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9. 24. 17:33ㆍ산행일기
전날 시화호에 있는 우음섬이라는 섬에 수련회를 갔다가, 새벽같이 출발했지만, 수유역에 도착한 시간은 벌써 9시55분, 오늘 산행하기로 한 일행은 이미 떠나버렸다.
전화로 방금 전 출발 했다는것을 확인하고, 수유 버스터미널에서 10시 10분에 운천행 시외버스를 탄다.
주중에는 지루하게 비가 내리더니, 일요일을 맞아 날씨가 화창하다. 버스 창밖으로 북한산-도봉산-수락산이 지나고 포천쪽에 이르러서 높은산들이 많이 보이는데, 지도에서 찾아본 산일텐데, 이름은 모르겠다.
급한 내 마음과 달리 완행버스처럼 정류장마다 선 버스가 운천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12시15분. 걱정한대로 산정호수가는 버스가 바로 연결되지 않아, 운천 시장을 한바퀴 돌아보며 시간을 보내고, 1시가 되어서야 산정호수로 가는 버스를 탄다. 운천에서 산정호수까지는 매시 정각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는데, 15분정도 걸린다.
버스에서 내려보니, 산정호수 주차장은 유원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워낙 산정호수가 데이트코스로 유명하니까 그럴테지만, 의외로(?) 등산객들도 많이 보인다. 먼저 도착하여 점심을 먹었다는, '희망에반하여, 먼발치에서, 그의 후배'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하고, 산행 초입을 찾는다.
자인사 입구를 못찾아 잠시 헤매이다가 지나가는 산행객에게 물어 보니 바로 눈앞에 자인사가 있다. 자인사 입구에는 강아지를 가진듯한 백구 한마리가 두다리를 쭈욱 벋고 누워서 우릴 보고도 눈만 껌벅이는데,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에구, 오늘따라 왜 이렇게 낮잠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냐?'는 표정이다.
자인사에는 다른절에서는 보지 못했던 불상(?)이 있다. 구빈복불이라 불리는 미륵불인데, 가난을 구제하고 복을 나눠주던 부처라고 한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다소 자조 섞인 유행어(?)가 있는것 보면, 예전부터 가난과 빈곤을 물리치고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과 더 많은 부를 축적하려고 온갖 짓을 다하는 세력들이 충돌한것 같다.
평등세상을 꿈꾸며, 빈곤과의 전쟁을 준비하는 민주노동당이 현대판 구빈복불이 되어야할텐데.....정치에 대해서는 글쎄, 잘 모르겠다.
자인사 앞에서 물을 한모금 마시고, 극락보전 뒷쪽으로 돌아 난 길을 따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명성산의 유래와 궁예에 관하여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오르다보니, 경사가 급한 길인데도 힘들지는 않았다. 또한, 발디디기 좋은 돌들로 계단을 만들어놓아서 오르막길이 수월했는데, 먼발치에서의 후배는 많이 힘들어 했다. 계단길만 30분정도 오르니, 뒷쪽으로 산정호수가 보인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좀더 올라가면 135개의 나무계단이 나오는데, 그곳은 책바위능선길과 만나는 길이다. 산악회에서 온듯한 사람들이 반대편의 등룡폭포 계곡길로 갔어야 하는데, 길을 잘못들어 이리저리 헤매이고 있었다.
나무 계단을 올라서면 지금까지와 달리 완만한 능선길이 시작된다. 아기자기한 능선길을 조금 가면, 유명한 명성산의 억새꽃밭이 나타난다. 오른쪽으로 부드럽게 가라앉은 능선과 분지 지형에 억새가 펼쳐져 있는데, 기대했던것보다 훨씬 넓은 면적에 억새가 많았고, 억새밭은 멋있기까지 하다.
팔각정을 지나 억새밭 가운데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이라봐야 김밥과 간단한 간식거리, 그리고 이동막걸리 한병이 전부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이동막걸리 맛이 깔끔하게 느껴진다.
자리를 정리하고, 삼각봉을 가는데, 눈앞에 봉우리가 삼각봉인줄 알았는데, 작은 봉우리를 두어개 넘어야 해발 903미터의 삼각봉 정상에 갈 수 있다. 팔각정에서 30분 이상은 걸린것 같다.
명성산을 소개한 책이나 인터넷에 있는 지도도 또한 삼각봉 구간이 잘못 표시된것이 많다. 삼각봉에서 바로 억새꽃밭으로 하산하는 지도도 있으나, 팔각정까지 다시 되돌아 가서 하산을 해야한다. 주변 경치를 감상하고 휴식까지하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억새꽃밭에서 삼각봉까지는 왕복 1시간 30분은 잡아야할 것이다.
