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오른 하늘 아래 명지산!(2005.1.1)

2005. 1. 5. 13:01산행일기

2004년 12월 31일!

 

종무식을 끝내고 집에 들러 허겁지겁 산행 준비를 하고 상봉 버스터미널로 갔다. 청평과 현리터미널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조종천 최상류 장재울 계곡이 있는 상판리 민박집에 도착한 시간은 밤 8시 40분, 먼저 도착한 함께가자우리, 봄날, 가난한밤의산책이 저녁식사를 준비를 마치고 나와 먼발치, 포비를 반갑게 맞이해 준다. 3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2004년 마지막 저녁식사를 함께 하려고, 술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고 한다. 세명 모두 술을 좋아하는 걸 알지만, 오늘만은 믿어준다.

 

함께 저녁을 먹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도 돌고, 술잔도 돌리다 보니, 어느덧 2004년도 몇 초 남지 않게 되었다. 아뿔싸~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술을 마셨구나. 그러나, 이미 불타오르는 분위기에 휩쓸려 카운트다운을 외치다가, '2005년을 위하여~~~'라며 새해를 술잔과 함께 맞이한다. 새해 첫날 새벽 일찍까지 진솔한 얘기가 오가다가 산행을 위하여 모두 잠을 청했다.

 

2005년 1월 1일!!

먼저 일어난 사람들이 아침을 준비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속이 편치 않았지만, 새해 첫날이라서 선정한 메뉴 "떡만둣국"은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인기 폭발이다. 

푸짐한 아침을 먹다 보니 출발 예정시간 8시 정각보다 늦은 8시 40분에 상판리 버스 종점을 출발했다. 매표소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라 아무도 나와있지 않았다.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이라 그런지, 귀가 무척이나 시러웠다. 덜덜 떨면서 예전에 여우가 많이 나타났다는 귀목고개로 오르는데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얼음이 두껍게 얼어있어서 잠깐 얼음을 타면서 놀다 보니 추위가 달아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해발 775m의 귀목고개에 올라서니 양쪽에서 몰아치는 골바람이 매서웠다. 가파른 길을 오르느라 약간 흘렸던 땀마저 식어버려 갑자기 온몸이 굳는 것 같았다. 몇몇 사람들은 준비한 모자를 쓰고 귀목고개를 떠나 명지산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까지는 계속 능선길을 따라 오르는 코스라 북쪽 골짜기에서, 남쪽 골짜기에서 번갈아 가면서 한겨울의 칼바람이  불어닥치고 있었다. 귓 불이 떨어져 나갈 것만 같은 강추위에 모자를 쓰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조금씩 고도가 높아질수록 바람은 조금 더 거세어지고, 눈도 쌓여 있어 미끄러웠다. 하지만, 경치만큼은 어떻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멋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 덕분에 수십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산들이  겹겹이 층을 이루고 있었고, 제일 뒤쪽에는 산과 하늘이 지평선을 이루고 있었다.

경치에 취하고, 또 사람들의 익살스러운 개그에 즐거워하며 오르다 보니, 어느새 명지 3봉(1199m)에 도착하게 되었다. 명지 3봉에 오르니 어느한곳 막힌 곳이 없는 조망이 펼쳐진다. 바로 앞의 명지 2봉, 1봉부터 경기도 최고의 봉우리 화악산, 석룡산, 광덕산, 국망봉, 명성산, 귀목봉, 청계산, 운악산, 축령산, 서리산, 연인산, 매봉, 화야산, 용문산, 백둔산 등등등....  

