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산행(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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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의 겨울 정원이 펼쳐진 양평 백운봉 (2013.1.19)
다음 달에 드디어 아기가 태어난다. 그전에 겨울산의 기운을 받고 와야겠다고 아내에게 말했고, 아내도 한번 다녀오라고 했다. 겨울산행 얘기는 뱃속의 아기도 들었을 텐데, 사실 내가 미루고 미루다 산행을 못한 것이다. 이제는 말만 앞서는 아빠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겨울 산에 가야 한다. 무엇인가 고개가 꺄우뚱해질 억지 논리지만, 겨울산행을 떠나는 이유로는 나름 근사한 것 같다.금요일 밤에 아내에게 내일은 꼭 산에 간다고 했더니, 토요일 아침인데도 아내는 이른 시간에 일어나 보온병에 도시락을 준비해 준다.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니 서울 아침기온 영하 15도, 양평은 영하 17도라고 한다. 기온이 더 낮아도 이제는 말을 지키기 위해 집을 나서야 한다. 배낭 속 보온병에 담겼을 아내의 따뜻한 마음을..
2013.01.27 -
경기도의 단풍 명산 운악산 (2012.10.7)
결혼하고 산행이 뜸해졌다. 산 보다 더 사랑하는 아내가 생겼으니 자연스러운 변화다. 단풍철을 맞아 한 동네 사는 녹색당 당원 후배와 경기도의 운악산을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산행이다. 혼잡한 서울은 벗어났으면 좋겠고, 그렇다고 너무 멀리 갈 수는 없고, 단풍은 봐야겠고. 이런저런 고려를 해보니, 경기도 가평의 명산 운악산만 한 곳이 없다. 청량리에서 후배를 만나 가평 현리 가는 1330 버스를 탄다. 길이 막히지 않았는데도 청량리역에서 운악산 입구까지는 거의 2시간이나 걸렸다. 두 사람의 산행이라 잡다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일 없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식당가를 지나 곧바로 운악산 입구로 향한다. 운악산 현등사 일주문을 지나 5분쯤 오르다가, 능선 산행을 하기 위해 안내판을 따라 오른쪽의 눈썹바위 코..
2012.10.12 -
원시계곡, 뱀, 폭격장의 아픔이 있는 각흘산(2012.6.24)
산에 띄엄띄엄 가다 보니 '오랜만에 산행'이라는 말이 익숙해졌다.요즘 나에게 산행이란? 산을 오르는 것은 부차적인 것이고,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만나고 싶은 마음으로 산행을 한다. '봄이 가고 여름이 되어 산은 푸르게 되었으니, 한 번쯤 산에 가야 하지 않겠냐?'는 소리가 들린다. 어떤 예지자의 목소리인지, 내가 만들어낸 환청인지 모르지만, 그 소리를 따르기로 한다. 토요일 아침 아직 잠들어 있는 도시를 떠나 경기도의 가장 북쪽인 포천군 이동면의 각흘산으로 떠난다. 조금 서둘러 집을 나섰더니 다행히 서울을 빠져나가는 길은 막히지 않는다.47번 국도를 타고 포천시 이동면에 도착하여 각흘산 입구를 찾으려 하였으나 안내판은 없고 산은 비슷하다. 지도를 봐도 각흘 산을 찾을 수 없고, 출발 전에 미리 조사하지..