삼각봉에서는 저 멀리 철원평야, 금학산-고대산은 그리고 동남서쪽으로는 한북정맥이 힘있게 뻗어나간다. 그 뒤로 화악산-석룡산 능선도 보인다. 삼각봉에서 명성산 정상까지는 가까웠지만, 시간이 빠듯하여 다음을 기약하고 되돌아 왔다.
팔각정에서 등룡폭포로 내려가는 코스가 바로 명성산에서 억새가 가장많은 곳이다. 수백, 수천평의 억새들이 산을 뒤덮고 있다. 햇빛에 반사되어 하얗게 반짝이며 가을바람에 몸짓하는 억새들은 화려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마치 한국화와 같은 아름다움이랄까?
억새꽃밭 중간에는 천년수라는 샘물이 있는데, 궁예샘이라고도 한단다.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마르지 않는 샘이라고 하는데, 손이 시러울 정도로 차가웠다. 주중에 비가와서 그런지 샘물이 등산로로 흘러 미끄러웠고, 진흙은 등산객들의 바지가랑이를 더럽히고 있었다.
억새꽃밭을 지나 조금 더 내려가다 보니 해발이 높은곳인데도 습지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지도에 표시된 억새꽃밭에서 등룡폭포로 바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찾을 수 없어서, 억새꽃밭 끝까지 내려가서 계곡이 시작되는곳으로 돌아 내려왔다. 안전한 길이라고는 하지만, 시간은 좀더 걸리는것 같았다.
원기를 회복했던 먼발치에서의 후배는 이번에는 다리가 아프다고 했다. 잘 달래서 데리고 내려가는데 가볍게 찾은 산일텐데 등산화도 없이 안쓰러워 보인다.
명성산계곡은 생각보다 물이 많이 흘러, 1000미터 이상산에서 만날 수 있는 깊은계곡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단점은 계곡물은 뿌옇다는 것이다. 반흙탕물인데 곳곳에 퇴적물들이 쌓여있는것으로 봐서 침식-운반-퇴적작용이 활발한것 같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군부대의 지나친 훈련때문이란다.-_-;;)
빠르게 이리저리 부딛힌 물살은 작은 폭포와 소를 만들고 이내 높은 낭떠러지를 떨어지며 이정폭포-등룡폭포-쌍룡폭포-비선폭포등 멋진 폭포를 만들면서 산정호수로 흘러들어간다.
시간은 6시를 넘어서고 해는 어느새 여우봉 뒤로 숨고 있었다. 우리도 서둘러 산행을 끝내고 주차장에서 운천으로, 운천에서 서울오는 버스를 타고 한숨 자다 보니 어느새 수유역이다. 오랜만에 오래된 뒷풀이 메뉴, 삼겹살에 소주를 한잔씩 마시고 사람들과 헤어졌다.
다시한번 느낀것이지만, 산행정보나 다른사람의 산행기만 보고, 미리 산을 판단하지 말아야 함을 느꼈다. 객관적이라는 모든 신문기사도 편집된것인데, 개인의 주관에 크게 의존하는 산행기는 어떻겠는가? 직접 체험하기 전에 산을 함부러 판단하지 말 지어다.^^
산행지 : 명성산(삼각봉)
산행인원 : 4명 (맑은물, 함께가자우리, 먼발치에서, 후배)
산행시간 : 5시간50분(12:50~18:40)
산행코스 : 자인사 - 계단길 - 억새밭정자 - 명성산정상(삼각봉?) - 억새밭 - 폭포계곡 - 산정호수
날 씨 : 맑음 (구름조금)
날 짜 : 2004년 9월 19일
교통 : 수유리-운천-산정호수 (버스이용) / 산정호수-(버스)-의정부-(전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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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인사입구, 해탈한 백구와 사회주의자 미륵불]
[산정호수, 아름다운 호수인데 흙탕물이다]
[135 나무계단]
[흙탕물이 좀 가라앉은듯하다.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밭은 설명이 필요 없다]
[기대하지 않았던 명성산 계곡의 폭포]
[또다른 폭포..이런 폭포가 4개정도 있다]
[명성산의 야생화들]
[보라색 털복숭이 꽃^^]
[고들빼기 종류같죠?]
[들국화 종류이긴 한데...]
[산부추?]
[구절초인가요?]
[산행하면서 처음 본 꽃인데..아마 용담 맞죠?]
[가을산행의 맛은 역시 야생화이다]
[이것도 산행하면서 처음 본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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