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0. 18. 19:49ㆍ산행일기
일요일 아침, 청량리역 환승센터에서 '함께 가자 우리'를 만날 때까지 오늘 갈 산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을 단풍을 보려면 강원도나 가평 북면까지 가야 하는데, 일요일이라 길이 막힐 것 같고, 서울 주변 산을 가자니 사람들로 북적이는 혼잡한 산행은 하기 싫고......
'함께가자우리'를 만나 일단 서울을 벗어나기로 하고, 가평 가는 버스를 탄다. 버스에서 청평의 깃대봉을 오늘 산행지로 정한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으면서, 북한강의 시원한 모습을 볼 수 있고, 운이 좋으면 단풍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서울에서 대성리까지 자동차 전용도로가 새로 생겨 교통량이 분산되어 청평까지 길이 막히지 않는다.
[11:24] 청평공고를 지나 버스에서 내려 L마트 앞을 지나 성불사 방향을 산행 들머리로 잡는다. 성불사 부근에 등산로 표시가 잘 안 되어 있어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오솔길을 따라가니 가평군에서 설치한 이정표가 나온다.
오르는 길은 참나무가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어 시야가 좋지 않은데, 옅은 안개로 간간이 보이는 전망마저 희미하게 보인다. 처음 정겹던 오솔길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가팔라지고, 눈으로 땀이 흘러 들어갈 정도로 가을 날씨가 덥다.
'고도가 높아져 주능선 근처에 오르면 단풍을 볼 수 있을 거야'라는 기대를 했지만, 가을 가뭄에 단풍이 들기 전에 나뭇잎이 말라비틀어지고 있다.
[12:46] 산행 시작 1시간 여 만에 드디어 작은 통신탑이 있는 주능선 헬기장에 도착했다. 청평댐과 청평호가 보이긴 하지만, 뿌연 안개 때문에 가까운 거리임에도 희미하게만 보인다.
헬기장을 뒤로하고 깃대봉 방향으로 가다가 평지를 찾아 잠시 쉬는데, 다른 산행팀이 옆에 와서 점심 밥상을 펼쳐 놓는다. 쉬고 있는 우리에게 삼겹살 볶음과 상추를 권해서 맛있게 얻어먹는다. 산에서는 아직 이웃과 음식을 나눠먹는 정이 살아 있다. 어느 사찰 입구에 있던 글귀가 생각난다. 여유가 있으면, 사람들 마음도 열리게 되지만, 여유를 잃으면 바늘구멍 하나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옹졸해지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개인의 성품 탓이 아니라 각박한 자본주의의 구조적 영향이 더 크다. 어쨌든, 좋은 분들을 만나 좋은 경험을 했으니, 나도 베푸는 산행을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13:18] 휴식을 끝내고 얼마 안가 도착한 깃대봉 정상은 넓지 않고, 나무로 둘러싸여 조망이 좋지는 않다. 가을햇살이 뜨거워 정상에 오래 머물지 않고, 정상 근처의 그늘진 곳을 찾아 점심을 먹는다. 허기를 달래니 피곤함도 좀 풀리는 느낌이다. 한얼산기도원으로 바로 내려가고도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산행시간이 너무 짧을 것 같아 은두봉까지 가기로 한다.
깃대봉에서 은두봉 가는 능선은 작은 오르막길 내리막길이 반복되는데, 양쪽으로 참나무 숲이 우거져 조망은 좋지 않다. 시원한 북한강 조망을 기대한다면 겨울에 산행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15:35] 참나무 숲길을 걷고 또 걸은 끝에 드디어 은두봉 정상에 도착한다. 2005년 9월 정기산행 때는 은두봉 정상에는 벌개미취와 쑥부쟁이가 꽃밭을 이루고 있었는데, 실망스럽게도 제초작업을 해 놓았다. 산 정상은 잡초가 자라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지, 깔끔한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은 아닐 지언대, 누가 이런 탁상 행정과 집행을 했을까?
정상에서는 원대성리 방향으로 내려선다. 이정표에 5.4km로 표시되어 있어 멀기는 하지만, 작년 산행 때 시원했던 계곡을 다시 한번 보고 싶기 때문이다.
[16:40] 지루할 정도로 한참을 내려오니 기도원이 보이는 임도 옆에 도착한다. 임도 옆으로 흐르는 계곡에는 작년과 달리 물이 많이 말라있지만, 졸졸 흐르는 물에 끈적끈적한 땀을 씻어낸다. 계곡을 따라 걸어가는데, 자꾸만 물이 적게 흘러 아쉽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가뭄도 자연의 순리이고, 이런 가뭄 날 산행을 할 수도 있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무의미한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가 뭘까?
산행이 거의 끝날 무렵, 계곡가에서 쉬고 있던 선배 산행객들이 이번에는 막걸리를 권한다. 사정이 있어서 정중히 거절하기는 했지만, 그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마치 한잔 마신 듯 기분은 좋아진다.
펜션마을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어쩌면 올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탁족으로 발에게 산기운, 물기운으로 휴식을 주고, 산행을 마무리 짓는다.
산행지 : 깃대봉(623.6m)-은두봉(696m) /경기도 가평
날 짜 : 2006년 10월 15일
날 씨 : 맑음
동 행 : 함께가자우리, 맑은물
산행시간 : 6시간(11:25~17:25)
산행코스 : 청평공고 - 성불사 - 헬기장 - 깃대봉 - 은두봉 - 원대성리
교 통 : 청량리-청평, 원대 성리 -청량리(1330번 버스 이용)
[포토 산행기]
주한미군이 평택에 집중하여 그 성격이 동북아 신속기동군이 되면, 원하지 않는 전쟁의 위험이 커지게 됩니다. 물론, 우리나라 정부가 균형을 잘 잡으면 되지만, 한순간의 오판 혹은 실수로 위험이 커지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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