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최고의 계곡을 간직한 석룡산(2004,10,3)

2004. 10. 9. 23:26산행일기

개천절에 산에 가기로 했으나, 전날 밤까지 어디로 갈지 결정하지 못한체, 일단 아침에 집을 나와 상봉터미널로 향한다.

상봉터미널에 도착하니 8시40. 같이 가기로 한 두명의 친구들을 만나, 가평 석룡산이 좋겠다고만 제안했지만 정식으로 결정짓지 못하고 일단 가평가는 버스표를 끊었다. 3명이 함께가는 산행이지만, 결정장애가 생긴것은 같이 가기로 했던 분이 사정이 생겨서 못간다는 연락을 뒤늦게 받았기 때문이다. 


춘국도를 달린 버스는 1시간 10분만에 가평터미널에 도착했다. 명지산을 가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처음 계획했던 석룡산을 가기로 하고, 11시 용수동가는 버스를 탔다. 9시 버스를 타면 산행에 여유가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9시에 가평까지 오기는 쉽지 않다. 버스는 명지산가는 산행객들을 내려놓고, 논남기마을에 들렀다가 종점인 용수목에 도착했다. 용수목에 내리기 전에는 몰랐는데, 용수목에서는 국망봉, 민둥산, 개이빨봉을 오를 수 있는 산행의 요충지였다


우리는 도마치고개 방향으로 5분 정도 걸어 올라가다가 38교를 넘자마자 오른쪽 조무락골로 들어섰다. 입구에는 어느 돈많은 사람의 대저택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런 깨끗하고 깊은 계곡입구에 대저택이라니, 도대체 사유재산은 어디까지 인정해야 한단 말인가? 잠시 골치아픈 생각이 있었지만, 조무락골은 지저분한 속세를 아는지 모르는지 너무 깨끗한 모습이다. 가을이라서 수량이 아주 풍부한것은 아니었지만,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은 시원한 소리를 내뿜으며 흐르고 있었다. 농가를 지나고, 산장을 지나 왼쪽 능선길(석룡산 정상으로 바로 오르는 길)로 가지 않고, 계속해서 조무락골을 따라 올라갔다. 복호동폭포가 있었지만, 올라가지 않고, 이름 모를 폭포를 만났는데, 폭포는 깨끗하고 시원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계곡물을 이리 저리 몇 번 건너다가, 화악산 중봉으로 오르는 오른쪽 등산로를 멀리하고, 계곡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가파른 길을 치고 올랐다. 중턱쯤 오르니 참나무(?)를 조림해놓은 낯설은 광경이 있었고, 계곡 건너편으로는 화악산의 웅장한 모습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화악산 정상과 중봉에 이르는 웅장한 능선은 우리를 압도하기에 충분했고, 여러 골짜기가 나무 가지처럼 조무락골 계곡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화악산 8부 능선 위로는 벌써 단풍이 들었는지 산아랫쪽과는 다른 색을 띄고 있다.

 

우리와 반대편으로 올랐다가 내려오는 한 무리의 등산객들을 피하고, 완만한 경사길을 여유있게 걷다가 쉬밀고개 아래에서 또 한번 가파른 길을 오르는데 어제 밤의 술자리로 체력이 고갈되어 너무 힘이 들었다. 희망에반하여도 어제 마신 술 때문에 많이 힘들어 했다. 술 좀 조금 마시자. 친구들아!

 

결국, 석룡산과 화악산을 연결해 주는 능선 가운데의 쉬밀고개에서 더이상 오르지 못하고, 김밥을 먹으며 한참을 쉬었다. 밥을 먹어서 인지, 쉬물고개 부터는 길이 가파르지 않아서 인지 정상까지는 그리 힘들지 않았다. 마침내 도착한 석룡산 정상은 해발 1000미터가 넘는 봉우리인데도 나무가 우거져서 좋긴한데, 주위 조망이 좋은편은 아니었다. 

 

석룡산 정상(1140m)에서 마지막 남은 밧데리로 사진을 찍고, 예전에 정상 표지석이 세워져 있었듯한 1100봉에서 봄날이 준비한 맛있는 밥을 먹었다. 화악산을 바라다보며, 조무락골을 내려다보며 먹는 밥과 한잔의 막걸리에 내 기분은 바람을 타고 구름위로 올라간다.


밥을 먹고 출발하여 도착한 곳은 석룡산 최고의 전망대였다. 화창한 가을날씨에 시야가 무척이나 좋아서, 화악산은 물론이고, 명지산 정상과 벋어나가는 능선과 귀목봉, 운악산, 나무사이로 보이는 백운산-광덕산, 저 멀리 화야산과 유명산-용문산 정상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카메라 밧데리가 없어서, 기록하지 못하는것이 안타까웠다.

 

전망대를 떠나 참나무 숲을 지나 진행방향 왼쪽의 조무락골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두번지나 자루목이 방향으로 내려갔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았는지, 잡목과 풀들이 우거져 있어 등산로가 희미했지만, 의심이 갈만한 곳에는 이정표와 표지기가 있어 그럭저럭 내려갈 수 있었다. 

지도에 의하면, 능선이 끝날 무렵 자루목이골 입구로 들어서서, 도마치계곡으로 계곡으로 나와야하는데, 작은 계곡만 건너게 되고, 덩쿨식물이 나무를 휘감아 자라고 있는 원시림이 나왔다. 길을 잃었지만, 사람이 다닌 흔적이 있고, 계곡물소리가 가까워 불안하지는 않다. 

그래서 가던 방향으로 조금 더 내려가다 보니 한아름이나 되는 나무를 휘감고 있는 하얀 튜브가 있었는데, 수액을 빨아먹는 나무 기생충(?)의 튜브였다. 산을 다 내려갔을때서야 누가 그랬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를때 보았던 하얀색의 잔디밭을 가진 별장, 입구에는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써붙이 표지가 있는 그집으로 이어져있다. 누가 나무를 죽이고 있는지 명백한것 아닌가? 이런곳에 굉장한 집을 짓고 자연을 찾는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안겨주는것도 모자라, 나무피를 빨아먹는 사람들이 있다. 저 사람들은 자연이 좋아 조무락골에 들어와 산다고 하겠지?

 

우리는 계획했던 자루목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처음 출발했던 38교쪽으로 내려오는것으로 석룡산 산행을 끝냈다. 엄청난 절경은 없었지만, 깊은 계곡과 맑은 물, 시원한 조망과 바람과 구름, 석룡산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의미 있는 산행이었다.  


산행지 : 석룡산 (1114m, 경기 가평, 강원화천) 

날  짜 : 2004년 10월 3일

날  씨 : 맑음

코  스 : 용수목 - 38교 - 조무락골 - 복호동폭포 입구 - 쉬밀고개 - 석룡산 정상 - 2코스(이탈) - 38교 - 용수목

산행시간 : 5시간 10분 (11시 40분 ~ 4시 50분)

일  행 : 3명 (맑은물, 봄날, 희망에반하여)

교  통 : 가평터미널에서 용수동행 군내 버스 이용

 

석룡산

[조무락골 무명 폭포] 

 

석룡산

[용수동 입구, 한북정맥 국망봉, 개이빨봉, 석룡산, 화악산을 오를 수 있다] 

 

석룡산

[석룡산 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