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맞아 좋은날! 수리산산행(2006.11.5)

2006. 11. 6. 12:26산행일기

산행을 하고 싶었지만 오전 내내 집에서 빈둥대다 오후가 되어서야 겨우 집을 나선다.
집 근처에서 320번 버스를 타고 수암동에서 내려, 수암봉 주차장을 지나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일기예보와는 달리 날씨는 화창하고 따뜻하다. 오랜만에 나 홀로 산행이다.
지난봄에 나 홀로 수암봉을 오른 적이 있지만, 그때는 진달래 산행이라는 확실한 목적이 있었다. 반면 오늘은 최근에 직장일과 기타 뒤숭숭한 일들로 인해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어서 홀로 산행에 나섰다.

터벅터벅 산을 오르며 떠오르는 단어는 "현실"이다. 우리가 발디디고 살고 있는 사회, 관계 맺고 있는 사람, 그 관계 속에서 삶과 사랑, 일(노동), 행복 등 모든 가치와 관계가 존재하는 현실. 그 현실 속에서 개인은 서로 다른 위치에 머물고 있지만, 그렇다고 꼭 다른 것만은 아닐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처한 위치가 다를 뿐이지, 넓게 보면 같은 시대에 같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일 테니까..
발디디고 사는 현실을 인정해야 하지만, 현실을 고정불변의 절대적인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현실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라는 말 때문에 사람들은 함께 살아가는 것보다는 각자 살아갈 길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생각에 잠겨 걷다 보니 어느새 수암봉 정상이다. 혼자 오르니 거의 쉬지도 않고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단숨에 오른 것이다. 찬바람이 불어 깨끗해진 공기 덕분에 수암봉 정상에 서니 서해바다는 물론이고, 멀리 강화도의 봉우리까지 보인다. 그리고, 최근 골프장을 막기 위해 시민들의 적극적인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계양산도 또렷이 보인다. 계양산 근처에는 더불어한길의 포비와 너구리가 살고 있다. 북쪽으로는 서울 남서부 일대가 보이고, 동쪽으로는 관악산과 안양일대가 보인다. 광명에는 초창기 활동 회원인 햇살이 살고 있다.

수암봉을 넘어 헬기장과 군부대를 차례로 지나 슬기봉까지 또 한숨에 내달린다. 낙엽 쌓인 등산로에는 인적이 드물다. 슬기봉 정상에 도착하니 많은 시민들이 휴일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슬기봉 남쪽으로 산본 신도시와 군포, 의왕일대가 내려다 보인다. 산본에는 한때 활발한 활동을 했던 jeeny가 살고, 군포에는 먼발치에서가 산다. 의왕에는 깡통친구-조은날 부부가 살고 있다. 곳곳에 살고 있는 더불어한길 사람들 얼굴보기가 예전 같지 않다. 현실 때문이다.

슬기봉을 지나 태을봉을 향해 계속 걷는다. 무슨 생각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그냥 걷는 것이다. 이렇게 걷고 또 걸어도 결국 수리산을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내려가듯, 심란한 마음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일은 억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노자는 이를 무위(無爲)라고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해야 되는 것인데, 사람관계, 조직과의 관계에서 그렇게 살기가 쉽지 않다.

태을봉 정상 표지석이 예전과 달라 보여 자세히 살펴보니, 올해 10월에 군포시에서 새로 만들어 세웠다. 태을봉을 지나 관모봉까지 달려간다. 관모봉에서 보니 붉은 해가 태을봉 자락에 걸려있다. 산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일몰의 광경이었지만, 멋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결국 주관적인 것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해가 완전히 태을봉 아래로 내려갈 무렵 서둘러 하산을 한다. 어두워지면 산행이 힘들까봐 뛰다시피 내려오니 관모봉에서 태을초등학교까지 20분 남짓 걸린다. 산본에 사는 친구를 보려고 오랜만에 전화를 했지만, 연락은 안 되고 늦가을 거리의 낙엽 같은 쓸쓸한 전화만 온다.
산본역에서 전철을 타고 홀로 안산으로 돌아온다. 전철역에서 집까지는 평소에는 마을버스를 타는데, 30분을 걷는다. 차갑지만 아직은 온기가 남아있는 늦가을 바람을 맞아 좋은 일요일 산행이었다.


산행지: 수리산(경기도 안산, 안양, 군포)
산행일: 2006년 11월 5일
날 씨 : 맑음
동 행 : 단독산행
산행코스 : 안산 수암동-수암봉-슬기봉-태을봉-관모봉-태을초등학교
산행시간 : 3시간 40분 (14:20~18:00)
교 통 : 320번 버스, 전철 이용


[포토 산행기]

 

[올라가는 길에 바라본 수암봉. 독수리 머리 모양이라는데?]

[수암봉 정상에서 계양산이 보인다. 계양산 북쪽 사면 소나무숲을 파혜쳐 골프장을 만들겠다고 난리다]

 

 

[북서쪽 방향.. 인천 앞바다와 그 앞의 섬이 보인다. 영종도인가?]


[북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삼각산이 보인다]

[수암봉을 지나 슬기봉 가는 길에 바라본 수암봉이다]

[낙엽은 미련 없이 나무와의 관계를 끊어 버린다. 하지만, 저 낙엽은 다시 나무를 위해 거름이 된다]

[슬기봉지나 바라본 안양 창박골 전경. 저 골짜기 산처럼 부드럽고 완만하게 살고 싶다]

[다시 북쪽 전경이다. 저 멀리 광명과 서울 남서부 일대가 보이다. 하늘이 시리도록 파랗다]



[칼바위 지날 무렵인 것 같다. 차돌바위가 인상적이다]



[슬기봉에서 태을봉 가는 길에 바라본 태을봉이다.]



[여기는 병풍바위인 것 같다]



[새로 세워진 태을봉이다. 자세히 보면 한반도 같기도 하다]



[태을봉에서 서쪽방향이다. 수암봉 너머 시화공단 너머 황금빛 서해바다가 보인다]



[관모봉에서 태을봉을 지나는 일몰을 보다. 아직 태양은 뜨겁다]



[내 마음은 태양 같지만, 주위의 일들은 요즘 바람처럼 차갑다]



[청계산 위로 보름달이 떴다. 태양이 있던 자리를 보름달이 차지했다. 자연의 순리인가?]



[태을초등학교옆으로 내려왔다. 화려한 도시의 불빛 속에 파편화된 개인은 점점 쓸쓸해진다]



[수암봉 정상에서 해지는 방향... 아래 사진들은 모두 클릭하면 큰 사진이 보인다]



[수암봉 정상에서 북쪽을 보다... 서울과 안양, 관악산이 보인다]



[수리산 어느 봉우리에서 바라본 해 뜨는 방향... 청계산, 이수봉, 국사봉, (모락산) 바라산, 백운산이다]


[산본과 그 뒤로 의왕, 저 멀리 수원이 보인다. 한때는 수원을 자주 갔었다]

[관모봉에서 태을봉으로 아래로 지는 해를 바라보다. 해는 내일 아침이면 다시 뜨지만....]



[그냥 이대로 빛이 꺼지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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