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2. 18. 15:48ㆍ산행일기
'토요일 오후 정신없이 바쁘던 일과가 끝나면,
나는 넥타이를 풀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슈퍼마켓에 들러 소주 두병과 라면을 산후에,
머리가 아프지 않을 가벼운 책도 한 권쯤 사야지'
<그룹 동물원 노래 중 '주말 보내기'>
산행을 하지 않았다면, 동물원의 노래와 비슷하게 집에 들어가는 길에 맥주 한 캔을 사고 라면을 사고 집에 가서 소설책을 보다가 잠들었을 토요일.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늦은 퇴근길에 집 대신, 가까운 수암봉을 찾았다.
안산동 수암봉 주차장에서는 여러 번 올랐기 때문에 오늘은 좀 다른 길을 오르고 싶어서, 안산에서 수인 산업도로를 타고 인천방향으로 가다가 수암동 가기 전, 안산동 좀 못 미친 곳에서 오른쪽으로 빠지는 곳에 있는 동막골을 오늘의 산행기점으로 택했다.
동막골 깊은 곳까지 들어가 저수지 입구에 차를 세웠는데, 제대로 된 등산로를 찾을 수 없어서 희미한 흔적이 남아있는 참나무 숲길을 따라 올랐다. 초겨울 아직 눈이 쌓이기 전이라, 낙엽이 발목까지 빠질 정도로 많이 쌓여있다.
한참 오르니 동막골(장상동)이 눈에 들어오고, 수인 산업도로와 저 멀리 서해안고속도로 서서울 톨게이트가 눈에 들어온다.
일주일 내내 술을 마셔서 그런지 숨이 차오르고 속이 거북했다. 잠깐잠깐 숨을 고르고 20여분을 오르니 거대한 바위 봉우리가 앞을 막는다. 돌아가는 길도 없는 것 같아서 바위틈을 타고 올랐다. 올 6월에 북한산 원효봉, 문수봉을 올랐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내가 오른 봉우리가 어떤 봉우리인지 몰랐지만, 바위와 푸른 소나무가 만들어내는 정상 조망은 좋았다. 정상에서 한참을 앉아 쉬다가 북쪽으로 내려가는데, 그만 미끄러운 흙길에 넘어지고 말았다. 조금 내려오니 동막골-너구리산-수암봉 갈림길 안내표지판이 보인다.
조금 전에 올랐던 봉우리는 너구리산이었던 것이다.
수암봉 방향으로 가는 길은 경사가 그리 급하지 않으면서 험하지도 않았다. 군부대를 바라보며 북쪽 능선을 따라 이 생각 저 생각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한남정맥 갈림길이라고 누군가 철조망에 붙여놓은 종이가 보인다. 수리산 쪽으로 50미터 가보니 내리막길이 있어서 되돌아 나와 수암봉 쪽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수암봉 아래 헬기장까지는 거의 평지에 가까운 능선길이다.
산본에서 올라왔다는 40대 중후반의 산행객을 만나 세상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며 수암봉까지 함께 걸었다. 수암봉에 도착하니 서해로 지는 석양이 장관이다. 산에서 바라보는 일출의 광경도 멋있지만, 일몰의 모습 또한 뒤지지 않는다. 일몰을 더 보고 싶은 욕심이 남았지만, 하산길이 걱정이 되어 다시 헬기장 쪽으로 뒤돌아왔다.
헬기장을 지나 잠시 말동무와 헤어지고 안산동 주차장으로 내려오다가 준비해 간 물통에 수암봉 약수를 받았다. 안산동에서 동막골 입구까지는 세 정거장이었지만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차가 있는 장상 저수지까지 10여분을 걸어 들어갔다.
오후 3시 10분에 동막골을 출발했는데, 정확히 6시 10분에 출발 장소로 돌아왔다. 깜깜해진 주위에 무서움을 느끼며 얼른 동막골을 빠져나와 집으로 왔다.
산행지 : 수암봉-너구리산 (경기 안산)
산행날짜 : 2004년 12월 11일
날씨 : 맑음
산행코스 : 동막골 -너구리산(?) -한남정맥 갈림길 -헬기장 -수암봉 -헬기장 -안산동 주차장-동막골
산행시간 : 3시간 (오후 3시 10분 ~ 6시 10분)
동행 : 나 홀로 산행
[낙엽 밭]
[낙엽을 잃어버린 잡목들]
[차돌 같은 암벽 뒤로 수암봉이 보인다]
[너구리산 쪽에서 내려와 수암봉 쪽으로 가고 있다]
[반월저수지]
[수리사]
[수리사 방향에서 수암봉으로 산행함. 부대 쪽은 수리산 슬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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