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날 가을 소요산에 가다(2004.10.31)

2004. 11. 16. 19:50전국산행일기

내가 어렸을 적에 한 가수의 노래가 10월에 많은 인기를 끌었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나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그래서인지, 10월의 마지막 날에는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기대하게 된다.

 

기대한다고 하늘에서 특별한 이벤트가 떨어질리도 없다. 그저 며칠전부터 준비해왔던 산행을 떠나는것이 특별한 이벤트가 된다.

 

8시30분, 안산 화랑유원지.

커다란 버스 옆에 10여명의 사람들과 아이들이 모여 있다. 전날 만났을때까지 산행을 간다던 사람들이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아이들 합쳐 25명이 포천의 소요산으로 출발한다.

안산을 떠나 외곽순환도로를 달리던 버스는 의정부 시내를 통과하는데 한참을 소요해 버렸다.

11시가 넘어 도착한 소요산 입구 공원에는 낙엽반, 사람반이다.

 

11시50분, 소요산 입구 주차장

사람들에게 산행코스와 산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하고 산을 오른다. 주말을 맞이하여 마지막 단풍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소요산은 북적였다. 일주문을 지나 맞이한 원효폭포는 최근 가을 가뭄에 겨우 물줄기만 유지하고 있다.

 

원효폭포 윗쪽길에서 바라본 계곡길은 2년전 봄에 찾아왔을때 아름다웠던 기억이 있는데, 가을 풍경 역시 아름답다.

자재암 옆의 청량폭포는 생명은 붙어있지만, 폭포라고 부르기엔 너무 왜소해져있다.

 

오늘 산행계획은 독성암을 지나 선녀탕을 지나 상백운대로 바로 치고 오르는 것이다. 그런데, 자재암에서 뒤쳐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선두에 나선 사라들이 벌써 긴 코스인 하백운대쪽으로 올랐고, 대부분 사람들이 그 길을 따라가 버렸다. 할 수 없이 뒤에 따라온 사람들만 가까운 선녀탕 등산로로 보내고 하백운대로 오른 선두를 따라 나섰다. 가뭄이라 먼지가 푸석푸석 일어나는 길이 흠이지만, 하백운대 오르는 길에 바라본 소요산은 계곡도 참 멋지다.

 

선두에 나선 사람들을 따라 잡았는데, 상백운대까지 갈려면 한참을 돌아야 된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말해주지 않아도 잠시 후 그들 스스로 하백운대 길로 오른것을 알아 차리고, 산행가이드를 자처한 내게 원망하는 듯한 눈길을 보낸다.

 

산행을 즐겨하던 사람들이고, 아이들이 없다면 상백운대를 지나 의상대까지 소요산 원점회귀 등산로를 한바퀴 도는것도 충분한 코스지만, 오늘은 아이들이 있고 시간도 충분하지 못해서 짧은 코스를 돌아야 한다. 하백운대에서 상백운대까지는 능선길이 이어져서 가을 풍경도 즐기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걷다보니 멀게 보이던 상백운대에 도착했다.

 

상백운대에서 간단히 간식을 먹고, 의상대 갈림길에서 뒤쳐진 일행을 모두 만나 점심을 먹기로 하고 의상대 방향으로 향했다. 상백운대와 의상대 중간쯤에 있는 칼바위능선(?)은 2년전보다 오히려 더 날카로워 보인다. 그때는 이름만 칼바위였던것 같았는데......

 

의상대 갈림길에서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던 사람들을 만나 비교적 평평한곳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다. 베낭에서 점심을 꺼내면서는 준비한게 없다고 하면서도, 막상 모두 꺼내 놓으니 먹을것이 참 푸짐했다. 압권은 사무국장이 준비해온 생배추였는데, 산에서 먹는 배추맛이 일품이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선녀탕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오후 3시를 넘어서니 벌써 계곡에는 해가진다. 해가 많이 짧아졌다. 

선녀탕은 한산길에서 300미터 정도 다시 윗쪽으로 올라가야 해서 들르지 않고 곧바로 자재암쪽으로 내려갔다. 속리교를 넘어서 다시 속세로 넘어왔다. 소요산 계곡을 가득 채운 단풍을 오래 도록 보고 싶었지만, 버스에 몸을 싫고 안산으로 돌아왔다.


 

소요산

[휴일을 맞아 산을 찾은 사람들, 사람을 맞이하는 단풍들]

 

 

소요산, 자재암소요산, 자재암

[원효가 수도했다는 자재암  사진 위: 2004년10월31일, 아래:2002년 4월]

 

 

소요산, 자재암

[칼바위 능선]

 

 

소요산, 선녀탕

[선녀탕쪽을 바라본 모습, 선녀가 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