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적사 분위기가 오묘했던 백봉산 (2006.11.19)

2006. 11. 26. 17:13산행일기

회사 사람들과 늦게까지 회식을 하다 늦잠을 잤다. 산행약속을 지키려 열심히 청량리로 달려갔으나, 약속시간에 30분이나 늦었다. 청량리역 환승센터에서 봄날과 반야수님을 만나 남양주 가는 버스를 탄다.

멀지 않은 남양주시청 앞에서 내렸지만 산행 입구 표시판이 보이지 않는다. 산책길 같은 나무계단을 따라 오르니 낙엽이 쌓여있는 등산로가 나온다. 3명이 하는 산행이 단촐하지만, 처음부터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어 좋다.
참나무 숲으로 시작된 등산로가 소나무 숲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참나무 숲으로 이어진다. 산은 높지 않지만, 나무의 나이는 경기도의 어떤 산보다 많다. 험난한 세월을 이겨내고 수십 년 동안 살아남은 참나무와 소나무가 존경스럽다.

1시간 정도 등산로가 부드럽게 이어지는데 갑자기 커다란 바위가 등산로 앞에 나타난다. 바위 위에 올라가니 주변이 뻥 뚫려있지만, 옅은 안개로 인해 조망은 그리 좋지는 못하다. 남쪽 가까이 있는 운길산 능선과 한강, 서쪽으로 수락산, 불암산 등이 눈에 들어온다. 바위 위에서 주위를 둘러보며 쉬다가 그대로 앉아 점심을 먹는다. 특히, 반야수님이 준비해온 굴-버섯 맑은국이 어젯밤 과음의 숙취를 풀어주는데 일품이었다. 앞으로, 산에 갈 때는 꼭 반야수님을 부르기로 한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485봉을 오른다. 안부까지 내려갔다가 백봉산 정상을 오르는데, 주중에 싸늘하던 날씨가 오늘은 많이 풀려 은근히 덥다. 남양주시청 앞에서 출발한지 3시간 만에 백봉산 정상(해발 590m)에 도착한다. 북쪽으로 평내 아파트 단지가 펼쳐지고, 그 뒤로 나무에 가린 천마산이 보인다. 삶의 보금자리로써의 아파트는 가치있지만, 부동산 투기로써의 아파트는 서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는 상품이 된다. 세상이 엎어지는 혁명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은 한, 투기꾼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것 같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무한정 허용되는 소유의 자유는 적절하게 제한되어야 한다.

정상 바로옆 헬기장에서 남은 점심때 남은 음식을 안주삼아, 반야수님이 가져온 약술을 마신다. 적절한 음주에 적절한 기분으로 묘적사 방향으로 하산하기 시작한다. 낙엽이 많은 미끄러운 길어었지만, 1시간 여만에 묘적사에 도착한다. 묘적사는 사전에 알아 본것 이상으로 운치가 넘치는 절이다. 절이라면 잘 정돈되어 있고, 속세와는 거리가 먼 그런 공간으로 느껴지기 쉬운데, 묘적사는 사람이 살고 있는 온기가 느껴지는 절이라고나 할까?

묘적사의 묘한 분위기에 빠져 오랫동안 이곳저곳을 거닐며 시간을 보내다가, 아쉬운 마음을 남기고 묘적사를 떠난다. 묘적사 앞을 흐르는 계곡에는 11월 갈수기인데도 비교적 많은 물이 흘려보내며 폭포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20여분을 걸어 월문리에서 버스를 타고, 새로 생긴 전철 덕소역을 거쳐 서울로 돌아온다.

*산행 후기의 후기!!
살다보면 안 되는 일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시기가 있는데, 2006년 11월이 그랬다. 여러가지 좋지 않은 일들이 많았었다. 하지만, 한번 더 생각해보면 삶을 어떻게 할 정도로 큰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산을 오르다 보면 더 힘들 때도 있듯이 그냥 힘든 봉우리를 오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지. 다행히, 꼬였던 문제들이 하나둘씩 풀리고 있다.

 



산행지 : 백봉산 (경기도 남양주시, 590m)
날 짜 : 2006년 11월 19일
날 씨 : 맑음
산행시간 : 4시간 30분(휴식시간 포함)
산행코스 : 남양주시청-485.5봉-백봉산정상-묘적사-월문리
일 행 : 봄날, 반야수, 맑은물
교 통 : 청량리-남양주시청(수시로 버스 운행함), 월문리-덕소(마을버스)-서울(전철 중앙선)




[남양주시청에서 백봉산 산행을 시작하다. 참나무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다]

[산에서 이 정도면 진수성찬이라고 할 수 있죠?ㅋ]

[밥 먹었던 큰 바위에서 내려오다]

[백봉이 아니라 백봉산이 맞다고요^^]

[저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자연미와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건물들]

[대웅전만 보면 여느 절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요렇게 옆 건물들은 투박하지만 온기가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향토유적지인 묘적사 8각 7층 석탑]

[11월의 다람쥐는 외롭다]

[요것은 산령각으로, 꽤 오래도록 원형이 보존되고 있는 건물이라네요]

[묘적사 경내(?)]

[나들이 나온 시민들도 있습니다]

[스님들이 실제 사는 집인 듯.]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묘적사 연혁 / 자그마치 1300년 전에 지었다네요]

[묘적사 앞을 흐르는 계곡의 폭포. 여름에는 더 시원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