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화속 설경 같은 겨울 태백산 (2002.2.3)

2002. 2. 7. 19:25산행일기

유일사 입구 민박집에서 잠깐 눈을 붙인 일행은 아침 일찍부터 산행 준비로 분주합니다. 개인장비도 챙기고, 간식으로 먹을 주먹밥도 만들고, 보온병은 뜨거운 물로 가득 채웁니다. 이번 태백산 산행이 첫겨울산행인 사람들이 절반이 넘기 때문에, 이것저것 걱정되기도 했지만, 빨리 오르고 싶다는 생각으로 짐을 챙겨 민박집을 나섰습니다.

태백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매표소에서부터 벌써 눈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모두들 준비한 아이젠을 차고, 다시 한번 옷과 등산화를 점검하고,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언덕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매표소에서 유일사로 갈라지는 곳까지는 임도라서 미끄러운 것을 제외하고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갈수록 눈꽃이 만든 설경은 점점 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한 시간여를 지나 우리는 겨울 태백산의 명물 주목 군락지로 접어들었습니다. 천년의 세월을 살아온 주목과 잠깐 머무르다가 사라질 운명인 눈의 조화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주목과 눈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산행 속도가 늦어졌지만, 개의치 않고 주목 한 그루 한 그루에 감탄하며 정상을 향해 올랐습니다.

산행을 시작한 지 두 시간여만에 태백산 정상인 장군봉(1567m)에 올랐습니다. 장군봉에는 장군단이라는 제단이 있었지만, 일행은 천제단까지 쉬지도 않고 내달았습니다. 천제단에는 벌써 많은 등산객들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천제단에서는 범접하기 힘든 신성함이 느껴지고, 주변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서는 젊음이 느껴집니다.
문수봉까지 이어지는 태백의 주능선과 부쇠봉에서 갈라지는 백두대간의 힘찬 능선에서는 웅장함이 느껴지고, 작은 나뭇가지에 피어난 눈꽃에서는 섬세함이 느껴집니다.

천제단에서는 망경대를 거쳐 당골로 내려가는 길과, 문수봉을 거쳐 당골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우리는 태백의 웅장함을 맛볼 수 있는 문수봉 능선길로 향했습니다. 능선 중간의 부쇠봉에서부터 일행은 겨울산행의 색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비닐포대를 이용해 내리막길에서 타는 썰매가 바로 그것입니다. 나무에 부딪히기도 하고,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돌멩이에 엉덩이를 부딪히면서도 서로 타려고 아우성입니다.

장군봉에서 천제단, 부쇠봉,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결코 짧지 않지만, 태백산 신령의 도움인지 눈썰매 때문인지, 우리는 힘든 줄도 모르고 문수봉에 올랐습니다. 문수봉에는 몇 년 전부터 돌탑이 쌓이고 있는데, 현재 모두 4개의 돌탑이 있습니다. 장군단과 천제단의 제단은 하늘을 받들어 모시는 형상을 하고 있다면, 문수봉의 돌탑은 하늘과 땅이 연결되는 형상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문수봉의 돌탑을 뒤로하고 우리는 당골로 향했습니다. 당골까지는 계속해서 내리막길인데 한번 장난기가 발동한 일행은 계속해서 썰매를 타고 내려갔습니다. 결국 아이젠을 잃어버린 사람이 생기기도 했지만, 다른 이가 선뜻 자신의 아이젠을 벗어주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산행 시작 6시간 만에 도착한 당골광장에는 얼마 전에 끝난 태백 눈꽃 축제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입구의 석탄박물관은 태백산 입장권만 있으면 공짜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석탄박물관에서는 겨울 태백산과는 또 다른 느낌의 태백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때 검은 석탄의 도시로 알려졌던 태백. 수많은 광산 노동자의 희생이 있었고, 그 아픔은 아직도 완전히 아물지 않았지만, 그곳에도 이제 봄이 옵니다. 눈 녹은 그 자리에는 더 이상 슬픔의 눈물이 아닌, 맑고 깨끗한 눈물이 흘렀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석탄박물관을 나왔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바로가기


산행지 : 태백산 (1567m, 강원도 태백시)
날 짜 : 2002년 2월 3일 (2일 밤 출발 & 3일 당골 상가 민박)
날 씨 : 맑음
산행코스 : 유일사입구 - 유일사 갈림길 - 장군봉 - 천제단 - 부쇠봉 - 문수봉 - 당골
산행시간 : 6시간 (오전 9시 ~ 오후 3시)
일 행 : 더불어한길 (10여 명 회원)
교 통 : 태백선 태백역 --> 유일사 민박(택시), 버스(태백 --> 서울)


[포토 산행기]

 

[태백산 눈 산행 시작]

[유일사 가는 길은 임도로 쉽게 오른다]
[유일사 지나 태백산 정상 가는 길에 만 주목군락지가 있다]
[태백산 정상 천제단이 보인다]
[태백산 문수봉 정상]
[문수봉 가는 길에 만난 주목]
[문수봉 너덜지대에서 본 태백산 전경]

[문수봉 정상]