2012.06.30 -
운길산과 팔당 물래(올레)길 (2012.1.15)
새해 첫 산행으로 석룡산을 다녀온 지 얼마 안 됐는데, 1월이 가기 전에 다시 겨울산에 가게 되었다.이번 산행은 후쿠시마 핵사고, 대운하 소동, 학교급식운동 이후, 탈핵과 탈토건, 생태를 기치로 창당을 준비 중인 녹색당 예비당원들과 함께하는 산행이다. 녹색당은 아직 준비단계지만, 자연을 사랑하는 녹색당답게 '산행모임'이 만들어져서 몇몇 예비당원들이 작년 가을부터 산행모임을 해왔는데, 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모임에 나가 보기로 했다. 산을 다니며 자연의 소중함도 알고, 산행을 통해 사람과 인생을 배우고, 토건 난개발을 극복할 묘안을 마련할 수 있는 모임까지 생각해 본다. 아직 녹색당은 창당도 안 했고, 산행모임은 이제 처음 나가는데 너무 꿈만 앞서는 것 같기도 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
2012.01.31 -
용의 해 첫날에 오른 석룡산(石龍山, 2012.1.1)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 그대로 일도 많고, 탈도 많고, 사고도 많았던 2011년이 끝난다. 더불어한길 사람들과 2011년 마지막날 만나 2012년 첫날 산행을 하기로 했다. 미혼이 다수이던 시절에는 연말연시에 1박 2일로 여행+산행을 떠나는 것이 더불어한길의 전통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고 부모가 되었고, 한동안 새해 첫날 산행은 '그땐 그랬지'라고 말하는 추억의 한 장면으로 지나가고 있었다.한길 회원 '먼발치에서'와 산행 계획을 세우다가, 용의 해를 맞이하여 이름에 용(龍) 자가 들어가는 산중에서 선택하기로 했다. 용화산, 용문산, 용봉산 등등 많은 후보 중에 가평의 석룡산(石龍山)을 가기로 정했다. 정상에 용처럼 구불구불하게 생긴 바위가 있어 석룡산으로 불린다는데, 과연 이번 산행에서 용바위..
2012.01.07 -
북한산 백운대 뒷모습을 볼 수 있는 양주 앵무봉(2011.9.18)
휴일 아침, 별 일 아닌 걸로 아내와 티격태격했다. 상황이 지나고 나면 별 일 아니지만, 그 순간에는 그렇지 못해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래도 나는 쉽게 기분이 풀어지는 편이라서, 가까운 산으로 바람을 쐬러 가자고 제안한다. 아내는 기분이 늦게 풀리는 편이라, 시큰둥한 표정이지만 주말이라 나들이 겸 해서 따라나선다. 집을 나설 때까지도 사람들로 북적거릴 서울의 산을 제외하고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출발하고 나서 멀지 않은 양주의 앵무봉으로 향한다. 경기도 양주의 앵무봉은 예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으나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어려워 뒤로 미루었던 산이다. 낡은 승용차를 타고 서울을 벗어나 의정부 외곽길을 돌아, 북한산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 울대고개와 장명산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의 말머리고개를..
2011.09.29 -
소금강이 있는 경기도 양평의 소리산(2011.8.20)
일주일 전 정선 가리왕산 산행에 이어 2주 연속 산행을 떠난다. 이번에는 비교적 가까운 경기도 양평의 소리산이다. 토요일 아침에 아내와 치과에 다녀오느라 늦게 출발했더니, 도로가 꽉 막힌다. 아직 여름휴가철이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해도 소용없다. 소리산 입구에서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시간에 우리는 겨우 서울을 벗어나고 있었다. 제시간에 도착한 먼발치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와서 먼저 산에 올라가겠다고 한다. 큰 산이 아니라서 먼저 산행을 하라고 하고, 1시가 넘은 시간에 소리산 소금강에 도착한다. 배낭을 메고 산음천 유원지의 징검다리를 건너 횟가마골 입구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횟가마골은 아담하지만 시원한 계곡을 품고 있어서, 몇몇 사람들이 발을 담그고 늦더위를 식히고 있다. 가볍게 밥..
2011.08.28 -
경기 양평의 중원계곡 짧은 트레킹 (2011.6.18)
서울은 여름이면 쉴 곳이 없는 거대한 콘크리트 숲이 되지만, 서울만 벗어나면 멀지 않은 곳에는 짧은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계곡이 많다. 산과 계곡은 좋아하지만 산행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이런 계곡을 찾아 무더위를 식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내와 나도 힘든 산행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경기도 양평의 중원폭포(중원계곡)를 찾았다. 강원도를 오가며 중원계곡 표지판을 봤던 터라, 용문까지는 쉽게 찾아가고 용문에서부터 지도를 보며 중원계곡 입구를 찾아간다. 산은 물론이고 논과 밭이 모두 녹색으로 변하는 한국의 여름은 어딜 가든 푸근하고 편안한 마음을 안겨준다. 그런 길을 달려, 중원계곡 입구의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 주위의 유원지와 계곡에는 이른 여름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주차장에서 5분만 올..
