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비경, 입구지계곡이 있는 유명산(2004,8,29)

2004. 8. 30. 12:42산행일기

일요일 아침이지만 산에 가기 위해 평일 아침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집 근처 화랑유원지 주차장에 나가보니, 이미 5명의 사람들이 나와있었다. 잠시 후 약속했던 몇 사람이 더 도착했고, 산행을 위해 빌린 15인용 승합차도 도착했다

 

 

 

(08:30) 아이들 4명을 포함한 13명의 사람을 태운 승합차가 화랑유원지를 출발한다. 가까운 수암봉을 오른 적은 두어 번 있지만, 먼 곳을 떠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하남 IC를 벗어나, 팔당대교-양수리를 지나 양평에 들어서니 저멀리 무거운 군기지를 머리에 이고 있는 용문산이 눈에 들어왔다. 그 옆으로 능선을 따라 시선을 옮겨보니, 부드러운 산세를 가진 유명산이 보인다. 양평읍에 조금 못미처 37번 국도를 타고 농다치고개와 서너치를 넘어 유명산 입구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은 이미 차들로 북적인다.

 

 

 

(10:55) 마실 물과 막걸리, 간단한 간식거리를 준비하여 매표소를 지난다. 매표소에서는 자연휴양림 이용료로 1000원을 받는다. 입구지 계곡의 갈림길을 지나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 초입에는 낙엽송, 상수리나무 등이 시원하게 자라 있다. 산행 초입의 완만한 경사길을 잘 오르던 아이들이 중간부터 경사가 조금 더 가팔라지자 힘들어하고, 오랜만에 산에 오는 사람들도 힘들어한다. 산행코스는 큰 변화가 없이 능선을 따라 계속 오르는 것이다. 산행 코스와 참나무 숲은 조금 단조롭긴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산행하는 것이라 색다른 맛이 있다.

 

(12:50) 휴식도 많이 하고, 아주 느린 걸음으로 올라온 것 같은데도 정상까지 2시간이 체 걸리지 않았다. 유명산을 오기 전에 정상은 별 볼품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올랐는데, 펑퍼짐한 정상은 평범하지만, 정상에서 조망은 아주 좋다

남쪽으로 남한강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용문산 주능선이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뾰족한 백운봉, 군사시설물이 있는 용문산 정상, 유명산에서 용문산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이 보기 좋았다. 정상 근처에는 억새꽃이 막 피기 시작하고 있었다. 남쪽의 고랭지 채소단지를 지나 올라온 사륜구동 오토바이(?)가 소음공해를 일으키고,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상 표지석 뒤에는 등산객들에 의해 돌탑이 만들어지고 있는 중인데,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주성이에게 무슨 소원을 빌었냐고 물어봤더니, "전쟁이 없게 해달라고 빌었고, 군대가 없어지게 해서 군대를 안 가게 해달라고 빌었고, 학교도 없어지게 해달라고 빌었어요"라고 한다.

정상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입구지 계곡 쪽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능선길이 조금 이어지다가, 바로 계곡으로 급강하하는 코스였다. 흙길이라서 중간중간 미끄러운 곳이 있었다.

 

(13:35) 계곡 물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리더니, 시원한 계곡이 바로 눈앞에 있다. 계곡에서 땀을 씻고, 조금 늦게 점심을 먹는다. 정상에서부터 배고픔을 참아서 그런지, 자연에 어울려 밥을 먹어서 그런지 밥맛이 꿀맛이다. 시원한 잣 막걸리를 두어 잔 마시는 것으로 맛있는 점심식사를 마무리짓고 유명산의 비경 입구지 계곡으로 향한다.

입구지 계곡은 마당소, 용소, 박쥐소 등 소와 폭포가 이어지고, 쉴 수 있는 너른 암반, 맑은 물을 만날 수 있다. 오를 때의 밋밋한 능선과는 달리 계곡 양쪽은섬세하고 아름다운 기암절벽이 이어진다. 아이들과 함께 산행을 하다가, 박쥐소를 지나서부터는 등산로 대신 아예 계곡을 따라가는 트레킹 하는 재미도 있다. 계곡이 거의 끝날 무렵, 계곡물에 풍덩 들어간다. 계곡물은 시리도록 차갑지는 않았지만, 발을 담그고 씻으니 5시간 동안 쌓인 산행의 피로도 씻겨나간다.

 

(16:20) 산행시간 5시간 30분, 긴 점심시간과 많은 휴식시간을 포함해서 그럭저럭 예상한 시간대로 산행을 마쳤다. 돌아올 때는 6번 국도의 혼잡을 피해, 여주 천서리 막국수 마을에 들렀다가, 이천과 용인을 지나 안산으로 돌아온다.

이름은 유명산이지만, 산행은 별로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가볍게 능선 산행을 하고, 시원한 계곡 산행을 하기에는 훌륭한 산이었다. 능선을 따라 더 많이 걷고 싶다면, 소구니산과 중미산을 연결하여 산행을 할 수도 있다. 산행의 추억은 당시 몸과 마음의 상태와 계절, 날씨 등 환경요인들에 의해 달라질 수 있는 것 같다.

 

 

산행지 : 유명산 (862m, 경기 양평)

날  짜 : 2004년 8월 29일

날  씨 : 맑음 (더움)

동  행 : 13명(어른 9명, 아이 4명)

코  스 : 유명산 주차장 - 정상 - 입구지계곡 - 유명산 주차장

산행시간 : 5시간 30분(식사, 휴식시간 포함)

교  통 : 승합차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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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산

[산행 초입의 낙엽송, 참나무 숲]

 

유명산

[유명산 정상 표지석, 마유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유명산

[정상 근처에서 바라본 용문산, 왼쪽이 정상, 오른쪽 끝이 백운봉]

 

유명산

[시원하다] 

  

유명산

[여기부터는 입구지 계곡]

 

유명산

 

유명산

 

유명산

 

유명산

 

유명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