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동네 뒷산, 계양산 (2007.1.14)

2007. 1. 14. 23:22산행일기

안산에 살 때 안산 시청 뒤 광교산(해발 200미터, 수원 광교산 아님)과 군자봉이 가까운 동네 산이었고, 조금 떨어진 수암봉도 동네 산의 범주에 넣을 수 있었다. 인천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동네 산이 계양산으로 바뀐 지 4주 만에 산신령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 계양산과 수암봉은 같은 한남정맥에 위치하고 있는 산이라 어쩌면 산신령끼리 이미 연락을 주고받았을 수도 있다. 안산에서 나는 한남정맥의 남쪽에 살았고, 지금은 한남정맥 북쪽에 살고 있어서 모를 수 도 있다.

일요일 오후, 창문 너머 저 멀리 계양산이 눈에 들어온다. 약속이 없어 우울해지기 직전이었기 때문에 대충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버스를 타고 인천지하철 계산역에 내려 등산객들을 따라 계양산으로 간다.

산행 들머리를 지나 나 홀로 계양산을 오르다 보니, 2004년 7월 계양산에 올랐다가, 당시 북쪽의 농촌 마을에 살고 있던 더불어한길 회원 포비의 집에 놀러 갔던 기억이 난다. 평상에 앉아 집에서 키운 토마토와 차를 마시며 놀았던 즐거운 기억이 떠오른다. 포비는 지난가을 결혼을 해서 여전히 계양산 근처에서 살고 있다. 그동안 결혼의 당위성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지만, 더불어한길의 많은 사람들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걸 보면 요즘은 왠지 너무 뒤처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날씨가 풀린다는 일기예보대로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 더워지기 시작한다. 옷을 얇게 입고 왔어야 하나? 짧은 후회를 해본다. 계양산은 높지 않은 산이지만, 하느재를 지나고 부터는 지난주에 내린 눈 때문에 빙판길이 이어진다. 휴일을 맞이하여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았지만, 미끄러운 등산길에 비해 준비가 많이 허술해 보인다. 다른 것은 몰라도 최소한 등산화만큼 신어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혼자 오르는 산행이라 특별히 오래 앉아서 쉬지 않아서, 40여분 만에 정상에 오른다. 400여 미터에 조금 못미치는 낮은 산이지만, 맑은 날씨 덕분에 한강 건너 고양시와 북한산을 시작으로 동쪽으로 김포공항, 서울, 부천, 관악산, 동남쪽으로 소래산과 희미한 수암봉이 보인다. 남쪽 가까운 곳에는 회사 건물과 내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이 도시의 희뿌연 공기 사이에 숨어있고, 서쪽으로는 인천 앞바다와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영종대교가 버티고 있다.

정상에서 동남쪽 인천, 부천을 보면서 정말 아파트가 많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떤 꼬마 아이가 부모에게 '왜 이렇게 집이 많냐?'라고 묻는다. 부모는 '사람이 많으니까.'라고 대답했지만, 그게 정답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현실적으로 저 많은 아파트의 30% 정도는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재산을 늘리기 위해 두어 채씩 가지고 있는 것이다. 도둑질을 하면 강력하게 처벌하듯이, 집을 몇 채씩 가지고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 보면 범죄행위가 아닐까 생각된다. 소유권에 대한 제한일까? 헌법을 보면 개인의 사유재산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정 정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자원(땅, 시멘트, 철골, 건축자재)이 부족한 대한민국 국민이면 헌법을 따라야 할게 아닌가?

산에 가서도 그런 골치 아픈 생각을 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산에 가서라도 이런 생각을 하며 긴장을 풀어야 평소에 정신건강을 튼튼하게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내려오는 길도 오를때와 마찬가지로 미끄러웠지만, 그 미끄러움 덕분에 빨리 걷다 보니 30분 만에 경인여대 뒤쪽으로 내려온다. 두 시간이 체 걸리지 않은 짧은 산행이었지만, 겨울바람, 찬바람을 쐐서 기분이 좋아진 산행이었다.


산행지 : 계양산 (395m, 인천 계양구)
날짜 : 2007년 1월14일
날씨 : 맑음
동행 : 단독산행
산행 코스 : 계산역 -계양산성 복원 예정지 -하느재 -정상 -하느재 -경인여대 뒤쪽(계양산 관리사무소)
산행시간 : 1시간 50분
교통 : 인천지하철 계산역 이용


[포토 산행기]

시민들에게 좋은 휴식장소인데, 훼손이 많이 됐다.
계양산 정상 방향
한강 너머 일산신도시
김포공항, 뒤로 난지도, 희미하게 북한산
인천항, 서해
부평 대우자동차 공장, 오늘 공기가 매우 않좋다
영종대교
하산길에 돌아 본 계양산
계양산에서 북서 & 북쪽 조망
계양산에서 북 & 북동쪽 조망 (김포평야 & 대장 뜰)

 

계양산에서 북서~북동 조망
계양구, 강서-양천, 부천 방향 조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