골로 내려가기로 한다. 안개가 짙게 끼 긴 했지만, 어젯밤에 못 봤던 야생화들이 대피소주위와 정상아래쪽에 지천으로 피어있다. 정상에서 잠시나마 안개가 걷히길 기대했지만, 연인산은 끝내 안갯속에 자신을 감춘다.
(10:00)엊그제 장마가 끝난 덕분에 연인골 최상류인데도 제법 물이 흐르는 계곡이 시작되고 있다. 반가운 마음에 세수를 하고 손발을 씻었는데 그렇게 차가울 수가 없다. 깨끗한 물에 손이라도 씻을 수 있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어제 고생한 덕분인 것 같다. 연인골의 최상류에서 조금씩 내려갈수록 계곡물은 점점 더 많아져, 웬만한 산에서 만날 수 있는 계곡보다 더 멋있고 시원한 계곡을 만들고 있다.
(10:45)대피소를 출발한 지 2시간 만에 연인골-마일리 갈림길에 도착한다. 어제 MTB길을 잘못 들어 1시간여를 헤맨사람들은 MTB길이 나오자 기겁을 한다. 샌들만 신고 온 봄날과 반야수님은 발바닥 여기저기가 벗겨지고 깨져 많이 뒤처진다. 그들이 내려오길 기다려 임도를 가로질러 희미하게 나있는 표지기를 따라 용추구곡 상류로 내려간다. 잠시 내려갔더니 표지기가 불어난 물이 흐르는 계곡 건너편으로 이어진다. 등산화를 벗지 않고 건널 방법을 찾아보다가, 포기하고 그냥 쉽게 등산화를 벗고 건넌다.
계곡을 건너면 잣나무숲이 나오는데 계곡 한쪽으로 누군가 야영을 하고 있다. 그 사람은 비가 많이 내렸던 3일전에 공무원휴양소에서부터 능선길로 올라왔다고 하는데, 멧돼지도 있을 것이고, 물도 깊어 계곡을 따라서는 공무원휴양소까지 가기 힘들 것이라고 한다. 정작 자신은 계곡길로 가보지는 않았다는 마지막 말이 참 실망스럽고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사람이고, 산 앞에서는 겸손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산에대해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아는 듯 겸손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 기분이 씁쓰름할 때가 있다.
잣나무숲을 지나 또다시 등산화를 벗고 반대편(남→북)으로 계곡을 건넌다. 다시 임도를 만났지만, 능선을 따라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라서 다행이다.
연인골 갈림길을 지나고 부터는 등산화를 벗고 계곡 건너기를 예닐곱번은 반복해야 한다. 물이 깊은 곳은 무릎정도까지 인데, 물살이 세서 건너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럴 때마다 서로 도와가며 물을 건넌다. 처음으로 더불어 한길 산행에 동행한 반야수님은 예상하지 못한 장시간산행과 불어난 계곡물 건너기로 많은 고생을 한다.
(13:15)아직 칼봉산 갈림길도 나오지 않았지만, 시간이 늦어서 계곡가운데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그래봤자 햇반에 라면일 텐데 시커먼 먹구름에 천둥소리가 들려 가볍게 라면만 끓여 먹고 다시 출발이다.
(15:22)점심을 먹고 출발하여 구라우골 입구까지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도 그럴 것이 연인골 상류처럼 계속해서 등산화를 벗고 계곡을 건너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라우골 위쪽 용추구곡 상류는 어제부터 고생하면서 연인산에 올랐다 내려온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히 아름답고 예쁘다. 며칠 전 많은 비가 내린 덕분이긴 하지만, 설악산의 어느 계곡에 내놓아도 뒤처지지 않을 폭포와 소(소), 굽이치며 하얗게 부서지는 물줄기가 흐르는 협곡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소리를 굳이 소응측정기로 측정한다면 꽤나 높은 수치가 나올 텐데, 소음으로 들리지 않는다. 같은 수치라도 인간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소음으로 들리고, 자연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즐거운 음악이 되기도 한다.
