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숨겨진 산행지 국사봉(2004.11.28)

2004. 12. 12. 22:32산행일기

늦가을 아침 의왕 청계사계곡 주차장에서 바라본 국사봉 능선이 오늘 따라 높고 깊어 보인다.

 

이상했다.

 

예전에는 산 입구에 서서 계곡을 바라봐도 그저 좋은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저기를 어떻게 올라갈까?'라는 부담감이 생기니 말이다.

 

 

 

늦가을 혹은 초겨울이었지만 날씨가 그리 춥지는 않다. 오늘 같이 온 안산 어른들, 아이들과 함께 천천히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여전히 맑고 아름다운 느낌의 청계사, 뒷뜰에 있는 누워있는 불상의 옆을 지나친다. 아이들과 함께 올라서 그런지 예전보다 등산로가 험하게 느껴진다. '예전에(2003년2월, 2004년6월) 혼자 오를때는 이곳을 뛰어 올랐는데~"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설득해서 데리고 올라간다. 힘들다고 느껴졌지만, 1시간에 체 걸리지 않아 헬기장 갈림길에 도착했다.

 

예나 지금이나 갈림길에서는 동동주를 팔고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나? 시원하게 한잔 들이키고 혼자 온 사람들은 석기봉(망경대?)로 오르고, 아이들과 부모들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이수봉쪽으로 바로 갔다. 석기봉을 20여분만에 올랐다 내려와보니 이수봉에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수봉에는 늦가을 등산객들이 많았지만, 성남방향으로 많이 내려가고 우리는 국사봉쪽으로 간다. 낙옆이 발목까지 빠진다.

 

몇년전 노동자 집회에 참가했다가 전철역에서 고압의 전기에 감전됐던 형이 오늘은 몇년만에 산행을 한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나선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사람들과 어울려 산행을 하는 모습이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그 누가 이제 산이 힘들어서 못간다는 말을 할 수 있는가?

 

국사봉(國思峰), 나라를 생각하는 봉우리란다.

그 누구인들 나라를 생각하지 않았겠냐만은, 그 옛날 고위층에서 밀려난 선비가 생각한 나라는 임금의 나라였다. 그곳에는 백성들, 민초들이 끼어들 뜸이 없다. 물론, 2004년 대한민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국익을 얘기하고, 나라발전을 얘기하지만, 그런 주장속에 시민, 개인이 끼어들 틈은 없다. 그들이 얘기하는 국익은 가진자와 기득권층만을 위한 국익이다.

 

국사봉아래에서 사람들과 모여 늦가을 산중의 만찬시간을 가진다. 맛있는 밥, 음식, 가벼운 막걸리 한잔씩을 돌려마시고 하산을 시작한다. 지난 6월에는 가파른길을 곧장 내려섰는데, 오늘은 그 옆쪽 능선을 따라 내려가다가 녹향원쪽으로 하산을 한다. 어딜가나 낙옆이다.

을씨년스러울수도 있는 늦가을 산행이 낙옆때문에 포근한 느낌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4시간 30분만에 출발했던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산행을 끝낸 사람들은 막걸리를 몇잔 돌려마시고, 필자는 오는길 운전을 위해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골치아픈 사회문제, 정치문제로 만나던 사람들과 함께 한 산행, 아이들과 함께한 산행이라 기분이 좋다. 아이들의 보폭에 맞춰서 산행을 할 수 있듯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사는 길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통은 그러지 못한 시대를 살고 있다.

 

산행지 : 국사봉

날 짜 : 2004년 11월 28일

날 씨 : 맑음

산행코스 : 청계사 주차장 - 청계사 - 갈림길 (석기봉) - 국사봉 - 청계사 주차장

산행시간 : 4시간 30분

일 행 : 12명(?)

교 통 : 승합차 & 승용차

 

 

청계산, 국사봉청계산 , 국사봉

 

 


[청계사지나 오르는 길,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