 

명지 3봉을 떠나 오늘의 목표, 명지 2봉(1250m)으로 향한다. 명지 2봉 밑에 안내판이 지워져서 100미터 정도 더 진행하다가 뒤돌아 명지 2봉에 올랐다. 명지 1봉(1267m)와 높이는 큰 차이 없는 고봉이다. 2005년 1월1일, 화악산에서 부터 불어오는 매서운 칼바람을 맞으며 오른 명지산은 기대이상으로기대 이상으로 멋지고, 기대 이상으로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명지 1봉과는 다음에 꼭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명지 3봉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었다. 매서운 날씨에 생수병의 찬물까지 얼었지만, 여벌의 옷으로 둘둘 말아 싼 밥은 아직 온기가 남아있었다. 정상에서 먹는 밥은 평지에서 먹는 밥보다 수십 배는 더 맛있지만, 무엇보다 정상에서 마시는 막걸리의 맛은 정말 일품이다. 준비해 간 두병의 막걸리는 금세 사라지고, 약간의 취기를 느끼며 하산을 시작한다.

명지 3봉 갈림길에서 연인산으로 이어지는 길을 택했는데, 올라올 때와는 달리 지루한 방화선이 이어진다. 분명 양지바른 곳이었지만, 장갑을 벗자마자 손이 시려오는 걸 보니 역시 산은 산인가 보다. 

 

아재비 고개에서는 백둔리와 상판리 갈림길이 있는데, 우리는 상판리로 내려가는 계곡길로 내려선다.

아재비 고개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고 한다. 예전에 한 만삭의 여인이 허기 진채로 고개를 넘다가 그만 해산을 하고 말았단다.

정신을 잃은 여인은 꿈속에서 잉어가 나타나길래, 잡아서 먹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잠에서 깨어보니 자기가 먹은 것은 잉어가 아니라 자신의 아이였다고 한다.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는 슬픔에 잠긴 여인은 아주 정신을 잃어버렸고, 이후 동네 사람들은 이 여인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아재비의 아는 아기, 재비=잡이, 아기 잡이 고개라고 부르게 된 이유이다. 슬프기보다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전설이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오는 아재비 골 계곡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해가 들지 않았다. 계곡물은 아기자기하면서 독특한 모습으로 얼어붙어 있어서, 계곡길을 지루하지 않게 해 주었다. 아재비 골을 빠져나와 아침에 출발했던 상판리 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3시 50분, 점심 먹는 시간까지 7시간이 걸렸다. 산을 다녀보면, 어떤 산은 3~4시간만 산행을 해도 피곤에 지치는데, 명지산은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나와 함께 산행을 했던 다른 일행도 모두 말짱했으니 아무래도 산행이 재미가 있어서 그랬나 보다.

 

새해 첫날, 명지산을 찾아 아주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떠난다. 잘 있어라 명지산아~

 

산행지  : 명지산 (경기 가평, 명지 2봉-해발 1250.2m)

산행 날짜 : 2005년 1월 1일

날씨       : 맑음(추위)

산행코스 : 상판리 버스종점 -귀목고개 -명지 3봉 -명지 2봉 -명지 3봉 -아재비고개 -상판리 버스종점

소요시간 : 7시간 15분(08:45~15:55)

산행참가 : 오렌지, 가난한밤의산책, 함께가자우리, 봄날, if, 포비, 먼발치에서, 맑은물

교통       : 상봉터미널-현리(시외버스), 현리-상판리(군내버스) / 돌아올 때는 승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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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산

[운악산과 상판리]

 

명지산

[귀목고개-명지 3봉 오르는 능선에서 남쪽 방향]

 

명지산

[저 멀리 하늘에 떠 있는 양평 용문산 ]

 

명지산

[어딜 찾고 있었지?]

 

[명지 3봉에서 아재비고개 내려가는 길, 겨울이지만 눈의 흔적은 없다]

 

[아재비고개에서.. 백둔리와 상판리 갈림길]

 

명지산, 아재비골

[아재비 골의 괴기스러운 얼음]

 

명지산

[아재비 골 얼음폭포들]

 

[왼쪽 연인산, 가운데 뒤쪽 운악산, 상판리/ 클릭!!]

 

[명지 3봉에서의 조망, 가운데가 운악산 산군들, 뒤쪽으로 운악산, 우측으로 뾰족한 청계산]

 

[명지 2봉에서 본 화악산군, 석룡산, 중봉, 응봉, 애기봉 등등]

 

[명지 2봉에서 북동-동-남-남서쪽 조망/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