칼봉산쉼터에는 어제는 없던 피서객들이 북적인다. 어제 우회 능선길로 2시간 30분이 걸렸던, 칼봉산쉼타-둥지민박 구간을 내려가는데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조금 허탈할 수도 있지만, 험한 계곡물에 휩쓸리지 않고 안전하게 산행한 것에 고마워해야지, 어쩌겠는가?
(16:25)퍼서객들의 차들로 북적이는 용추구곡을 터벅터벅 걸어서 민박집에 도착해 보니, '오직 한 길'이 먹을 것을 가져다 놓고 돌아갔다.
월요일 일이 있는 함께가자우리, 귀니, 산바람은 돌아가고, 후발대로 포비, 까마귀, hey-U, tea4U가 그 자리를 채운다.
밤새 용추구곡의 맑은 물 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음날 저녁 각자 자리로 돌아간다.
연인산이라는 이름때문에 산행 준비를 소홀히 해서, 고생을 했던 산행이었지만, 1박 2일 산행동안 20여 번은 건넌 계곡트래킹은 참 색다른 경험이었고, 또 좋은 반야수님을 만난 것, 칼봉산, 노적봉등 용추구곡과 연관된 새로운 산행길을 찾은 것이 여름산행의 결과인 것 같다.
산행지 : 연인산 (1068미터, 경기도 가평)
날 짜 : 2005년 7월29~30일
날 씨 : 구름 많음
산행코스 : 용추 맑은물산장-둥지민박-임도-칼봉산쉼터-귀유연-구라우골-장수고개밑-청풍능선-장수봉-연인산정상-대피소(1박)-연인산정상-연인계곡-칼봉산갈림길-칼봉산쉼터-용추 맑은 물산장(1박)
산행시간 : 용추 맑은 물산장-연인산정상(9시간) / 휴식포함, 계곡물 많아 지체됨.
연인산대피소-용추 맑은물산장(7시간 30분) / 계곡물 많이 지체
동 행 : 하나사랑, 함께가자우리, 봄날, 반야수, 포비, 산바람, 콩깍지, 맑은물 (산행참가) 포비, 까마구, hey-U, tea4U (민박합류)
교 통 : 청량리-가평터미널(1330), 가평터미널-용추는 군내버스(가평군청 홈페이지 참조)
[전날 어렵사리 찾은 연인산장]
[안갯속의 연인산장, 귀곡산장은 아니니 안심하세요]
[여기서 저 아래로 가야지 연인산장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침에 다시 오른 연인산 정상, 꿈과 소망이 이루어졌나?]
[연인골 상류의 폭포, 평소엔 이 정도는 아닐 텐데 비 덕분에 멋있습니다]
[연인골 지나 용추계곡 상류 쪽에서 물 건너기]
[하나사랑의 물 건너기]
[물 건너기에 지친(?) 사람들]
[점심 먹고 다시 물 건너기]
[칼봉산 쪽 어느 골짜기에서 내려온 폭포, 이것도 비 덕분이죠?]
[너무 많이 물을 건너 헷갈리네요^^, 여기는 장수봉 쪽에서 내려온 폭포]
[물 건너는 하나사랑, 봄날, 반야수님, 보기보다는 물살이 꽤 거셉니다]
[혼자서 건너기 힘들 때는 도와가며 건너기]
[이젠 혼자서도 잘 건너는 사람들]
[이제 다 내려왔습니다. 물 건너기도 끝난다고 생각하니 아쉽군요]
[하루 전엔 물이 많아서 도저히 건널 엄두가 나질 않았는데, 이젠 징검다리가 되어 있습니다]
[용추구곡 입구에 있는 용추폭포, 직접 보면 역시 엄청난 물줄기의 매력에 빠집니다]
# 보너스 트랙 - 용추구곡 귀유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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