2011.06.26 -
서울 밖 한적한 산, 남양주 예봉산(2011.6.4)
한동안 산행을 할 수 없었다. 산을 찾고 싶었던 적은 있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나를 산에 가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시골 고향집을 종종 찾아간다거나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잠깐 접하며 지내왔다. 그동안의 삶을 정리해 보면, 사랑, 결혼, 아빠, 천사, 이별, 온 세상과 자연 속의 더 많은 천사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다. 그냥 산에 들어갔다 나오는 게 아니라, 높은 봉우리에 올라 넓은 세상을 내려다보며 시원한 바람을 맞고 싶었다. 현충일 3일 연휴 중 하루를 잡아 경기도 남양주의 예봉산으로 떠난다. 정상에서 시원한 한강 바람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가는중에 벌써 가슴이 설렌다. 3~4년전 함께 풍력발전기를 개발한다고 고생했던 JM씨를 덕소역에서 만난다. 오랜만에 보니 반갑다. 덕소역에서..
2011.06.16 -
경기도의 처마 끝, 한북정맥 백운산(2010.6.6)
경기도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누군가는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도시들의 묶음을, 또 누군가는 남한강 북한강과 서해 등을 자연적인 공간을, 또 누군가는 산업단지를 떠올릴 것 같다. 경기도는 도시화가 점점 심해지면서, 인구 수십만에서 백만이 넘는 대도시가 생겨났고, 논과 밭이었고, 풀과 나무들이 자라던 경기도는 점점 사라지고, 곳곳이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난개발의 경기도와 달리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경기도도 있으니, 바로 경기도 가평군 북면, 포천시 이동면 일대의 산악지대가 바로 그곳이다. 해발 1000미터 내외의 한북정맥이 지나가는 이곳은 웬만한 강원도의 산간지방보다 산이 많기도 하고, 그곳의 산은 멋있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산이 높다 보니 풍광이 아름답고 맑은 물이..
2010.06.07 -
조용하고 한적한 양평 추읍산(2010.2.28)
양평군에는 용문산, 청계산, 백운봉, 유명산(마유산), 중원산 등 좋은 산이 많다. 그동안 접근이 어려워 등산객들이 쉽게 찾기 어려웠는데, 중앙선 전철이 용문역까지 연장되면서 양평군으로 산행하기 좋아졌다. 추읍산 역시 중앙선 전철이 원덕역에 정차하면서 서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산이 되었다. 4대 명절 가운데 하나인 대보름이 삼일절과 이어져 3일 연휴가 되었다. 가운데 위치한 2월의 마지막 날에 여자 친구와 함께 추읍산을 찾았다. 회기역에서 전철을 타고 도착한 원덕역은 도시의 전철역보다 더 번듯하게 지어졌지만, 역 주변 마을은 시골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역 앞에는 대단위 유기농 단지가 자리 잡고 있고, 마을 주민들은 대보름을 맞이하여 마을회관 앞에 모여 한바탕 신나는 윷놀이판을 벌어졌다. 마을을 지나..
2010.03.31 -
폭설기록을 세운 2010년 첫 주말, 운길산 산행(2010.1.10)
2010년 새해 첫 출근일인 1월 4일 몇십 년 만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서울 도심의 큰길은 물론이고 변두리 도로와 골목길까지 눈 속에 파묻혀 도시는 큰 혼란을 겪었다. 자동차 운전자가 아니더라도 고된 출퇴근길에 이리저리 치이는 월급쟁이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늘 그렇듯 기상청은 시민들의 분풀이 대상이 되고, 삽 한 자루 들고 눈 치우기를 정치쇼로 이용하려고 했던 서울시장 역시 시민들의 뭇매를 맞는다. 시청과 시장이 대응을 잘한 것은 없지만, 그들이라고 엄청난 폭설에 시청이라고 무슨 별 수가 있겠는가? 자기 집, 상가 앞에 쌓인 눈은 스스로 치워야 하는 것은 조례를 제정하여 법으로 규정할 필요가 없는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현실에서 직장인들은 아무리 많은 눈이 내린다 해도 눈길을 ..
2010.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