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지만 결국 만나는 길, 백운산-광교산(2007.1.7)

2007. 1. 14. 22:18산행일기

백운산 산행을 위해 인덕원역으로 가며 머릿속으로 달력을 세어보니, 7주 만에 산행이다.
7주 동안 산을 멀리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으니, 그것은 7년 가까이 다니던 직장을 떠나 새로운 직장을 구한 것이었다.
새로운 직장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하고 싶었던 신재생에너지 풍력발전 분야로 이직한 나 스스로에게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인덕원역에서 오늘의 산 친구 개똥이를 만나 백운호수까지 마을버스로 이동하여 고분재를 통해 백운산을 오른다.
1년 전, 2006년 3월에 더불어한길의 많은 사람이 함께 산행을 했던 코스다. 오늘은 남자 둘이 익숙한 길로 오르는 산행이라 많은 얘기를 나눈다. 개똥이는 한살림이라는 생협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먹거리와 재생에너지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얘기가 오간다.

나의 주장은 이랬다.
"에너지 문제, 특히 피크오일(Peak  Oil.  석유생산 증가량이 영이 되는 지점, 즉 석유 생산량이 최대가 되는 지점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그 시기가 멀지 않았다고 한다.)을 앞둔 시점에서 풍력, 태양광, 바이오디젤 등의 신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필수인데 우리나라 정부는 그저 생색내기로 신재생에너지를 지원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여 더 많이 소비하는 경제의 논리, 산업의 논리로 신재생에너지 문제가 왜곡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구조를 에너지를 덜 소비하는 구조로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은 한 에너지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개똥이는 내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보다 근본적인 산업구조의 개조를 고민하고 있다. 그에 대한 실천으로 생명운동, 지역먹거리운동, 귀농 등도 생각하고 있었다. 절반은 자본의 논리를 따르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 개똥이의 근본적인 관점을 들어보니 전환과정이 제대로 된것인지, 내 자신의 관점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다른 심각한 사회 문제보다 미래지향적인 농업과 생명과 재생에너지를 얘기하며 걷는 눈길은 포근했지만, 바라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의 바람은 그래도 겨울답게 차가웠다. 튼튼한 남자 두 명이 함께하는 산행이라,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백운산 정상에 도착한다. 어제 내린 눈 때문에 산 아래에는 뿌연 수증기가 있어 시야가 그리 좋지 않다.

정상에서 최근에 결혼을 하여 군포에 살고 있는 '먼발치에서'에게 전화를 걸으니, 함께 산에 못 오른 것을 아쉬워한다. 결혼을 하고 몇 년간은 산을 멀리하게 되는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하나둘씩 멀어지는 것 같아 아쉽기는 하다. '어쩌겠는가? 가족을 책임질 문제부터, 집값, 교육비, 의료비등 등 모든 것을 개인에게 맡기고 있는 선진 한국의 현실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길은, 가정도 튼튼하게 하고, 직장에서도 살아남는 길 밖에 더 있겠는가?'

백운산 정상을 지나 통신탑을 지나 억새밭으로 표시되어 있는 돌탑 삼거리에 도착한다. 광교 버스종점으로 하산하는 길이 있지만, 겨울 광교산을 언제 또 오겠는가 싶어 광교산 정상 시루봉으로 향한다. 시루봉에 도착하니 동쪽 조망은 시원하다. 무엇보다 괴물 같은 아파트가 가까이 보이지 않아 좋다.

시루봉을 내려서 토끼재를 지나 나무계단으로 하산을 한다. 상당히 미끄러운 눈길을 지나 사방댐에 도착한다. 지난 2005년 늦여름에 안산 사람들과 산행을 했던 기억이 나는 하산길이다.
광교버스종점에서 버스를 타고 수원역에 가서 개똥이와 둘이 조촐하지만 거하게 산행 뒤풀이를 하고 서로의 갈 길로 떠난다. 한순간 가는 길이 조금 달라 보여도, 영원히 다른 길을 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다른 길로 가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한 길로 가는 더불어한길 사람들이다.


산 행 지 : 백운산-광교산(경기 의왕, 수원)
날 짜 : 2007년 1월 7일
날 씨 : 맑음
동 행 : 2명(개똥이, 맑은물)
산행코스: 백운호수-저택-주능선-백운산정상-억새밭-시루봉-토끼재-광교버스종점
산행시간: 4시간 (12:40~16:40)
교 통 : 인덕원(전철), 백운호수(마을버스), 광교버스종점(시내버스)


의왕 백운산 오르는 길
의왕 백운산
수원 광교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